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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Nov 12. 2020

바보야! 문제는 나태야!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 글쓰기 창을 열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뒤, 나의 글은 멈췄지만, 이제는 글을 멈춰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글로 내 상황과 문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아직도 취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자격증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따져보면 작년 9월부터 내가 딴 민간 자격증이라고 하는 것들은 땄다는 느낌이 없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돈 주고 샀다." 2주가량 적당히 인터넷 강의를 들은 다음 '정답을 다 아는' 상태로 영혼 없이 온라인 시험을 쳐서 합격, 8만 원을 입금하고 카드 형태의 자격증을 받는다. 자격증을 따면 다른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다시 다른 과목의 1강으로 돌아가 반복한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딴 자격증은 5개. 문학 심리상담사, 독서지도사, 자기소개사, 심리상담사, 스피치지도사. 무료쿠폰으로 인강을 시작했으니 5개 자격증을 '돈 주고 사는' 데 정확히 40만 원 들어갔다. 나는 40만 원을 허공에 날린 것인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자격증은 돈 주고 샀어도, 새로운 분야의 지식은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지식과 그것을 향한 흥미는 자격증과 관계없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애당초 내가 답해야 하는 질문은 다른 데 있었다. 그것은 나의 '나태함의 문제'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활동들. 그리고 이번 자격증. 이것이 모두 일회성으로 그친 것은 내가 '그다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주저하거나 그만둬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활동에 참가한 상태에서는 열심히 하면서도 활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흔해빠진 은둔형 외톨이, 구직 단념자로 돌아와 버렸다. 나는 모순적이고 가식적이었다. 어떻게든 취업과 사회활동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찾아 자격증도 알아보고 포럼 참가도 신청한다. 하지만, 정작 자격증을 위한 공부나 실제 포럼에 참가할 때 나는 은연중 딴마음을 먹어버린다. "이거 언제 끝나나. 빨리 끝내고 놀고 싶다." 


나는 매우 나태한 사람이었다.


어째서 나는 내가 선택한 활동임에도 가식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나태함을 감추는가? 나태는 나의 타고난 성향인가? 아니면 은둔형 외톨이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태해진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회에서의 실패와 절망이 쌓여 나타난 결과인가? 그렇다면 나의 나태함을 없애거나 줄일 방법은 어디에 있는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최근 직업상담사 2급이 눈에 뜨이고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보통 3개월 정도 공부하면 필기와 실기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가 나태한 나 자신에게 지고 있는 지금 상태에서 설령 100점 만점으로 합격을 한다고 해도 나는 조금 좋은 자격증을 껴안은 은둔형 외톨이를 벗어날 수 없다. 맨 첫 문단의 나로 도돌이표다. 나태한 나를 벗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나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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