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Jan 12. 2021

모자이크

나는 아무거나 잘라다 붙인다.

나의 생각은 기괴하다. 무언가 심하게 뒤틀렸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남아있는 것이고, 4차원적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개연성이나 핍진성 같은 것이 너무 없는데, 나는 그것을 재밌다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그쪽에 쏟아붓는다. 이런 나의 생각 구조를 조금이나마 쉽게 설명해보기 위해, 최근 인기리에 시즌 1을 종료한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예로 설명해보고자 노력한다. 


「펜트하우스」의 메인 악역이라고 하면 역시 엄기준 씨가 연기하는 '주단태'와 김소연 씨가 열연하는 '천서진' 이 2명이겠다. 아마 드라마를 보는 모든 시청자가 이 두 명의 파멸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이들이 그나마 감옥에 들어가는 정도로 만족하겠지만, 나는 이상한 개념을 끌어오고 만다. 

가미가제. 

구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에서 승기를 잃자 마지막으로 시도한 발악. 아무 이유 없이 저 둘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 군함을 향해 자폭 돌격을 하는 상상을 해버린 것이다. 내 안의 나는 손에 주단태 인형과 천서진 인형을 들고 휘두르면서, 입으로는 비행기 소리를 내면서 거대한 배 장난감에 들이받는 식의 놀이를 즐겨한 것이다.


또, 내가 뇌에서 떠올린 단어 중 하나는 '헤라팰리스 총옥쇄'가 있다. 헤라팰리스는 작품의 무대. 그런데 총옥쇄? 이것도 구 일본군 관련이다. 1억 총옥쇄. 일본인과 일본 식민지의 주민들을 합치면 1억이 되는데, 그 1억이 모두 목숨을 부숴서 전쟁에서 승리하자는,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를 드러내는 단어 중 하나이다. 아니, 아무리 펜트하우스가 개연성 없다고 해도 헤라팰리스에 사는 악인들이 집에 욱일승천기를 걸어놓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군국주의를 찬양하지도 않는데 나는 왜 가미가제니 총옥쇄니 같은, 도저히 서로 붙일 수 없는 개념들을 붙여놓고 재밌다며 낄낄대는 것일까? 


나는 멋대로 내 뇌 속에서 사람과 사물, 개념을 되는 대로 연상해서는 모자이크처럼 잘라 붙인다. 그 과정에서 맞지 않는 조건들은 모두 무시해버린다. 그저 피상적인 단어와 단어만을 잘라다가 이어 붙일 뿐이다. 이어 붙인 것들이 서로 섞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자이크로 완성한 문장이나 그림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기괴하고 이해 불가능한 것임에도 나 자신은 그것을 예술로 생각하는 것 같다. 상상력에 제한이 없다고는 하지만, 때때로 나는 너무 심한 면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매우 강하게 휘둘린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의 기괴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며,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한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줄 수 없어서, 그랬다가 비난을 받는 것이 무서워서 다른 사람을 피하고, 방구석에 숨는 인간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