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와 결핍, 두려움
어느날 상담 신청서의 호소문제에 ‘ 대 2병’이라고 적은 학생이 있었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서현씨가 상담실로 들어왔다. 약간 통통한 얼굴에 귀여운 모습이었다. 다소 빠른 말투에서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서현씨의 전공은 국제학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외교관이 꿈이었고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꿈은 고3까지 한 번도 흔들린 것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반기문 총장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성장했으며 그녀의 꿈은 꽤 일관성이 있었다. 고교시절 세계 정세와 시사를 다루는 동아리에서 임원을 맡아 활동할 만큼 그녀의 진로 목표는 확고했다.
‘저는 국제학이라는 제 전공을 정말 원해서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외교관’이라는 꿈을 접었습니다.‘
단호함은 좋았으나 이유가 궁금했다.
‘막상 대학에 와서 알아보니 외교관 되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일반 취업은 생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약간 방향을 잃었습니다.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 변호사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서현씨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오래 키워왔지만 대학에 진학한 뒤 갑자기 다른 진로를 모색 중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 로스쿨 준비를 한다고 해도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리고 ‘진짜 이 길이 맞나?’ 싶기도 해서요. 외교관이 되고 싶었지만 대학에 와서 갑자기 진로가 변경된 거라서...확신이 없다고 할까요? 제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는 매일 로스쿨 준비 만 하다보니 불안해서요.'
서현은 숨가쁘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내가 적절히 끊지 않으면 이야기는 한참 더 이어질 태세였다.
‘국제학과는 정말 원해서 온 학과이고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은 외교관이었는데 지금은 외교관 대신 변호사 준비를 하지만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다는 뜻인가요? 제가 정확히 들었나요?’ 하고 물었다.
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사실 변호사 진로를 생각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어요. 지금 한 6개월 되었는데요. 전공에서 배우는 게 싫거나 그런 건 아니예요. 전공은 정말 재밌어요. 제가 워낙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전공은 잘 맞는 편이에요. 그런데 막상 변호사를 준비하려니까 제가 생각해도 좀 갑작스런 거예요. 갑자기 변호사 준비를 하려니까요.’
라고 하더니 ‘아!’ 라고 하곤 갑자기 말이 뚝 끊어졌다.
잠시 후, 뭔가 중요한 내용이 생각 난 듯이 말을 이어갔다. ‘제가 직업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갖는거구요. 늙어 죽을 때까지 짤릴 일이 없는 일이면 좋겠고 두번째는 돈을 좀 많이 버는 거예요. 그리고 좀 웃기지만 남들 봤을 때 괜찮은 직업을 갖는 것? 남들이 알아주는 일을 하는거예요. 외교관은 어릴 때부터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되기가 어려우니까 그건 이제 제 길이 아닌 것 같고요.’ 말은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아무튼 지금 준비하는 변호사는 학교에서 흥미검사 같은 것을 해 봤는데 제 흥미에 맞는 추천 직업으로 나왔어요. 외교관 대신 어떤 직업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다가 부모님도 변호사하면 좋겠다고 해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
서현씨의 이야기는 또 다시 거기서 뚝 끊어졌다.
‘그렇군요. 그런데 대2병은 어떤 의미인가요? 상담시간을 통해서 어떤 도움을 받기 원하는건지 궁금하네요? ’
서현씨은 한숨을 푹 쉬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뭔가 결정을 내려주거나 자신이 말한 조건에 부합되는 정보를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길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어떤 날은 내가 이 공부를 왜 하고 있나?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외교관되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변호사 준비하는거 같기도 하구요.’
그녀는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또 침묵했다.
벌써 여러차례의 침묵이었다.
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진로목표는 명확하고 합리적 탐색의 결과인 듯 보이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런 부분이 있었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진로변경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느끼는 ‘내가 이 공부를 왜 하고 있나?’ 라는 부적절감은 좀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그녀의 진로목표 설정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간과된 것은 무엇인가?
진로상담 과정에서는 서현씨가 부각하는 이야기 외에 이야기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좀 더 탐색이 필요했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외교관이란 꿈을 대학에 오자마자 포기한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좋아한다는 것의 기준이나 의미도 궁금해졌다. 직업에 대한 이해도도 살펴보아야 했고 진로발달의 수준과 진로결정에 대한 효능감도 살펴보아야 했다.
멋있어 보이는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직업, 남들이 우러러 보는 직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에는 현실적 조건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녀는 지나치게 ‘이상적 자기’에 골몰하는 것은 아닐까?
서현씨가 제시했던 직업 선택의 3가지 기준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여러 가지 가정을 생각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우리가 상담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서현씨에게 도움이 될까요? 변호사 준비를 하는데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 부분을 좀더 이야기 하면 좋을까요? ’ 라고 덧붙였다.
서현씨는 갑자기 목소리가 약간 커지면서 ‘그런데요, 제가 왜 변호사를 하려는건지 저도 좀 생각은 해봤거든요. 솔직히 제가 남들 눈을 좀 의식하는 것 같아요. ’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상담을 하면서 자주 경험하는 순간이긴 하지만 우리 자신의 진실한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에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먹은 목표이긴 하지만 남들 눈을 의식해서 선택한 측면이 있다는 것인가요?’ 조금 더 직접적인 질문을 해 보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선생님,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건 정말 어릴 때 부터예요. 그런데 막상 저는 그 일이 어떤 일인지도 잘 몰라요. 막연히 좋아 보이고 외국에도 많이 나가고 뭔가 대단한 일인 것 같아서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 목표로 한 거였어요. 제가 커서 외교관이 될꺼라고 하면 주변에서도 칭찬도 많이 해 주셨고요. 특히 부모님이 좋아하셨어요.’ 라고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향후 갖게 될 꿈의 직업을 강조한 진로교육을 하다보면 진로설계가 오히려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되고 구체적인 탐색을 방해하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목표를 정해 두면 마치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듯 보여도 실은 추상적인 목표일뿐 현실적인 가능성이 크지 않는 목표 때문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경험하고 좌절감만 크게 느끼게 되어 진로목표가 사라지거나 진로탐색의 동기가 없어진다.
‘변호사를 선택하신 과정에 대해서 좀 더 말해 주실래요?’ 하고 물었다.
‘저는 외향적이고 활발한 편이예요. 그래서 다양한 나라 사람 만나는 걸 제가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저는 부모님 떨어져서 유학을 간다거나 외국에 나가서 혼자 사는건 싫거든요. 그래서 외교관에 대한 생각이 많이 옅어졌어요. 다른 일을 좀 찾다보니까 변호사도 멋지고 남들도 알아주고요. 제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자신있고 발표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도서관에 가서 막상 법 공부 시작하니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고 머릿속에도 잘 들어오지 않아요. 다른 애들처럼 취업 준비도 안하고 이러고 있는게 맞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정말 만약에 시험에 떨어지면 나이만 먹고 해놓은 것은 없고 취업 준비도 안했는데 진짜 어떻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서요. 진짜 저한테 변호사가 맞을까요?’
서현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고민과 불안, 걱정과 염려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목표를 정했다고 믿었고 열심히 공부 중에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내적인 수준에서는 확신보다 불확신이 더 크고 자기 의심도 크지만 열심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채근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목표와 의지와 부조화 된 상황이였다.
게다가 ‘만약? 불합격하면?’ 이라는 물음에 책임을 질 만한 자신감이 없었다. 서현씨의 진로결정은 어떤 수준에 도달한 것일까? 이 목표가 정말 서현씨의 목표인가?
그간 내가 상담실에서 만나왔던 사례들 중에서 꽤 많은 이들이 전문 자격증이나 시험 등을 준비하며 불안한 마음에 상담을 하곤 하였다. 공무원 시험, 관세사 시험, 변리사 시험, 세무사 시험, 회계사 시험 등 각양각색의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 진로상담을 했었기에 다양한 사례들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 6년간 공무원 준비를 했으나 결국은 탈락하여 다른 쪽 진로를 찾고 있던 지연씨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지연씨는 내게 많은 고민과 생각을 안겨준 사람이었다.
그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2년 정도 까지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문제는 3년째 부터였다. 사실 그 때부터는 공부도 잘 되지 않았고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무원 되길 바라시는 부모님께서 그녀의 공부 뒷바라지를 하셨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합격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3년이 되도록 합격이 안되니까 사실 집에는 공부한다고 말하고는 시험 공부 시늉만 하면 3년을 더 보냈다. 더 이상은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는 말을 하며 지연씨는 많이 울었다.
부모님께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껜 계속 공부한다고 하곤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다. 6년간 수험생 생활을 유지했던 이유는 포기하겠다는 말을 못해서였다. 스스로도 이 공부가 적당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부모님의 실망이 자신의 판단보다 더 강력했고 부모님의 실망은 지연씨에겐 두려움이었다.
서현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였다.
직업을 선택하기 전 탐색의 과정과 진로 선택의 기준이 되는 준거에 대해서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했다.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지만 자기 주도성이 없다거나 탈락했을 때 마주하게 될 실패의 쓰라림을 견녀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이 목표가 진짜 내 목표인가? 재고해야 한다.
실패를 기분좋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만약 이 길을 꼭 한번 가봐야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수 있는 좌절이나 실패도 기꺼이 떠안고 가야한다. 장미빛 미래만 꿈꾸고 결과로 얻게 될 좋은 것에만 도취되어 있다면 실패를 이겨낼 힘이 없어지고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상담 과정에서 과연 당신의 목표가 과연 나의 목표인가 하는 것을 되묻기란 꽤 민감한 영역이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목표에 대한 평가에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될 것이냐고 묻고 어떤 명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기 때문에 서현씨도 ‘외교관’ ‘변호사’ 등의 직업을 장래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미래의 목표 직업을 상상해 보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목표와 동시에 목표 아닌 것들에 대한 탐색을 간과하게 되면 남들이 칭찬하고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직업을 목표로 삼고 매달리게 될 가능성도 크다.
진짜 목표가 아닌 가상의 목표는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목표 달성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의심과 회의에 시달리게 된다. 어려움이 있을 때 감당할 힘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등산을 가야 하는데 저 산에 올라가면 사람들이 인정해 주니까 저 산에 올라가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야 등산의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있을까? 산을 오르는데 있어서 남들이 인정하니까 올라가겠다고 한다면 그 등산이 대체 무슨 의미일까? 또한 그 산에 성공적으로 올랐다고 쳐도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산에 왜 올라왔는지 내가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진로가 이렇게 황당한 등산이 되면 큰일이다.
어떤 산을 골라 등산을 할까? 궁리도 해보고 조사도 해보고 나의 취향도 고려해 보고 나의 체력이나 건강도 체크를 해보고 적절한 산을 골라야 즐거움도 배가 된다.
진로 문제 역시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갇혀 나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
서현씨는 목표를 재조정하는 과정에 있었기에 무엇을 해야만하는가 라는 질문이나 어떤 직업이 좋을까 라는 질문 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어떤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충분히 고찰되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청년기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고 청소년기에 가졌던 이상과 꿈이 현실 앞에 좌절되는 기분도 느낀다. 꿈과 현실사이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 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갖고 외국어를 전공했던 한 친구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꿈이 실현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학업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상실했던 경우도 있었다.
현실과 타협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진로발달의 중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목표지점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자체가 실망감이나 좌절감으로 다가오면서 시작도 해보지 않은 인생이 잘못된 느낌을 받으며 나아가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엔 완전히 실패했다는 느낌 때문에 현실을 왜곡해서 보는 착시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현씨에게는 어떤 생각들이 도움이 될까?
우리의 커리어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시선의 방향과 일치되어 나아간다. 서현씨가 자신만의 이유를 찾는 것이 필요한 지점이다. ‘ 삶은 명사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시선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가에 따라 진로는 지속적으로 창조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원대한 진로포부를 갖고 있던 내담자들이 상담실에 와서 ‘이젠 현실에 적응해야지요’ 할 때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고 눈을 빛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목표의 문제라기 보다는 목표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의 문제와 더 관련된다.
나는 서현씨가 스스로 세웠다고 믿는 이 목표가 진짜 그녀의 진로 목표 일까? 진지하게 성찰해 보길 바랬다. 번듯한 직업을 갖는 것이 우리가 추구할 ‘업’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슴이 소리치는 곳으로만 달려가라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현실과 내가 추구하는 목표 사이 어딘가의 적당한 위치를 찾고 나에게 가장 편안한 위치가 어디인지를 스스로 알아내는 것 그것이 진로의 본질이다.
‘경제적인 성공이나 남들의 인정을 얻지 못하는 두려움’과 ‘시험이 붙을지 안 붙을 지 모를 미래의 불안’ 중 무엇이 더 무거운가? ‘불확실함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미래를 향한 도전’ 사이에서 더 중요한 무게 중심은 어디인가?
더 궁극적으로 나에게 있어 타인의 인정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시험에 떨어진다면 나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험을 포기한다면 나는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나?
서현씨는 서현씨만의 수용 가능한 한계점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가야 한다.
‘변호사만 된다면 좋겠다’는 말끔한 생각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좀더 멀리서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의 목적을 알고 그에 부합하는 진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가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다는 대상선택과 동일시는 매우 복잡한 내적 갈등의 실현이며 결핍된 욕구 충족의 수단이 된다. 프로이트의 표현이긴 하지만 쉽게 말하면 자신이 꿈꾸는 진로목표는 우리 안의 욕구와 결핍 , 필요와 갈등의 비추는 구체적인 선택의 결과일 수가 있다.
상담 말미에 서현씨는 이런 말을 하였다.
‘선생님 제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이제 좀 알겠습니다. 저는 남들 눈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성공해서 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서현씨는 매우 스마트하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던 말투도 한껏 누그러져있다.
이제는 불안과 걱정 에 압도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할 힘을 얻은 듯 보였다.
진로여정에는 결핍과 두려움이 꽤 큰 힘으로 우리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나에게 중요한 것 의미있는 것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 그 이면에는 가족이 나에게 바라는 책임과 기대 뿐 만 아니라 나에게 박탈된 욕구와 갈망, 그리고 피하고 싶은 두려움이 작용을 한다. 나를 이끄는 힘이 무엇인지 대면할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자기 다운 목표를 갖고 매진할 수 있다.
그녀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지만 걱정되지는 않았다.
자신만의 이유를 찾는 사람은 멀리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서현씨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지혜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