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스쿠버 다이버가 본 아쿠아 맨
드디어 바닷속으로
블록버스터가 우주에서 드디어 바닷속으로 배경을 옮겼습니다. 그 첫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오락 영화 목록에 들어갈만한 영화일 수 있는데요, 저에게는 특별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킨 스쿠버 다이빙의 추억에 잠겼습니다.
캐릭터들이 물속을 뛰어들거나 물속에서 솟구칠 때면 스킨 다이빙으로 잠수를 할 때 느끼는 얕은 숨 막힘이 밀려왔고, 물 살에 머릿결과 옷자락이 흩날릴 때면 그 부드러움이 손 끝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허한 바람이 아니었습니다. 꽉 찬 물결이었습니다.
바다를, 특히 바닷속 그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리라 봅니다.
Go르고 Go른 영화, 고고 영화 '아쿠아 맨'을 본 제 느낌을 띄웁니다.
입수 준비를 한다. 공기 잔압계 확인, 주 호흡기 확인, 보조 호흡기 확인, 물안경 확인, 웨이트 확인, 오리발 확인, 마지막으로 입수할 위치 확인!
이제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하나, 둘, 셋! 몸을 뒤로 떨어뜨린다.
풍덩!
바닷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 것 같은 몸은 곧장 떠오른다. 숨 막힐 것 같은 일순간이 지나고 일렁이는 파도 속에서 어느새 호흡기를 통해 입으로 숨을 쉰다.
BCD(부력조절기)에서 공기를 빼면서 수직 하강할 때 드디어 느껴진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수압. 오로지 들리는 것은 내 숨소리와 물방울 소리뿐.
또 다른 세상이다. 또 다른 우주다.
내 몸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에 따라 몸이 뜨고 가라앉는다.
걸음걸이도 제대로 디디지 못하는 영아가 된다.
초라한 몸뚱이다.
생명으로 꽉 차 있는 바다에 경외를 느낀다.
꽃밭 같은 산호초 군락 위로 뿌연 먼지 같은 플랑크톤에서부터 포인터로 가리켜야 겨우 찾을 수 있는 미세 갑각류, 떼 지어 다니는 작은 고기들, 유유히 다니는 큰 고기들, 바닷속을 날아가는 가오리, 물길을 유영하는 바다 거북이...
나는 불쑥 들어온 불청객이다. 내가 뭐라고 여기를 휘젓고 다니는가.
경외감이 미안함으로 밀려온다.
나비가 꽃을 지나가듯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몸이 움츠려진다.
머리 위 밝은 빛이 알린다. 이제 그만 올라오라고.
이제 바다는 바다로 남겨두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