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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Mar 24. 2020

자작시 | 10분 일찍 나왔을 뿐인데

횡단보도가 눈 앞에서 바뀌어도

그럴 수 있지

지하철이 방금 지나갔어도

다음 거 타지 뭐


두 손을 주머니에 넣어둔 채

여유 있게 열차를 기다리며

철로에 깔린 돌멩이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굳이 의미있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아


돌멩이 구경이라니 여유로움의 극치군

어제의 내가 봤다면 놀라서 외쳤을 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기다리지 않아도 도착하는 열차


왜 이렇게 빨리 안 오냐며 성내지 않아도

알아서 잘만 오는데

그동안은 왜 늘 채근했을까

보이지 않는 열차를 바라보며 조급해했다


그 1분이 아쉬워서 발 동동거리느라

3분넘게 초조해하지 않았나

5분만큼의 마음을 쓰진 않았나

잃는 줄도 모른채 잃고 있었나봐


출근길 중간지점 곳곳마다

아직은 여유로워

여전히 여유로워

그래, 내 맘도 여유로워


10분 일찍 나왔을 뿐인데

마음이 이렇게나 편안하다면

매일 이렇게 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런데 내일의 나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아무래도 확답을 할만큼은 자신이 없나보다

그래도 괜찮아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고작 10분 일찍 나왔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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