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도착'과 '20분 후'
두 단어 사이에 낀 나는 탄식한다
앞 버스는 놓칠 게 뻔하고
뒤차를 타면 지각이야
전속력으로 뛰어볼까 했는데
눈앞에서 쌩하니 스쳐간다
어차피 못 타니까 힘들여 뛰지 말란 거다
고맙다 고오마워
아직은 햇살이 들지 않는 정류장
의자에서 찬 기운이 올라와 몸이 으슬하다
앉은 듯 만 듯 끝에 살짝 걸쳐 앉아
다리를 부지런히 떨어본다
아직 오려면 멀었단 걸 알면서도
시계와 전광판과 도로 저 멀리를 번갈아보며
이제나저제나 언제쯤 오려나
눈을 도록도록
바바리 입은 그녀도 가고
체크무늬 재킷 그도 가고
나만 남아서 우두커니
내 버스는 10분 후에나 온다지
시간이 도통 가질 않아 사람 구경을 한다
신발을 스무 켤레쯤 보았을 무렵
멀리서 반가운 숫자가 보여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다
아아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류장이 코앞인데
바로 앞 횡단보도에 걸렸다
고걸 못 지나오니 고걸
버스에 후다닥 올라타 의자에 푹 파묻힌다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대리님 죄송해요
뻔한 문자를 보내고 잠에 빠져든다
내가 잠시 눈 감은 새에
날 회사에 데려다줘 버스야
이십 분을 한 시간처럼 기다린 날 위해
기적 같은 초스피드를 보여줘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내릴 곳이다
생각보다 빨리 온 걸까 싶어 시계를 보니
기적은 없었고 버스는 정직했다
따악 20분만큼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