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신혼여행 준비기 (1)
신혼여행을 국내로 갈 줄이야.
국내 신혼여행이라니. 코시국 전에는 어쩌다 주변에 있긴 했지만 엄마 아빠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와는 좀 먼 얘기일 줄 알았다.
백 투 더 1980's
어릴 때는 잘 모르겠고, 20대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하면서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신혼여행이라 하면 해외로 나가는 건 기본이고, 유럽을 가든 동남아나 몰디브 같은 휴양지를 가든 하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어련히 나도 결혼을 하게 되면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겠구나 하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2019년 말부터 상황이 변했다.
맥주로만 알고 있었던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 편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비행기 편이 있다고 해도 해당 국가에서 입국을 받지 않거나, 입국을 할 수 있더라도 격리 기간이 존재해서 신혼여행뿐만이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올해 중순 정도부터 해외여행이 조금씩 풀리고 위드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상황이 펼쳐지면서 일말의 기대를 품기도 했었다.
어, 어쩌면 우리 결혼할 때쯤이면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해외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겠는데?
그런데 해외는 무슨...
몰디브로 신혼여행 간 커플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기사가 나오고, 위드 코로나 한 달이 지난 지금 코로나 확진자는 7 천명대를 오가고 있다.
이제 좀 풀리나 했더니 해외 신혼여행은 커녕 결혼식 자체에 제한이 생길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신이시여... Oh, GOD...
그래서 이제는 해외 신혼여행에 대한 기대는 접고 국내로 신혼여행을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국내도 좋은데 많지 암.
일단은 여행 컨셉을 잡아야 했다.
휴양을 할 것 인가 아니면 여행을 할 것인가.
몇 달 전 결혼 한 지인 커플은 거의 전국을 돌며 신혼여행을 보냈다. 제주도에서 한라산도 타고 울릉도에 독도까지 탐험 같은 여행을 하고 왔다.
저 커플을 보면서 재밌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좀 빡세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워낙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커플이라 그런지 재밌게 잘 다녀온 것 같긴 한데 신혼여행은 좀 휴양하면서 여유롭게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됐다.
거의 처음으로 길게 휴가를 내고 다녀올 텐데 좀 여유롭게 유유자적하고 이런 거...
그래서 컨셉은 휴양으로 정하고 5박 6일로 예정된 신혼여행은 부산과 제주 두 군데로 가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중간에 거제도도 낄까 했었는데, 갈까 했었던 숙소가 다른 곳들을 계속 알아보면서 비교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는 별로인 것 같기도 하고, 세 군데 말고 두 군데로 지역을 정하면 좀 더 여유롭게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런데 복병들이 나타났다.
신혼여행을 가기까지 200일 정도가 남았는데 미리 예약을 하려고 보니 예약 자체가 안 풀려있는 게 많았다.
김포 - 제주 간 비행기 편은 수요가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운항사들의 시간대와 비행 편이 열려있었는데, 김포 - 부산, 부산 - 제주 간의 항공편은 대한항공만 극히 일부 시간대만 열려있고 나머지 운항사들의 정보는 열려있지 않았다. (네이버 항공권 기준)
그래도 어차피 대한항공을 탈거여서 김포 - 부산, 제주 - 김포 노선은 예약을 했는데, 부산 - 제주 노선은 시간 자체도 너무 애매한 것들만 열려있어서 몇 달 뒤에 다시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숙소 예약도 애매했다. (렌터카도)
부산에서는 호텔에 묵을 거라 한참 뒤의 예약도 열려있어서 예약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제주였다.
제주에서는 이전에 봐 두었던 독채 숙소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숙박일정 3개월 전은 되어야 예약을 오픈한다고 한다. 봐 두었던 숙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채 숙소들이 보통 3개월~4개월 전에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개인들이 하는 거라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예약 가능 일정을 조정하는 거일 테지만... 신혼여행을 계획하는 입장에서 여행 3개월 전까지 예약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게 그다지 좋지는 않다.(싫다)
심지어 무조건 예약이 되는 게 아니고 선착순 개념이라 타이밍이 늦으면 아예 다른 곳을 알아보고 구해야 하는데, 그때쯤이면 이미 갈만한 곳들은 예약이 마감되었을 거라 마음이 영 불편하다.
제주도도 호텔로 가기로 했으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긴 할 텐데 제주에 가면 제주를 온전히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별로 끌리지가 않았다.
보통 신혼여행으로 많이 간다는 신라호텔이나 씨에스호텔도 알아보기는 했는데, 가격에 비해서 내부 시설이라든가 이런저런 면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았다. 서비스야 좋겠지만 호텔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텐데 10년은 더 되어 보이는 티비나 오래된 느낌의 가구 등에 둘러싸인 채로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독채 숙소 한 군데가 신혼 여행자에 한해서 미리 예약을 받는다고 해서 예약을 해두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월령지헌.
(후기는 신혼여행 다녀와서)
하지만 아직 남은 2박에 대한 독채를 예약하지 못해서 4월까지 걱정에 찬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보험으로 다른 곳을 찾아서 예약해두어야 하나...
해외 신혼여행이었으면 오래전에도 예약들이 풀려있어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코로나가 정말 삶의 곳곳에서 고통을 주고 있다.
신혼여행을 국내로 갈 줄이야
그마저도 쉽지 않을 줄이야
부디 얼른 종식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