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요즘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콩콩 Feb 20. 2020

아이돌의 스트레스 극복법

작년 가을 무기력의 정점을 찍었을 때 내게는 마감을 약속한 원고가 있었다.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자정이 넘어 책상 앞에 앉기를 며칠. 잠은 당연히 부족했고 원고는 진도가 안 나갔다. 친구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어. 평생에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은 없었어. 왜냐면 그런 일은 그냥 안 했으니까. 내가 왜 이걸 하겠다고 했을까? 왜 나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까? 으으으으 살려줘. 진짜. 너무 하기 싫어. 엉엉.”

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근데 넌 그렇게까지 싫은 건 아닌 듯. 나는 너무 하기 싫은 일은 오히려 얼른 끝내버리거든. 안 그러면 싫을 걸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잖아.”

오늘 한 영상에서 비슷한 말을 하는 아이돌을 봤다.

“여러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거예요.”



꽤 오래 잠잠하던 여드름이 근래 다시 창궐했다. 부인하고 싶었지만 원인은 마감 스트레스가 유력했다. 크고 단단한 여드름이 턱에만 여덟 개가 났다. 어디까지 나나 세고 있었는데 초고를 끝내자 더 번지지는 않았다. 마감 좀 한다고 턱이 이지경이 될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데 내가 작가를 어떻게 하나. 진짜 이제 어디 가서 글쓰기 좋아한다고 깝치지 말아야지. 덥석 글 쓰겠다고 하지도 말아야지.

곧 출간될 책의 에필로그를 쓰고 있다. “쓰고 있다”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시작은 했는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건 에필로그가 아니라 이 글이니까. 편집자님이 이 글을 본다면 복장이 터질까? 나 말고 이걸 해결할 사람이 없어서 나는 복장이 터지는데.

도대체 글은 어떻게 쓰는 거였더라. 그새 또 올라온 여드름을 뜯으며 새벽 두 시까지 이러고 있다. 오늘 해결 안하면 여드름이 다시 창궐할텐데 휴우.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이 좋아서 (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