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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Feb 22. 2024

취미를 위한 에너지를 사수하는 방법

시간은 아끼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삶으로 만들면 따라오는 것


많은 사람의 고민이다.

'퇴근하면 아무런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에너지 고갈의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냐며,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냐는 말에는 오히려 질문을 바꿔주고 싶다.


"어떻게 시간을 쪼개 쓰는 게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시간을 아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의 쓰임을 두고 싶은 것을 '먼저'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모습을 만들면, 그 시간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그러니 그 모습에 가까워지는데에 시간을 먼저 써야 한다.


지금 우리의 캘린더를 펴보자. 프로젝트 마감 일정, 친구들과의 약속, 특별한 전시나 여행 계획은 빼곡하게 적혀있지만 정작 내가 사수하고 싶은 '일상적인 취미의 시간'은 캘린더에 적혀있지 않다.


운동하기, 건강하게 차려먹기, 글쓰기, 책 읽기. 시간을 사수해 내가 하고 싶은 취미의 시간은 캘린더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에너지를 0%까지 써버린다. 그럼 대부분 회사에서 100% 에너지를 쓰고, 집에는 방전된 상태로 도착하게 되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 분배가 아니라 에너지 분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나의 시간을 내 것으로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4시간을 단순하게 쪼개보면 8시간의 잠, 8시간의 일, 8시간의 나만의 시간, 48시간의 주말.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잠과 일의 시간을 뺀다 하면 나는 평일에는 8시간의 자유시간과 48시간의 주말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하는데, 왜 나는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걸까.


무리해서 시간을 쪼개 쓰기보다는, 내가 있는 공간에서 시간을 제대로 쓰면서 나의 8시간에서는 '내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앞의 글에서 취미는 결국 나의 삶의 가치에 따라 시간을 채워가는 일이라고 했었는데, 결국 그럼 나의 시간과 에너지도 그에 맞춰 움직여 주어야 한다. 그게 나의 가치관에 일상을 얼라인 하는 작업.


얼마 전, 이런 문장을 읽었다.

 시간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시간을 잃는다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아낄지를 생각하지 말고,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면 어떨까'

모두가 시간을 내 것처럼 쓰면서, 원하는 시간의 쓰임대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나도 종종 욕심을 부려, 에너지 0% 상태로 집에 터덜터덜 돌아온다. 그럴 때면 밥 먹고, 싱싱한 과일 먹고 푹 자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아침의 시간을 누린다.


요즘 출근 시간 전 2시간은 내 시간을 충분히 누린 뒤 출근한다. 재택 때는 출퇴근, 준비시간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빛 좋은 날 내 집에서 점심도 건강하게 챙겨 먹고, 아침 시간도 여유롭게 누렸는데 재택이 사라진 이후에는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회사의 정책을 탓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사수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어 신선한 아침 공기 한숨 마시고, 커피를 내려 일기를 쓰고 책을 읽는다. 그날의 문장은 그날 내가 지탱해야 할 지지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하루종일의 질문이 되어주기도 한다. 전날의 경험과 생각을 모두 소화시키고, 오늘의 비어있는 마음과 위장으로 집을 나선다. 그럼 체하지 않고, 하루하루 소화시킨 만큼의 빈 공간을 가지고 새로움을 채울 수 있다. 찌뿌둥함을 깨우기 위해 올해부터는 6분짜리 새천년 국민 체조도 시작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흐르는데,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지 못할 만큼 몰입해서 나를 비우고, 채운다.


그 시간이 있어 회사에서 억울하지 않게 일할 수 있고, 퇴근하고 그 날 만큼의 하루를 또 소화시킨다. 아침에 충전해 둔 에너지가 있어 방전되지 않을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 날은 점심시간에 나를 채운다. 카페에 가거나 공원에 가서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못다 한 작업을 한다.


특히, 피곤한 한 주가 지나면 주말엔 침대에 누워있고만 싶다. 그 마음을 물리치고, 침대 밖 창문 밖으로 나가 자연의 공기를 마시면 '이 좋은 걸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라고 스스로에게 고마워한다. 사람마다 에너지레벨과 컨디션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내려가기 때문에 각자의 상태에 맞게 에너지를 쓰일 수 있는 만큼 움직였으면 좋겠다. 다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먼저 사수해 두고, 꼭 그 시간을 우선순위로 높여두기를.


에너지를 잃기 전에 먼저 내 시간을 사수하자. 그럼 선순환으로 일이 끝나도 에너지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럼 또 그날 줄어든 에너지를 채워나가면 된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일상을 튼튼하게 세워놔야 그 위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끼니를 잘 챙겨먹고, 자야할 때 제대로 푹 자고, 적당한 휴식을 중간중간 쉬어주어야 건강한 체력 위에서 취미를 줄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력 위에서는 나에게 중요한 일을 최우선으로 두고 나머지에는 가지치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달 내가 에너지를 쏟고 싶은 건 ‘글’ 이었다. 독립 출판을 위한 글, 읽고 쓰는 시스템, 위잇북클럽, 2월 한달간 매일 글 발행하기. 그리고 하다보니 좋아하는 매거진에서 연재 제안을 받고, 생활문예대상에 세편이나 응모했다.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내가 쓰고 싶은 방향으로 먼저 쓴 덕분이다.

2월의 다짐

그리고 환경을 바꿨다. 책상이 방 안에 있어 자꾸 들어가는 걸 귀찮아했는데 '읽고 쓰는 모습'을 더 자주 만나고 싶어서 거실 한가운데, 제일 빛이 잘 들고 좋아하는 자리에 책상과 좋아하는 조명을 올려두고 나니 이 자리에 더 자주 앉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환경을 세팅해 두면 나는 더 자주 그 장면에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요즘 나는 이 장면 속의 내가 좋아서, 자꾸 이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된다.
에너지가 바닥나도 들어가고 싶은 장면을 만들어두자. 그리고 에너지가 바닥나기 전에 그 공간에 먼저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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