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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2. 2016

oo동 아지트

군산인지, 목포인지 전라도 어딘가 고향이라던 골목 모퉁이 조그마한 가게의 식당 아주머니는 음식을 참 맛깔스럽게 만들었다.

십여 년도 더 전에, 나는 달콤 쌉싸름한 그녀와 종종 그 집을 들러서 낙지볶음이나 오늘의 정식을 먹고는 했는데, 워낙에 협소한 가게 구조상 뜻하지 않게 우리는 늘 그 집의 안방을 차지하고는 했다. 그 작지만, 푸근한 안방에는 자개로 정성스레 수놓은 큰 가구가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애처가임이 분명해 보이는 남편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등대를 벗 삼아 세상 다 가진듯한 웃음 띤 얼굴로 귀여운 잇몸을 활짝 드러내며 깜찍한 꽃무늬 액자 안에서 웃고 있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우리는 갈 때마다 그 사진을 보고는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는 거의 매번 그 귀여운 잇몸을 드러내며 반기는 아저씨가 음식 주문을 받기 위해 방문을 빠끔히 열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흠칫 놀랐고, 매번 서로가 상의도 없이 낙지볶음이나 오늘의 정식을 주문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역시나 귀여운 잇몸을 드러내며 곱게 방문을 닫고 아저씨가 돌아서고 나면, 우리는 또 소리 죽여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상황은 딱히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욱이 다시 돌이켜보건대 그 아저씨의 훤히 드러난 잇몸은 절대로! 결단코!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고, 위압적이기만 했던, 좁은 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가구는 어떻게 그 좁디좁은 문틈 사이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의아하기만 하다. 그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던 자개의 문양은 또 어떻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우리의 감정은 어떤 정해진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시의 처해진 상황이 그것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는 거기에 기꺼이 반응한다. 그리고 사랑의 감정은, 물론, 그 모든 것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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