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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Dec 31. 2021

2021년을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지난 1년은 참으로 모질고 지난한 한 해였다.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없어 쓸쓸했고, 세 번의 유산으로 몸과 마음이 찢기고 갈리었다. 누군가는 아홉수가 나의 삶을 사납게 할퀴고 지나가나 보다 했다. 실은 나도 2021년을 빨리 흘려보내어 다가오는 새해엔 바닥을 친 내 운이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기를 희망했다.


한 자루의 강력한 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쇠망치로 수천 번 이상 두드리고 숫돌에 날을 갈아야 한다. '나'라는 연약한 사람이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고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강해 지기 위해 어쩌면, 그 흘려보낸 세월이 내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험난했던 아홉수는 이제 산의 정상에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나는 이제 2022년을 향해 나의 첫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아있다.


2021년을 되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일이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한국인 앵커가 미국의 길거리에서 South Korea에 대해 아는지 묻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탄 직후라 적어도 반 이상은 한국을 알지 않을까 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대부분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가 체감했던 한국의 세계적인 인지도였다.


내가 20대 때의 일이다. 외국에 가면 항상 묻는 질문이 있었다. "Are you Japanese(일본인)?" 아니면, "Are you Chinese(중국인)?"였다. 내가 손사래를 치며 나는 Korean(한국인)이라고 얘기하면, 그다음은 꼭 이런 질문을 했다. "North(북쪽) or South(남쪽)?" 딴에는 한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까지 안다고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한 것이겠지만, 나는 항상 기분이 나빴다. 한국은 인지도마저 북한에 밀렸다. 맨날 북한 사람이냐고를 먼저 물어봤으니깐......


그랬던 한국이 지금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단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하다고 한다. 국제원조를 받던 가난하고 피폐했던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이 이제는 모든 개도국들의 희망이 되었다.


지난 G7 회의에 한국이 초청됐을 때에는 쾌재의 미소를 만면에 띄었다.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서방의 외면을 받았던 힘없는 한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배우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일본이 G7 회의에 한국의 참여를 방해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강대국의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출처: Netflix)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주는 쾌감은 상상을 초월한 황홀경을 선사한다. 비영어권 드라마가 할리우드를 뒤흔들고 그야말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요즘 세대들에겐 생경한 달고나 뽑기나 오징어 게임 등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다. "무궁과 꽃이 피었습니다."란 긴 한국어마저 낯선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발음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을 때, 봉준호 감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막의 장벽을 1인치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라고 말이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엔 이제 그 장벽은 허물어지고 없다. 전 세계 사람들 누구나 K-POP을 입으로 흥얼거리고, 한국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내가 영어강사로 일할 때였다. 그때 같이 일했던 외국인 교사들이 한국 학생들은 콩글리시를 쓴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진하게 남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한국인이 영어를 하니 당연히 콩글리시가 되지 하고 자주 이야기했었다. 언어는 문화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미국, 영국, 호주, 필리핀 등 영어를 쓰는 곳에 따라 같은 단어도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한 번은 한 학생이 Bakery란 영어 단어가 잘 기억나지 않아서 bread house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외국인 교사 한 명이 그 단어를 듣자마자 틀렸다며 bakery라고 지적했다. 나는 무슨 우스운 얘기라도 하듯 그 학생을 비웃던 외국인 교사 앞에서 그건 틀린 게 아니라 콩글리시일 뿐이라고 얘기했었다. 한국에서는 빵을 굽는 곳(a building where bread, pastries, and cakes are baekd)이라 하지 않고 빵을 만들어 파는 곳이라 빵집이라고 한다고 말이다.


이젠 그런 설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애교, 반찬, 치맥, 대박 등 영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한국어가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당당히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떡을 이제 어색하게 rice cake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떡은 떡이다.


다가오는 2022년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세계의 꽁무니만 뒤쫓아가던 한국이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다음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홉수로 고통받던 나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될까? 두근두근 설레는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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