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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Aug 16. 2024

여행과 숙소

혼자 여행할 땐 숙소를 그렇게 따지지 않았다. 먹는 것도. 아이랑 함께하니 왜 그리 수영장이 있고 마트가 가까우며 서비스가 좋은 곳을 찾는지 절로 알게 된다. 안 그럼 여행의 질이 떨어질뿐더러 여행 왜 왔나... 집에 가자! 소리가 아이한테서나 나올 테니까.


비용도 조식도 위치도 고려하다 보니 제일 만족도가 높은 곳은 한국인이 아이랑 함께 여행한 곳이다. 함정은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를 수 있다는 것. 서로를 아니 나직이 이야기할 순 있지만, 들떠 말하다 보면 익숙한 말소리, 익숙한 감정과 스토리를 접하게 된다.


첫날 3일은 그린타이거하우스로 정했고 위치는 아쉽지만 음식 서비스 청결 등이 만족스러웠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염두해 준 서비스에서 오는 만족. 아이는 프런트에 무료로 가져가라로 둔 엽서를

고르며 즐거워했고, 4층 루프탑에서 물끄러미 바깥은 감상하기도 했다. 테라스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수영장에 있는 튜브로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만 6세가 안되어 숙소비는 안 받지만 식사비를 따로 받기도 하는 숙소도 있지만 아이에게도 당연히 어른과 똑같이 식사를 제공하였다. 비건도 맛있을 수 있음을 건강한 식사를 하였고 샴푸 린스도 친환경제품, 수영장 물은 락스냄새가 안 나기도 했다. 늘 쓸고 닦는 이들 덕에 쾌적한 환경에서 머물렀다. 우리 집에 가자! 절로 나온 숙소를

경험하고서 다음 숙소로 옮겼다.

주말 야시장과 사원 투어를 염두하고 중심부로 옮긴 곳은 르나뷰 호텔. 1층 방은 넓었으나 방향별 햇빛과 외부 조망이 차이가 크고 뷰가 그래봤다 화분뷰, 대나무뷰, 심지어 그물망 뷰였다. 로비에 피아노도 있고 라탄의자도 있고 식당에서 요청하면 그릇도 빌려주고 하지만 앞선 호텔이 계속 생각날 만큼 한 발짝 늦은 서비스였다. 고단히 청소하시는 분은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노력과 또 다른 고민이 아쉬운지 수영장에선 락스냄새가 났고 바닥에선 하구수 냄새가 어디선가 새어 나왔다. 에어컨 상태가 의심스러워 밤엔 숨이 막힐듯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공사라 신나냄새 페인트 냄새나던 수영장엔 화분이라도 좀 더 심어두지 싶었고, 조식도 몇 가지 안 되어 맛보기도 전에 실망스러웠다. 막상 가져와보면 꽤나 먹을 양과 맛이지만, 만 6세 이하 아이는 따로 돈을 내야 한다기에 이미 마음이 상한 데다 보기에도 몇 안 되는 가짓수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은 많아봐야 2-3팀을 볼까 했다.

숙소를 옮긴 첫날 집에 가고 싶다며 브런치에 답답한 심정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 중 큰 부분이 숙소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거나 방 밖 로비로 최대한 나오며 시간을 보냈었다. 이 5일이 없이 바로 이곳을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침 시장을 오가며 빨리 옮겼으면 했던 반클랑위앙호텔로 오늘 옮겼다. 아침에 얼른 짐을 싸고 미련 없이 체크아웃을 했고 기대에 차 체크인을 했다. 한두 팀이 더 있는지 숙소는 조용하고, 곳곳에 티크 가구와 라탄과 수놓아진 쿠션이 가득했다. 작은 공간에 등과 생화를 놓았다. 방은 아이가 원했던 공주침대로 다시 여행의 흥분이 샘솟았다. 티크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고, 카펫에 누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여행 책자를 봤다. 이래도 즐겁고 저래도 재밌고. 물론 이 숙소가 가장 비싸다. 여행 마지막 3일을 배치했다. 혹여 앞의 여행이 불만족이더라도 풍족히 마무리하고자.

그간 침낭에 바닥에서 자야 했던 남편은 비로소 편한 숙소에 왔다며 좋아했고 나 역시 바로 앞은 캄빌리지이고 시장이 가깝다며 만족했다. 아이가 잘 동안에 나갈 테라스에서 쉴만하고 방 안에서조차 답답할 리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노후엔 이리 방을 꾸며야지 싶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 좀 길게 잡고 보는 우리에게 호스텔에서의 여행도 잘 맞았음 했다. 그러나 더위에 지치고 들어온 숙소에서 아이가 찡찡대다 잠들고 난 뒤 비로소 갖는 내 시간을 좀 더 잘 보내고 싶어 졌다. 그래야 곧 복귀할 일터와 가사와 돌봄이 원활할 테니까.


얼마 안 남았구나. 그간 수영하다 아이 기분 맞추다 숙소 적응하다 이제야 비로소 본격 여행을 시작한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나가는 게 당연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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