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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May 13. 2024

빡침사이에서 한번 멈추기

자비와 공감

주말에 밀린 집안일과 아이의 수영프로그램 라이딩을 하러 다니다 보면 내게 주말이 있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남편은 아프고 그리고 요새 가계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일을 하고 있어 살짝 바쁘다. 그래서 원래도 잘하지 않았던 집안일이지만 이젠 아예 손을 놓았다.


난 남편이 내게 밥을 차려달라고 할 때 솔직히 마음 깊은 곳에서 화남이 올라온다. 어머니는 어떻게 아들을 키우셨기에 아직도 냉장고에서 반찬하나 꺼내서 밥 한 끼 해결 못하게 키웠나라는 원망도 든다. 그리고 매번 식사를 끝내고 나서 몸만 빠져나가는 그 한결같은 모습을 볼 때에도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어제 저녁에는 아들에게 괜히 화를 냈다. '아들아 네가 먹은 건 싱크대위에 넣어두고 씻어서 식기세척기에 넣어둬! 엄마 혼자 다 못해!' 이렇게 호통을 쳤다. 그러다 빨래를 개다가 또 화가 올라와서 아이가 숙제를 할 때 아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까라는 푸념을 했다. 물론 이런 푸념은 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삐져나온다. 엄마 힘들지 하면서 고사리 손으로 빨래 개는 것을 도와준다.


오늘 아침에는 지난번 시어머님이 우리 집에 왔을 때 꺼낸 이야기를 리플레이하면서 난 그들에 대해 '정말 이해할 수 없어'라고 화가 나기도 했다가 '아니야 내가 화를 내면 안돼' 이러면서 그 짧은 순간에 천사와 악마역할을 했지만 내 감정의 동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불변의 법칙'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개인이나 집단 간의 견해 및 시각 차이로 인한 충돌은 역사에서 늘 있어온 인간의 기본적 행동 패턴이다. 그러나 대개는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현명하다. "저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런 견해를 갖고 있을까? 만일 저 사람과 같은 경험을 했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하게 될까? "



갈등 속에서 화를 내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일은 정말이지 고급기술에 해당한다. 그리고 얼마 전 들었던 법문에서 부처님께서는 자비와 관용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인욕바라밀을 실천해라고 말씀하셨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거...아 무지하게 힘들다.


나는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피하거나 아니면 상대를 맹렬히 비난해 왔다. 하지만 이런 관점으로 바라볼 생각을 해 보지 못한 듯하다. 아직은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이 좁고 아집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만약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면 나는 좀 더 그들을 이해하게 될까? 이 빡침이 사라질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개고기 먹는게 너무 원시적이지만 그 옛날 그 시절에는 먹을 것이 귀했던 그 시절엔 또 그게 별 문제가 아니었던 시절도 있었듯이 어머니께서 자녀를 교육시키던 그 시절에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선 안되는 게 문화적 트렌드였겠지. 남편이 그집의 막내이니, 게다가 거긴 시골이니깐 ....그리고, 내가 방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께 말씀 드렸을때, 어머니는 그냥 자기딸들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나에게 말하고 싶었던 거다.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인정을 하고 싶지 않은게 아니고, 내게 시누이들이 자기 동생을 위해 절에 등을 올렸다는 그 이야기를 굳이 그 시점에 내게 말씀하신거라 생각하자. 이해까지는 아직은 멀었다.


나와 그들과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기에 경험도 다르다. 그래서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 교차점이 많이 없는거라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더 많은 드라마를 추가하면 나만 번뇌에 빠지고 만다.


그러니 그냥 우린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그 점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나아가야겠다. 이제 곧 부처님 오신 날이니 이달만이라도 상대의 입장에 대해 공감하고 그들의 견해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런갑다'하고 넘어가보기로 했다.


물론 아직 빡친건 빡친거지만 그래도...이 생각까지 했으니 진전이라 생각한다.


"저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런 견해를 갖고 있을까? 만일 저 사람과 같은 경험을 했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하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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