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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May 29. 2024

인간에 대한 이해

그래 나만큼 아플 수 있다.

지금은 남편이 시기상 아주 바쁜 기간이라 아들의 요청으로 시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사정상 주말마다 집에 가시는데, 그 짧은 주말에도 월요일에 먹을 반찬을 두 손 가득 담아서 오셨다. 항상 그러하시지만 어머님께서는 참 부지런하신 거 같다. 예전에는 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는 게 참 많이 싫었는데, 나보다 좋은 체력을 보고 시샘을 하기도 했는데, 오늘 보니, 시어머니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한때 시어머니를 참 많이 미워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듯하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미워했던 건 내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마주하게 된 새로운 불행에 대한 원망을 누군가로 돌리고 싶었던 내 비겁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 시어머니께서 자식 걱정이 넘치시고, 때론 그게 집착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너무 자기중심적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얼굴을 보자니, 미움보다는 측은함이 많이 느껴졌다.


결혼은 상대방과 그 가문의 운명과 조우하게 되는 엄청난 이벤트이지만 난 그 결혼을 너무 생각 없이 해버린 거 같다는 후회를 참 많이 했었다. 그래서 성급하고 별생각 없었던 내 결정에, 내가 기대하지 못한 청구서가 들이밀어질 때마다 미치도록 남편과 시어머니를 원망하고 미워했다.


오늘에 와서야 어머니가 보인다. 그녀가 참 측은하게 느껴졌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아프다. 어쩌면 그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나에게 철없는 소리를 많이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사람마다 불행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방식이 다르고, 어쩌면 그 아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되면 일상을 살아갈 수 없기에 자꾸만 외면하고 그 인식을 미루는 거 일 수도 있다.  그래 지난 3년간의 고통과 아픔은 나만큼이나 어쩌면 더 크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늘어난 주름과 흰머리를 보니 그런거 같다. 난 남이지만, 어머니는 자식이니깐 말이다.


안타까움


그래 나만 힘들었던 거 아니다.

사람은 일생동안 타인을 얼마만큼 이해하다가 죽을까? 나는 나만 본다고 남의 고통을 바라보지 못한 듯하다. 지나고 난 뒤에야 비로서 보인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고통받고 힘겹게 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설화수 선크림을 하나 주문했다. 이런 걸로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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