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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앞에 잠들지 말라

삶의 태도는 결과가 되어 순환한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나는 미국 속담 가운데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내 돈 앞에 잠들지 말라.(Don't sleep in front of my money)"


유교적 가족 관계 속,신뢰로 얽힌 계약은 집집마다 하나씩 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십 년 전, 아버지는 작은집과 농지 하나를 샀다. 하지만 그 당시 농지는 농민만 취득할 수 있었기에, 명의를 작은 집 앞으로 했다. 아버지는 작은 아버지의 선의를 믿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그 땅을 처분해 생활비로 쓰고 싶어 했지만 작은집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돈은 반반이었으나, 소유권은 작은집이 점유한 상황. 결국 아버지는 을이 되고 작은집은 갑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나며 아버지는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냈고,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에 시달렸다. 분쟁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건강까지 잃으면서 파산을 맞이했다. 경매로 넘어가려던 그 땅을 작은 집이 그 부채를 떠안으며, 이제 그 땅에 대한 소유권은 영영 우리와 멀어졌다.


권리는 요구되지 않으면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작은 집의 선의에 기대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아버지의 선택이 이를 증명했다. 선의를 기반으로 한 계약은 언제든 리스크가 된다. 그 선의는 결국 배신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의 나이브함에 실망했다.


손절과 결단: 미련을 끊는 용기

손해가 확정된 일에 대해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안 되는 일에 미련을 두지 않고 손절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작은 땅을 두고 오랜 시간 이어진 갈등은 가족을 지치게 했다. 나는 여러 번 엄마에게 "그냥 흘려보내라"라고 말했다. 작은 집이 우리와 수익을 나눌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일찍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때 손절했어야 했다. 빚도 갚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믿음을 놓지 못했고, 그 긴 세월 동안 허망하게 노후자금만 축냈다.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와 분노를 더하는 건 어리석다. 이제 이 사건은 '리스크 관리 실패'의 한 사례로 기록하고,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손절은 자신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인생은 단순히 손절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그림에서, 신뢰와 네트망이 우리를 지탱한다.


작은 욕심과 신의, 네트망의 힘.

인생은 복잡하다.

어떤 때는 거짓말처럼 도깨비처럼 돈이 쏟아지다가, 어떤 때는 쌀 한 톨조차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네트망이다. 성공의 순간, 작은 욕심으로 신의를 저버리면 미래는 무너진다. 자산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투자해야 위기 때 받쳐주는 네트망이 생긴다. 가족이든 친구든, 작은 배신 하나가 파도의 방향을 바꿔버릴 수가 있다. 반대로 도덕적 가치를 지키며 관계에 투자하면, 그 신뢰가 안전망이 된다.


인생은 참으로 오묘하며 복잡하다. 우린 삶을 이해하려 많은 이론과 책을 접하지만 그 어떤 이론도, 그리고 책도 아직 인생이라는 복잡한 함수를 풀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엔 내가 쌓은 삶의 태도가 내게 결과가 되어 되돌아온다는 것은 진리다.


삶의 태도: 결과로 돌아오는 순환

모든 것은 삶의 태도로 이어지고, 태도는 결과가 되어 돌아온다. 돈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 신뢰망을 쌓아야 결국 위기 순간을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로 내 권리 앞에 잠들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는 형제의 비정함 앞에서 말문을 닫으셨다. 하지만 나는 그 긴 패밀리 사가 속에서 또렷이 배웠다.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교훈으로 삼아 더 단단한 네트망을 만들 것이다.


이 상처는 결국 약이 되어, 앞으로 내가 만드는 네트망을 더 단단히 엮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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