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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10. 2017

그래픽 디자인을 바라보며

2016년 11월

'유어마인드'를 알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때 난 슬기와민이 쓴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기>를 읽고 K예대 그래픽디자인(이하 디자인)을 지망했고 빨간 하드 커버로 된 <스위스 그래픽 디자인>책을 훑으며 디자인을 선망했다. 당시 현실 어디에도 이처럼 계산적인 디자인은 없었다. 정보를 정리하지 않으면 읽는 것이 어려운 내게, 이것은 매우 유용했다. 그러나 처음 '유어마인드'는 앞서 설명한 디자인보다 더 자유로운 형태에 그 종류도 다양했다. 이때까지는 주로 감성적인 작품들을 파는 곳이라 여겼다.


시간이 흘러 K예대를 졸업하고 운이 좋게 <매거진 파노라마>에 합류하고 이곳저곳 일터를 전전하며 흔히 말하는 사회인이 되어갔다. 곧잘 유용했던 실험적인 태도는 회사 생활하면 가장 먼저 누그러뜨려야 하는 것이 되었다. 전혀 다른 분야를 다룬 사람들과 섞이며 저마다의 확고한 감각을 확인했다. 이로써 끊임없는 자기검열과 설득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피곤해지기 싫으면 상대가 원하는대로 맞추면 된다 - 맞추지 못했을 때 벌어진 일들이 많이 쌓여갈 때 비로소 마음먹었다. 제대로 된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책했고 보편적인 것부터 먼저 챙기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이렇게 점차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어갈 때에, 그럼에도, 옛날 울타리를 잊지않게 한 것은 '유어마인드'였다.


장르 구분없이,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잃지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제대로 된 또 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지속가능성이 가능한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매거진 파노라마>를 햇수로 4년동안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정리하면, 앞으로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더이상의 시도가 귀찮은 환경에 속하더라도 "머무르지 않길" 원한다. 처음 갖고 있던 울타리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여러 시도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길 바란다.


내가 속했거나 속해있거나 속하고 싶은 모든 세계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무력함이 교차하는 요즘, 첫눈 맞은 일민미술관 파사드는 외려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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