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지구를 휩쓸어도
하나에서 둘이 되었고 두 쌍의 부모가 생겼다. 친척이라 해봐야 부천에 사는 외갓집 식구 들이 전부였는데 이젠 여기저기에 생겼다. 며칠 전 그렇게 생긴 가족으로부터 새로 보험 리모델링을 받고 "우리 가족이 된 걸 환영해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흥원창에서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온 예비 남편과 나는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우리가 어쩌다 결혼을, 부부라는 관계를 선택했는지 서로에게 물으며 이런 저런 계기를 끌어 모은다. 아쉽게도 극적인 순간은 없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듯 자연스럽게... 이게 전부다. 살아온 나날과 살 나날을 얘기한다. 누군가는 결혼은 산 넘어 산이 반복된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결혼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혼이 아닌 건 비현실인건가) 전염병이 지구를 휩쓰는데 결혼식과 청첩장이 웬 말인가 싶다가도 전쟁 중에도 태어난 생명들을 생각한다. 두꺼운 세상이 납작해진다. 납작해진 세상은 청첩장이 된다. 청첩장을 앞에 두고 예의와 무례를 번갈아 생각한다. 축하한다와 고맙다는 말이 허공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