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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진 Apr 29. 2016

사랑도 지워질텐데


                                                                               

무릎 꿇어 경건하게 무언가를 그리는 그의 어깨 너머엔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너무나도 팬시하고 기교없는 그림에 약간 허탈했지만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무슨 그림이든 어떠랴. 
방구석에 앉아 졸라맨 한번 그리고 집어치운 나보다는 
그가 바로 예술가인 것을.
지워지고 말 파스텔화가 마음에 오래도록 걸렸던 건, 
사랑도 곧 지워지고 말 거라는- 그 때의 내 시니컬한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09.5.3 런던 내셔널갤러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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