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님, 적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적'이라는 표현을 대단히 많이 사용합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쓰지 마라, 쓰면 안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지나치게 반복되는 표현이 많은 문장은 정말이지...
아무튼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문장력=어휘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적, -적이 반복되는 문장은 어떠신가요? 만약에 두 줄 정도의 문장에 -적이 세 개, 네 개 반복해서 나오는 문장을 또 어떨까요?
만약 '일상적'과 '흔히', '주로'라는 단어를 모두 알고 있다면, 단락 혹은 글 전체에서 일상적이라고 반복해서 쓸 필요가 없겠죠. 제 다른 글인 '경우'에서 지적했듯이, 반복은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그렇다고 병처럼 무조건 배제할 필요도 없습니다.
개화기 이전의 우리말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인 탓에 무조건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한자어의 대부분은 일본이 메이지 시대에 영어나 독일어를 번역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많이 아시죠. 일종의 번역투이고(번역투의 번역투인가?), 한중일에서 모두 쓰이고 있습니다.
개화기 이전에 쓰이지 않았다기보다는 쓸 일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 사전 속의 '-적'
우선 '-적'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접사.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예) 가급적. 국가적. 기술적. 문화적. 비교적. 사교적. 일반적. 전국적.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접미사.
1. 주로 추상적인 뜻이나 동작,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서술성 한자어(漢字語)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상태로 됨’, ‘그런 성질을 띰’, ‘그것에 관계됨’ 등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
예) 국제적인 관심사. 그녀의 이야기는 항상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2. 주로 추상적인 뜻이나 동작,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서술성 한자어(漢字語)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상태로 된’, ‘그런 성질을 띤’, ‘그것에 관계된’ 등의 뜻을 더하여 관형사를 만드는 말.
예) 과학적 사고
위의 예를 보시면, '어!? 이건 어떻게 바꿔'라며 고민하게 될 법한 표현이 많습니다.
근데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표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꾸준히 '-적'이 붙는 표현의 대체어를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굳이 -적을 붙일 필요가 없는 표현만 주의하시면 충분합니다.
| '-적'을 붙일 필요가 전혀 없는 표현의 예
과학적 지식 - 과학 지식 / 신체적 반응 - 신체 반응 / 몸적으로, 마음적으로 - 몸으로, 마음으로
개인적 취향 - 개인 취향 / 무조건적으로 - 무조건으로 / 동시다발적으로 - 동시다발로
자연적으로(일본어에서조차 쓰지 않는 표현) -> 자연히 등.
'감동적이다'도 그냥 '감동이다'라고 하면 안 될까요?
| 다른 표현들
일상적 - 흔히, 주로 / 대대적으로 - 크게 / 구체적 - 자세히, 상세히
무조건적인 사랑 - 조건 없는 사랑 / 일시적 - 한때 / 교육자적 - 교육자다운
산화적 존재 - 신화 같은 존재 / 감각적인 문체 - 감각이 살아있는 문체
시간적, 공간적 제약 - 시간과 공간의 제약 / 전국적으로 - 전국에 걸쳐
전국적인 모임 - 전국 규모의 모임('국가적'도 '국가 규모'와 같은 식으로 쓰면 될 듯)
기적적으로 - 기적처럼, 기적같이 / 마니아적 -> 마니아 취향의
수비적인 경기 운영 -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 / 가급적 - 되도록(이면)
예로 든 표현들을 보시면, 의미가 함축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번역은 1 : 1식 단어 매칭이 아니라서 부득이하게 두리뭉실해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외국어로 길게 쓴 한 문장을 한 단어로 끝낼 수도 있고, 반대로 하나의 단어를 번역하려고 길게 쓸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원어의 문체를 유지하면서 우리말에 맞는 문장으로 재현하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니다 보니, 초월 번역이라고 칭송받는 작품들이 간혹 나옵니다.
'진취적', '가시적'은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아무튼 여러분의 문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해 보세요.
*커버 이미지는 코파일럿으로 생성한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