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괄호 필요합니까?
굉장히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 문장 끝에 괄호가 있거나 하면 이상하게 처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각도를 조절합니다(오른쪽 아래 그림).
보통 괄호는 문장에서 특정 단어를 설명하거나 문장에 참고할 내용을 덧붙이는 용도로 쓰입니다. 위의 문장도 아래에 있는 어떤 그림을 참고하라고 알려주는 용도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단어나 용어를 꼭 써야 하는데 주석을 쓰기는 그렇다 할 상황에서 '단어(쉬운 표현)' 혹은 외래어의 원어 표기가 필요하다 할 때 '외래어(원어 표기)' 같은 식으로 다양하게 씁니다.
이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형태로 쓴 문장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특히 웹소설에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목격되었던 문제는 아니고 근래에 많아졌습니다. 유료로 연재되는 작품이면 관리하는 회사나 편집자가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최근에 구매했던 여러 책에서도 발견되었던 문제점이고요.
틀린 유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틀린 예 1) 각도를 조절합니다. (오른쪽 아래 그림)
마침표는 말 그대로 문장을 끝마쳤다는 뜻입니다. 뒤에 따라오는 문장과 구분되니, 굳이 괄호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별도의 문장으로 성립되기 어렵고, 문장의 보충하는 의미라면 '다' 뒤에 붙이고 괄호 끝에 마침표를 써야겠죠.
혹시나 부호를 이어서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오른쪽 아래의 그림처럼 각도를 조절합니다'라는 형태로 문장에 함께 쓰는 것이 적합합니다. 저는 실용서를 주로 번역하니까, 지면에 여유만 있으면 주석도 문장에 녹이는 식으로 처리합니다. 제 취향이지만 그냥 쓰윽 읽고 지나갈 수 있는 문장을 선호합니다. 천편일률로 밋밋한 느낌이 되기 쉽지만, 작업 과정을 나열한 문장에 굳이 저자의 문체를 남겨둘 필요가 없잖아요. 물론 간혹 에세이 느낌의 책들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이라도 그냥 남겨둘 때도 있습니다.
틀린 예 2) 각도를 조절합니다(오른쪽 아래 그림.).
이것도 괄호의 역할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괄호 안의 내용은 문장의 일부일 뿐 별도의 문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괄호 안에는 마침표를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봐도 문장 끝부분이 난감해 보이잖아요.
| 수정 예
국내에서 이런 논픽션을 찾아볼 수 없는 건 왜 그럴까 고민했다. (가벼운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출입처나 관련 주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자기 생각을 쓴 글이나 책은 여기서 다루는 '논픽션'이 아니다.)
-> 여기도 첫 문장과 이어지는 문장 사이에 괄호의 문장이 들어가면 연결이 어색하므로 괄호로 감싼 듯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괄호의 문장은 논픽션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보충하는 내용입니다. 위에 설명했듯이 문장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고민했다(-----).'가 되어야 합니다. 주석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
| 원인을 뭘까?
이것도 일종의 습관이고, 괄호의 역할이 뭘까 하고 한번쯤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탓일 수도 있습니다. 번역된 책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원서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똑같이 번역하고 편집해서 책을 출간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뭐, 굳이 괄호를 쓰지 않아도 되게 글을 쓰면 좋죠. 외래어나 전문 용어를 썼고 간략하게 설명이 가능하면 뒤에 괄호를 붙여도 좋고, 보통 설명이 길면 주석으로 처리하지만, 인터넷은 그런 기능이 제한되면서 괄호를 많이 쓰게 되지 않았을까요.
정리하면, '괄호는 문장의 일부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