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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 Oct 05. 2020

29살의 내가 28살의 나에게.



2019년 11월 2일 토요일.


 문득 내가 너무 어두운 사람은 아닌가 걱정한다. 나도 해맑게 사랑을 하고 (사랑을 주고받고)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귀여워하는 밝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노상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걱정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잘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을 빠른 시일 내에 찾을 수 있는지도 걱정이다. 

 나는 칭찬받는 것에 목마르지 않고 미움받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이야기하곤 하지만, 실상은 누구에게도 나를 인정받지 못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날 지배한다. 권력에, 명예에 욕심이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 아무런 족적을 남기지 못할까 두렵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수적인 사람이라 나를 표현하지만, 요즘의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어딘가 처량하고 심심하고 어쩐지 내키지가 않는다. 요즘의 나는 이렇듯 모순에 가득 차있다. 모순이란 나의 생각과 행동에 일치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내 내면의 중심이 무너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잠깐, 언제는 있었을까? 그 Core라는 것. 원래 없었던 것 아닐까. 아닌가. 잠시 방황과 함께 무너진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 삶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이룰 것인가.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문득 작년 일기장을 보다가 내가 작년 이맘때 저렇게 심오한 고민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에 꽤나 놀랐다. 그리고 그날의 내가 고민하던 것들이 지금은 그다지 고민스럽지 않다는 점에 한번 더 놀랐다. 약간 웃음도 났다. 28살의 내 고민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과거의 치열했던 고민들도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이지만 이렇게 한 번씩 체감할 때에서야 그 약효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참 생각이 많다. 한 가지 현상을 목격해도 백가지 다양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그 생각들이 고민으로 이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의 일기는 첫째로, 28살의 나에 대한 기특함이 먼저 떠올랐다. 그날의 고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겠지. 둘째로, 지금의 고민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저축, 결혼, 커리어... 철학적인 고민이 많았던 고민과 다르게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진 것 같다. 셋째, 역시 기록의 힘은 위대하다. 작년의 나를, 5년 전의 나를 지금의 나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역시나 나의 기록이다. 서른 살의 나는 또 다르겠지. 작년과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면 나의 Core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것을 찾고 소중하게 유지하는 것의 연속적인 과정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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