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와 문장 사이에서
나는 지금 아동문학 작가로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준비 중’이라는 말에는 아직 나를 모르는 이들이 많고, 성공하지 못했고, 생계가 쉽지 않다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원고를 투고하고, 답장을 기다리고, 종종 거절 메일을 받는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나는 쓰는 일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쓰고 싶다. 이 일이 재미있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건네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늘 같다. 생계.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글쓰기 선생님으로. 그리고 무인 가게를 운영한다. 사람들은 무인주문기(키오스크)로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고, 그 시간 동안 나는 글을 쓴다. 조용한 틈을 벌어, 문장을 쓴다. 돌아보면 낯선 방식은 아니다.
방송작가로 막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열정은 넘쳤지만, 벌이는 형편없었다. 방송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개인 과외를 하고, KT 텔레마켓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러 일을 병행하며 버텼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버티는 시간이 쌓이면, 일이 나를 부르기 시작한다는 것. 조금씩 페이가 오르고, 신뢰가 생기고, 그렇게 나는 방송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방송작가로 쭉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년의 방송작가 일을 마감하고 나는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다. 방송계는 점점 젊어지고 나이든 작가와 일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100세시대. 나는 나의 길을 하나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나는 초보 아동문학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가 때로 답답하고, 주머니도 여의치가 않다.
남편도 비슷한 이유로 일을 바꾼 적이 있다. 자동차 공업사에서 한창 돈을 잘 벌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몸을 혹사하는 일, 기계와 용접 사이에서 망가지는 건강을 보며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오래 살아가는 삶 말이다. 그때 주변에서는 물었다.
“왜 잘 벌 때 바꾸느냐고.”
“조금 더 나이 들고 바꿔도 되지 않느냐고.”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무너질 수 있을 때 무너져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나이 들어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기 더 어렵다고. 지금 실패하고, 주저앉고, 다시 성장해야 한다고.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답답하고, 눈물이 나는 날도 정말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 과정 안에서 남편도 나도 헤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인생의 성공 법칙 하나는 안다고 생각한다.
고난이 없는 성공은 없다는 것.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20대, 3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의 이 과정도 분명 비료가 될 것이다. 아동문학 작가로 다시 시작한 지금의 쓰는 시간들, 생계를 위해 병행하는 이 모든 일들이 작가로서의 기틀을 만들어 주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쓰레드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쓰는 일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그 경험들이 결국 자신의 글을 지탱하는 재료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친하게 지내던 한 아나운서 언니도 비슷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시절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경험 덕분에 청취자와 시청자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공감은, 편안한 삶이 아니라 겪어본 삶에서 나온다는 걸.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해본다. 지금을 탓하지 말자고. 지금은 우리가 쌓아가는 단계라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오직 글만 쓰며 사는 일이 아니라, 글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도 도착할 것이다. 그때 돌아보면 이 시간들이 가장 단단한 밑바탕이 되어 있을 거라고, 나는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