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경험한 스타트업, 대기업, 외국계 리더 및 조직원들 인터뷰
이 아티클은 UNION_B에서 구조조정을 직접 경험한 스타트업/대기업/외국계 기업의 대표님들, 리더님들, 조직원 분들의 경험을 깊이 있게 인터뷰하고 Lesson & Learn을 도출하였습니다.
리더십 수업에 동기부여나 팀빌딩은 있지만, 구조조정을 가르치는 곳은 없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팀을 이끌어야 할 현실적인 시점임에도, 직접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학습하기도 어렵죠. 자주 할 수도 없고 솔직하게 오픈되는 내용도 아니니 경험의 전달도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구조조정은 '비용 효율'의 관점으로 진행되지만, 이 아티클에서는 구조조정을 경험한 대표, 리더, 조직원들을 인터뷰하면서, 조직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고 조직을 다시 리빌딩하는 시점에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고찰했습니다.
구조조정을 인원 감축과 경비 축소의 관점에서 워크아웃(work-out)이라 표현합니다. 과다한 자산과 채무 등의 군살을 없애고 건전한 재무구조로 바꾸는 것을 말하는데요.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이라는 단어가 구조조정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입니다. 이 시기는 기존의 조직 구조로는 빠른 변화에 살아남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사업 구조에서 새로운 조직 구조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죠.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위해 사업의 구조와 그에 맞는 조직을 다시 설계하는 것
의미는 굉장히 좋지만, 실상은 이 과정으로 조직은 아픔을 겪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지점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이 경험을 직접 경험한 대표, 리더, 조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생각해볼만한 인사이트와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구조조정을 경험한 대표, 리더, 조직원들은 여러 전조 증상을 통해 위기가 도래했음을 이미 수개월 전에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기를 대응해 미리 시뮬레이션을 한 회사도 있었고 진행하지 못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파트너사들이 무너지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긴축 경영을 시작했고 회사가 작년부터 미리 구조조정을 대비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들었다" - 조직원 인터뷰
"투자사가 미리 대비하라 워닝 사인을 주었고, 다음 시리즈의 투자를 받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 대표 인터뷰
대부분 인터뷰 초반에는 '진행 절차의 공정함'이 가장 중요하다 언급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사실 모두를 100% 만족시키는 공정성은 어렵다고 인식했습니다. 이것은 대표도, 리더도, 조직원도 모두 동일하게 언급했습니다.
"구조조정 자체가 어떤 설명을 들어도 불충분하더라" - 조직원 인터뷰
"무슨 말을 어떻게 설명해도 불만과 의심이 있었다" - 대표 인터뷰
보통 CEO 또는 HR이 인원 감축의 이유와 목표를 전체에 공개 설명한 이후, HR 또는 리더 단으로 내려와 개별 대상자와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은 왜 구조조정을 하는지는 어느 정도 수용했습니다. 사전 대처를 잘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인식했죠.
그러나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대해서는 리더의 스타일마다 진행 방법에 차이가 존재했고, 이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도 달랐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스타트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모두 조직 크기와 업력에 상관없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직원과의 소통 전략과 방법론이 부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리더 또는 조직의 스타일에 따라 전달 방식에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우회적으로 돌려서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원하거나,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언급하거나, 회사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등, 조직의 분위기와 리더의 스타일에 따라 스타일에 차이가 있었고 이것은 다르게 전달되고 다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또 HR이 직접 진행하는 경우와 리더(팀장)가 진행하는 경우에도 전달방식에 차이가 있었는데요. HR은 공식적인 내용과 처우 중심으로 진행하는 반면, 리더(팀장)는 함께 일하던 팀원에게 비공식적 내용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 리더가 개입하는 경우 리더그룹에게 스트레스가 발생했으며 어떤 조직에서는 리더의 퇴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조직의 성격은 바뀌고 구성원의 정체성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감, 분노 등의 감정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이되었고 조직은 무기력해지고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소문에 민감한 상태로 바뀌었습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소문이 돌고 카더라 통신이 돌았다. 이런 소문들로 서로 날이 서 있었다."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지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 조직원 인터뷰 중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한 대표들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조직 분위기였다고 말했으며 어려운 시기에 조직경쟁력이 더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말이 어디서 샜는지 모를만큼 소문이 나서 메시지를 전할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조직 분위기가 와해되었다"
"이제 문 닫으려나 보다 이런 생각을 가질까봐 걱정되었다"
- 대표 인터뷰 중에서
조직의 상태가 바뀌면서 그동안 조직과 자기 비전을 일치시켰던 사람들은 조직과 나의 관계를 분리시켰고 스스로 부속품으로 느끼는 등 자기 인식과 정체성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본인이 구조조정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이전에는 회사와 나는 같이 성장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언제든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속품이고 언제든 갈아치워진다"
"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으니 내 살길을 내가 찾아야겠다"
- 조직원 인터뷰 중에서
그렇다면 구조를 재조정(Restructuring)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미 경험한 대표, 리더그룹과 조직원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구조조정 진행 시 대부분의 회사는 긴축경영을 먼저 시도한 후 마지막에 인원 감축과 조직 개편을 진행합니다.
이 중에서 '1:1 면담 단계'는 HR 또는 리더가 대상자와 첫 대면하는 자리로, 이 단계의 불만족은 회사가 전반적으로 '노력했다' vs. '미흡했다'로 평가를 갈리게 하는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왜냐하면 앞 단계에서 불충분한 소통이 대면 단계에서 채워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인데요. 여기에서 부족한 소통이 회사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따라서 1:1 면담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내용을 전달하는 HR과 리더의 소통 역량이 이를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모두에게 100% 공정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면, 무엇이 조직의 리스터럭쳐링(Restructuring)에서 중요할까요? 인터뷰 초기부터 '공정성'은 모두가 언급한 중요한 단어였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공정함'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즉, 인력 감축의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핵심 인력인가에 대한 기준이며, 잔류 구성원에 대한 기준의 공정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잔류 구성원의 기준을 얼만큼 공정하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포춘지의 100대 기업 선정에서 신뢰가 인덱스로 사용될만큼 경영에서 '신뢰'는 자산으로 여긴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신뢰를 자산이라 부르는 이유는 신뢰가 나의 행동에 따라 정직하게 쌓이는 축적물(신뢰자본)이면서 동시에 나에 대한 기대감(신뢰부채)의 반영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원과 회사가 서로를 '신뢰'하면, 설명이 안되는 모호함을 줄이고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할 때에도 서로 설득할 시간을 줄이게 됩니다. 당연히 신뢰는 업무의 태도와 성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무형자산입니다.
인터뷰한 대표 및 리더그룹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식적인 소통 외에, 비공식적으로 잔류 구성원들과 별도의 시간을 가질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한 구조조정 실행 시 Bad cop과 Good Cop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직원들과 계속 업무를 진행할 리더가 Good Cop의 역할에 설 수 있도록 회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부정적인 감정은 전이되며 조직이 예민하게 바뀐다면 이 과정을 잘 진행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대표그룹과 리더그룹에게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Tip 1. 구조조정은 다시하지 않을 만큼의 규모로 가장 빠르게 진행할 것
짧게 진행하지 않으면 길어진 기간만큼 조직의 신뢰가 무너져 회복기간이 더뎌집니다. 따라서 최대한 짧게 진행해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Tip 2. 절차는 투명하게 오픈할 것
모두에게 100% 공정하긴 어렵지만, 진행 절차를 오픈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투명하게 과정을 오픈하면 구성원들과 회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빠르게 회복할 탄력성이 생깁니다.
Tip 3.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체를 사용할 것
일부 대표와 리더그룹들은 '평소엔 성과를 구체적으로 얘기했지만, 구조조정의 순간에서는 일부러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법이 옳고 틀리다를 떠나, 대면의 순간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형태의 대화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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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이후 부정적 감정이 확산되고 신뢰관계가 깨진 조직에는 상당한 후유증이 존재합니다. 회복의 기간은 언제나 더디며, 때로는 대표와 리더그룹의 동기부여마저 꺾어 어렵게 재정비한 조직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구조조정이 군살을 제거하는 워크아웃(work-out)이 아니라, 바뀐 환경에 맞게 조직을 재설계하는 진정한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으로 거듭나려면, 신뢰를 회복하는 소통 전략을 수립하고 비용의 시뮬레이션 뿐 아니라 갈등과 신뢰를 관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뮬레이션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링크
2) 기업 구조조정 후 잔류 구성원이 지각하는 신뢰가 직무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