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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May 22. 2019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생선가게 뮤지션 님께


상담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제가 뮤지션 님께 어떤 조언을 해 드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음악에 쏟으시는 애정을 보면, 어떤 것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뮤지션 님은 저보다도 잘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뮤지션 님께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괴로운 순간은, 자신의 선택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라고 하지요. 음악가의 꿈을,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잊지 못하면서도 포기할 방법을 물으시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내려놓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뮤지션 님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 적어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꿈을 잃은 이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는 이의 꿈을 빼앗는 것도, 오랫동안 그 분들을 괴롭힐 테니까요.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도, 꿈을 빼앗은 이들을 사랑하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노래를 그만두는 것은, 아픈 아버지를 위해서, 생선가게를 위해서여서는 안 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를 위한 선택을 할 때에만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더 많이 음악을 사랑하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기회가 남지 않을 때까지, 더 이상 노래하고 싶지 않을 만큼 진절머리가 날 때까지 노래해 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조금만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남아 고민이라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음악을 조금 더 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포기하기 좋은 구실을 찾는 것은 잠시 옆으로 밀어 두시고, 어떻게 하면 ‘두 번 다시 이만 한 사랑은 못 할 거야’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랑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격렬히 사랑할 때만이, 우리는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연인을 사랑해도 이별을 통보 받을 수 있지요. 하지만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해 보았다는 사실은 남아 우리를 편하게 해 줄 거에요. 언젠가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바닷바람에 녹슨 기타를 퉁기는 대신,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보았던 지난 날의 이야기를 손님의 장바구니에 담아드릴 수 있겠지요. 


삶은 끝나지 않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지난 것들을 뒤에 놓아두고 길을 떠나는 일을 반복하는 것같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만 만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동화 속 왕자님 이야기나, 대학에 가면 다 해결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지요. 


지금의 시간들이,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삶의 자국을 남길 거예요. 어떠한 경우에도 그 자국만은 남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에서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 외롭거나, 아프지만 않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생선가게 뮤지션 님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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