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추'를 시작하며....
#1
창 밖은 가을이었다. 온전히 붉게 물든, 완연히 영롱한 빛의, 그 맘때 다운, 그 날씨였다. 창 안 풍경도 그랬다. 사무실. 그러니까 그들이 밥벌이를 위해 일 하는, 그 공간도 그랬다. 온전히 그리고 완연히 무르익었다. 사람과 사람 간에 대한 얘기다. 그들은 온전한 선의와 완연한 친밀감으로 맺어진, 일종의 연대 같은 것이었다. 창 밖의 운동장 너머 산등성이가 붉게 물들고, 이내 낙엽으로 저무는 동안, 그들의 가을은 충만했다.
그렇게 한 시절을 보냈다. 화려한 시절이었다. 칼바람 매서운 어느 날, 돌아보니 그러했다. 그래서 남기기로 했다. 활자로, 사진으로.
#2
이 책은, 이 글과 사진들은 그 충만했던 감흥에 대한 감사이며, 다신 없을 그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자, 각자 생의 결절점에 만나 같이 여러 고충을 겪으며 함께 울고 웃은, 그리고 벼랑 끝에 있던 내게 더없이 큰 힘을 준, 그들에 대한 내 나름의 조촐한 헌사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만추'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