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만추 03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단 Jun 08. 2020

양수리

양머리고기 향 가득한 정수리 냄새




2019.11.2.(일) 오후 2시쯤이었다. 주말근무 나온 이는 y, k, c. 이렇게 셋이었다. 이들은 일은 일대로 하며, 아무 주제로 지극히 산만하게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 나온 주제가 양고기였다. 그리고 대화 전개상  ‘그 메뉴를 잘 먹느냐'로 이어졌다. 누군가의 질문에 일제히 그렇다와 아니다를 나뉘는, 선택의 시간이 왔다. y는 본인이 먹어본 각종 양고기 가게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색한 향과 식감은 아니었다. 구구절절 따져보자면, 최상의 메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심하게 가릴 것까진 아닌, 벚꽃엔딩 같은 메뉴다.(딱히 찾아 듣진 않지만, 들리면 따라 부르고 흥겨워하는 그런...) y는 그런 의미에서 양고기를 향한 자신의 호의적 의사를 내비침과 동시에 모처의 식당을 추천했다. 

k는 즉각 반응했다. 본인의 주류생활의 중심지인 '그 동네' 안에 있는 식당이었다. 자신이 접수한, 그 구역(소위 나와바리)이라면 본인이 모를리 없다는, 그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이다. 아울러 양고기는 비려서 별로라는 불호 표시도 함께. 

y는 그 식당은 괜찮다고 하며, 소고기 식감과 비슷하다 회유하려 했으나, 평소 호불호 확실한 k는 아래와 같은 비유로 양고기를 향한 자신의 극렬한 비호감을 확신했다. 


“양고기 향이 머리 안 감은 날의 정수리 냄새 같아서 싫어요.” 


그와 동시에 k는 미간을 찌푸리며, 본인의 정수리 위로 한 손을 올려 휘휘 젖고는, 이내  코 앞에 대고는 킁킁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y는 감탄사와 함께 물개박수를 치며 이렇게 외쳤다.


“표현력 좋습니다. 제 점수는요? 창의력 8점 드립니다!”


얼마 후였다. k가 늦잠 자는 통에 화장은 커녕, 머리도 못감고 헐래벌떡 출근했다. 놀릴 찬스 놓치는 것을 배송 예정일에 오지 못한 택배만큼이나 참지 못하는 y는 머릿결에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k를 보며 이죽거렸다.


"오늘은 k의 정수리에서 양고기 냄새가 진동하겠군요. 후후."


양고기 향 가득한 정수리 냄새. 일명 양수리되겠다.

이전 02화 등장인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