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의 수난기(상)
최근 부쩍 출근이 늦어진 y 대신 사물실에서 두 번째로 일찍 도착하는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c였다.(항상 일등은 L의 것이다.) 차가 없는 c는 다 같이 퇴근하면, 가장 늦게 집에 들어갔고, 가장 먼저 일어나 새벽이슬 맞으며 버스를 타야 했다. 전형적인 외딴 지방의 뚜벅이 직장인이었다.(최근에 차를 샀다하니 뭔가 아쉬운 건, 보나마나 놀릴거리가 하나 줄었기 때문이리라.)
1월 중순. 사무실의 1등 출근자는 언제나 L이었고, 그날도 그랬다. 앞서 말했듯이 부지런한 C는 2등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고, L과 눈이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 c는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도 없잖아?”
L은 그 동그랗고 큰 눈으로 그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다음날, y가 사무실 문을 연다. 차례로 L과 c와 k와 눈을 마주치고, 인사말을 건넨다.
“아무도 없잖아?”
이곳의 생활이란 보통 이런 식이다. 진지함을 찾기란 살집 두툼한 택배원을 보는 것만큼 요원한 일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