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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Oct 31. 2020

마을회관은 그런 곳이 아니다

2020년 제4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in 당진

마을회관은 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주민들이 모여 잔치도 열고,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 결정하고, 일상적으로 음식을 나눠먹으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정보를 나눈다. 마을회관은 마을 자치와 공동체 활동이 실현되는 장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을 어르신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여러 연령대의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서로 만나 안부를 묻기에는 불편한 공간이다. 이제는 마을회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경로당’ 기능만 남아 있다.


지난 8월 28일 오후 2시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 장정리 문화공간에서 ‘마을회관의 실태와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2020년 제4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열렸다. 


모든 주민이 이용하는 마을회관, 가능할까?


대부분 마을 회관은 주방과 넓은 거실, 할머니, 할아버지방이 따로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온돌방에서 어르신들이 편히 누워서 쉬거나 때로는 화투나 윷놀이로 여가를 보낸다. 마을회관이 처음부터 이런 경로당의 모습은 아니었다. 마을회관도 시대의 변천사에 따라 변해왔다.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김옥선 팀장은 빈 건물로 방치되어 있는 1960~70년대 마을회관부터 세월을 거듭하며 변화해온 마을회관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그 건물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홍성군 서부면 이호리 산수동마을은 현재 마을회관까지 세 번에 걸쳐 마을회관이 들어섰습니다. 1970년대에는 주민들이 마을 길가에 나무를 베어서 목재로 가공해 직접 지었습니다. 두 번째 마을 회관은 1980년대 초에 정부에서 시멘트를 지원받아, 주민들 손으로 직접 만든 회관입니다. 예전에 지은 마을회관의 내부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넓은 공간에 의자와 칠판뿐이었죠.”


이에 대해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회관은 입식이었다”며 “모여서 회의하고 교육받는 것이 핵심이라 옛날 교실 형태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을회관을 짓는 과정이 마을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가늠했다”며 “땅을 얼마나 희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면적이 달라지고, 마을이 단합이 잘 되면 행정에서 자재를 지원받더라도 부역 형태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직접 지었다”고 말했다. 


현재 어르신들만 이용하는 마을회관 모습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고령화가 되고 농촌이 피폐해지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마을회관을 직접 지을 수 없게 되자, 이제는 마을에서 땅만 마련하면 건물은 정부가 지어준다. 


전기료, 난방비 등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노인회를 통해 지원되는 경로당 운영비로 마을회관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한 건물에 마을회관과 경로당 간판이 함께 걸리게 됐다. 마을회관이 마을 자치 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로당만 남게 됐다. 결국 마을회관은 마을 공동체의 힘이 약해지는 과정과 함께 변화해온 것이다. 


복지와 커뮤니티, 한 지붕 두 마리 토끼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 역시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마을회관은 노인 복지시설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로당에는 비교적 젊은 주민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활동하기는 힘들다. 


충남도 공동체정책과 김영우 주무관은 예산군 365개 마을회관을 돌면서 느낀 점을 발표했다. 김 주무관은 “마을회관이 노인정으로만 이용되니까 청년이나 중장년은 거의 가지 않는다”며 “세대 간 소통,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기능은 사실상 거의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농촌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회관은 별도로 있어야 한다”며 “노인정은 복지시설로 가고 마을회관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는 것이 좋다. 예전 마을 구판장에 사람들이 모였던 것처럼 이제는 마을 카페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건축물을 넘어선 개념으로 마을회관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자인 센터장은 “마을회관을 단순히 건축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며 “예전에는 건물뿐만 아니라 느티나무 아래, 빨래터도 마을 주민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토론하던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관 옆에 빈집이 나오면 아이들 공부방으로 쓸 수도 있다”며 “하나의 마을회관 건물 안에 여러 가지 기능을 다 담으려고 하니까 오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당진시 공동체새마을과 최민화 새마을팀장은 “마을회관을 복지공간인 동시에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가능하다”며 한 건물에서 여러 기능을 담는 것은 건축 설계 측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당진시는 2021년부터 1개소 당 3억5,000만 원을 지원해 ‘경로당+마을회관+복합공간기능’이 융합된 새로운 마을회관 신축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현재 이를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최 팀장은 “공동급식실, 공동작업장, 건강관리실, 작은 도서관 등 마을회관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다목적 공간으로 새로운 마을회관을 신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팀장은 “마을회관의 모든 기능을 담는 것은 아니고, 그 마을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기능 몇 개만 복합적으로 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해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마을회관에 다양한 기능을 담더라도(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마을회관 운영비를 노인회 경로당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가 문제다. 청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노승복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운영비의 주인이 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자인 센터장은 ‘마을공동체 수당’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메인이미지 출처 :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김옥선 팀장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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