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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맑음 스튜디오 Dec 15. 2022

청년마을 컨퍼런스에서 깨달은 것

컨퍼런스 <2022 Y-LOCAL CONFERENCE>에 참여하다

  행정안전부에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의 (각 지자체 기준) 청년들에게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을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공모에 선정된 단체 혹은 기업은 전국에서 3년간 매년 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2022년도까지의 위 사업을 통한 성과공유회를 충남 공주시에서 3일간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나는 세 가지 질문에 모두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컨퍼런스가 열리기 1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앞선 글에서도 짧게 설명하며, 이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고향을 둘러보았다. 컨퍼런스를 보기 전까지는 계속 고민이 됐다. 지방이 내 기회의 땅이 될 것인가. 아니지, 괜찮게 밥벌이가 가능할지. 아니, 입에 풀칠은 가능할지... 공주로 돌아온 첫날밤은 겨우 한 시간 남짓을 잤다.

  어머니에겐 오랜만에 본가의 침대가 불편해서, 커피를 두 잔 마셔서라고 했다. 사실은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고민이란, 바뀌는 게 없어도 계속되기 때문이었다.



  컨퍼런스 시작 당일, 제가 수년 전에 자주 가던 카페 뒤에 거대한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컨퍼런스장. 거대한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름은 '바이닐 하우스'


  이름은 '바이닐 하우스'. 많은 청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었고 안에는 수십 개의 의자가 세워져 있었다. 이 모든 의자를 채울 정도의 사람들이 올 것이라 믿기질 않았으나 행사가 시작하자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의자 뒤에서는 유튜브에서 실시간 생중계를 위해 촬영을 함께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의자들은 모두 채워졌다.


바이닐 하우스 내부


  아주 오랜만에 국민의례를 했다. 가슴에 손을 얹자 속으로는 '오랜만에 이러니 지방 행사 온 느낌이 난다' 싶었다. 한국의 지방 청년들 말고도 일본에서 만 명도 되지 않는 마을에서 빵을 굽는 부부가 연설을 했다. 매우 신기했지만, 그 어떤 발표를 특정하여 옳고 자시고 이야기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고양감을 느낀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성과보고를 한 마을들의 핵심적인 특징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기존 지방의 축적된 가치를 발견한다.

둘째,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새 가치를 창출한다.

마지막으로, 그 가치를 제 값에 판다. 그런 자본론이 사람, 일자리, 지방 소멸을 만든다.



  지방에 가치라니! 나는 지방에서 나왔지만 지방 소멸은 지방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멸되어가고 있다고. 그런 부당하지만 마땅한 것을 겪고 있다고 말이다.



  공자가 하나의 진리는 열 가지를 관통한다 했던가. 나의 고민의 구멍을 뚫어 금방 꿰었다. 나는 서울이 싫어서, 디자인이든 개발이든 하려고 공주시에 오고 싶었던 것인데, 이것은 침략자의 마음가짐이었다. 서울에서 가져온 신문명을 가지고 공주시라는 신대륙에 우둔한 원주민들을 내쫓고 가져온 쇠붙이들이 맞다며 쏘아붙힐 게 아니었는가?



  내가 공주시와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내가 지방에서 일어나는 문제로부터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일을 누구에게 혹은 어떤 기업에게 받게 될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으로부터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었다. 커피를 두 잔 마셨기 때문이어서도 아니고, 불편한 침대에서 내가 내가 할 일을 찾아볼 수 있다니. 그리고 그걸 해보겠다고, 해결해보겠다고 생각이 들다니!



  이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걸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지 깊게 생각하게 됐다. 이게 셀프 브랜딩인 서로맑음의 리브랜딩과도 이어진다. 이런 사색이 신이 났다. 이런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얼마만인가! 청년마을 컨퍼런스가 이런 탐색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그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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