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길래
돌이켜보면 돈 걱정은 크게 하지 않고 살았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부잣집 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 두 분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면 성실하게 일하신 덕분에 갖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은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었고, 쌀이 떨어져 곤란했던 적도 없다.
그러다 20대 때 취업해서 13년간 스스로 돈을 벌다가 ‘경단녀’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몇 년은 친정엄마가 아이를 전담해서 봐주셨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어렵게 잡고 있던 직장의 끈을 놓아야 했다.
회사 다닐 때만 해도 내 월급에 대해 불만이 참 많았다. 일단 액수가 적었고, 잘 오르지도 않았다. 그마저도 통장에 찍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렇게 불만투성이였던 급여마저 뚝 끊어지니 그제야 월급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달았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각종 요금, 늘면 늘었지 절대 줄지 않는 아이 학원비, 마트에 다녀오기가 무섭게 텅 비어버리는 냉장고, 작년엔 뭘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사고 또 사는 옷 등등. 이 많은 것들을 둘이 내다가 혼자 내니 통장이 출렁거리고, 남편이 한숨만 쉬어도 내 가슴이 철렁거린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그 사이 아이는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서 이제는 슬슬 혼자 다니고 싶어 한다. 언젠가 아이가 내 손을 완전히 떠날 무렵엔 나도 온전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싶다. 내가 돈을 벌어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남편에게도 힘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