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With APF & 언어 씹어먹기
언어 씹어먹기 9일 차 느낀 점:
1) 확실히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꾸준히 하게 된다.
2) 다른 동료들의 도전을 지켜보며 동기부여가 팍팍된다.
3) 평소에 나는 내가 하드 캐리 하는 편인데, 여기서는 리더님이 이끌어 주셔서 캐리 당하며 공부하니 좋다.
APF 2일 차 느낀 점:
1) 스페인어를 놓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페인어는 아름답다.
2) 안 쓰다 보니 입에 잘 익지 않았다.
3) 그래도 괜찮다. 연습하고 노력하면 금방 캐치업 할 수 있다는 걸 내가 스스로 느꼈으니까.
4) 기분 탓인지 '종이의 집'이 더 잘 들리는 듯하다.
5) 재밌다.
오늘 모처럼 휴무여서 집에서 종이의 집을 정주행하고 (그래 봤자 에피소드 2개 봤지만) 스페인어 공부를 또 시작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독 단어들이 더 잘 들리는 것 같아서 뿌듯했고, 내가 좋아하는 미디어를 '그가 가진 고유의 (original language) 언어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기한 게 스페인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다른 언어들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생긴다. 아, 중국어 언제 하지? (아직도 중국어를 놓지 못한 1인)
어제 처음으로 스페인어로 문단을 떠뜸떠뜸 적고 영어로도 써보고, 한글로도 써보고, 녹음도 여러 번 했다. 내 하루 24시간 중, 보통 스페인어를 1시간 미만으로 사용해왔다면, APF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스페니쉬가 차지하는 시간이 2-3시간 정도로 늘은 것 같다. 아주 바람직하다.
오늘 스페인어와 친해지고자 꽤 많은 시간을 스페니쉬에 할애하며,
언어를 배우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 3가지가 있었다.
오늘 포스팅에 담아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언어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언어와 뒹구는 시간의 양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만큼 내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언어 실력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 4가지 -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 위주로 꾸준히 노출을 해줘야 언어 실력이 쭉쭉 는다.
그래서 나는 유학을 처음 가는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학교에 가서 한국인 학생들이랑 놀지 말고,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놀으라는 말을 꼭 한다. 그 이유는 언어 때문이다. 홈스테이에 하게 된다면 한국인 집에 가지 말고, 웬만하면 외국인 집에 가서 살으라는 말도 꼭 한다. 가서 미국인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문화가 중요한지에 대해서 유학 갔을 때 배워보라는 거다. 그때 아니면 외국문화에 대해서 직접 살 맞대고 느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배우고자 하는 언어에 노출이 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 학부시절에 몇 안 되는 한국인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었다. 대부분의 아시안이나 한국인은 이과를 많이 선택했기에 문과, 특히 정치외교학과에 한국인들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문과생이었기에 영어를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일주일에 몇 권의 책과 몇백 장의 자료들을 읽어가며 페이퍼들을 쓰고,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가며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학부시절 3년 동안 습득한 영어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엘살바도르에 살았던 2년간의 스페인어와 미국에 살았던 15년간 배운 영어를 비교해보자면, 내가 엘살바도르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습득한 스페인어의 레벨이 미국에 7년 동안 거주하며 배운 영어 실력과 맞먹었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유 역시 '언어에 노출된 시간'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살았을 때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살았다. 그래서 영어는 학교에서만 썼던 언어였다. 집에서도 한국어, 친구들을 만나도 한국어. 즉, '영어를 하지 못해도' 내가 살아남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집 앞 마트 역시 한인마트, 따라서 영어로 뭔가 물어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LA에 거주하는, 특히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한인들의 영어 실력이 더디게 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어를 딱히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없다. 미국 속 '작은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것이다.
반면, 내가 엘살바도르에 갔을 때 한인이 300명도 채 안되었을 시절이었다. 그곳은 내가 스페인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당장 집 앞 마켓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어 회화책, 사전을 손에 끼고 살았다. 그때 당시에는 (라떼는 말이야) 전자사전도 막 보급되는 상황이었고, 한국어-스페인어 전자사전은 아예 없었다. 그래서 한국어-영어-스페인어 이렇게 스텝을 거쳐야 스페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면 거쳐야 하는 스텝이었다.
또한, 엘살바도르에 살았을 때 집안일을 도와주던 현지인 가사도우미 이모가 있었다. 이모와 대부분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엄마/아빠보다 가사 도우미 이모 Ana 랑 더 친했다) 스페인어를 계속 썼고, 이모가 자기 전에 늘 성경책을 스페인어로 읽어주시고 가르쳐주셨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감을 때까지, 스페인어로 시작해서 스페인어로 끝냈다는 뜻이다. 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페인어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었다.
이처럼 언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최대한 길어야 한다. 내가 그 나라에 가서 살 수 없다면, 내 주변 환경을 바꿔서라도 그 언어와 친해져야 한다.
내가 스페인어를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후부터
1) 듣는 노래
2) 소비하는 프로그램
등등을 스페니쉬로 바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가장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오늘 포스팅을 통해서 가장 하고 싶은 말) 은:
(제대로) 배우려면 선생님의 FEEDBACK 이 중요하다.
In other words, 나에게 맞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하고, 제대로 된 feedback을 받아야 한다.
나는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서 2년 동안 살았고, 스페인어를 모국어보다 더 잘했던 시절도 있었고,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먼저 배웠고, 우리 학교 100년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으로써 AP Spanish를 듣고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스페인어와의 관계가 깊다면 깊다.
So, 나 정도 실력이면 스페인어 공부를 얼마든지 독학으로 시작했을 수도 있었다. (거만하다)
내 능력이 뒤쳐진다고 느껴질 때마다 구글링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공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다는 여름 세션 6-8월을 앞두고 online 스페인어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나는 오늘 선생님의 첫 피드백을 받고 역시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다. (덕분에 래퍼라는 별명도 새로 얻었다.)
언어를 배울 때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는, 선생님의 디테일한 코멘트를 통해서 내가 잘못 쓰고 있는 단어나 문법을 처음부터 바로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잘못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어져버리면, 계속해서 잘못 쓰게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오랫동안 굳어져버린 콘셉트를 다시 잡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알고 넘어가는 게 진짜 진짜 중요하다.
따라서, 언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내 실수를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을 꼭 찾는 것을 추천한다.
언어 공부를 할 때뿐만 아니라, 공부를 할 때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동기부여'와 '환경설정'이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왜 이 언어를 공부하고 싶은지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공부 시작 전의 나와 후를 상상해본다.
이 공부를 하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하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1) Extrinsic Motivation (외적 동기부여)
실제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과 나를 비교해봤을 때,
시작하기 전의 나는, 학생들의 스페인어 과제를 도와줄 때 번역기와 사전을 이용해서 도와주는 나의 모습을 보았고, 공부를 시작한 후의 나는 번역기와 사전이 없이도 척척 과제를 도와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그렸다.
*나는 항상 나의 커리어적으로 목마른 사람이고, 더 배우고 싶고, improve 하고 싶은 사람인데, 그런 나의 needs를 정확하게 fulfill 해주는 motivation 0순위였다.
2) Intrinsic Motivation (내적 동기부여)
또한, 스페니쉬를 하는 나라에 여행에 간 나를 상상해봤다. 현지인들의 유머 코드를 이해해서 그들과 같이 어우러져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너무 멋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과 '종이의 집' 캐릭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그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매력이 넘치다 못해 흐르는 내 모습이 그려지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스페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무언가 새로 시작할 때 혼자서 길게 가는 방법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혼자 가는 길은 외롭고 심심한 법. 그래서 나는 '언어 씹어먹기'에 조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 (공부, 독서, 글쓰기)은 혼자서도 스스로 척척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는 행위는 나 역시도 처음 해보는지라, 혼자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이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자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함께 걸어가는 동료들을 찾았고, 아주 좋은 팀을 만났다.
언어 씹어먹기 멤버들과 함께 한지 9일 차.
아직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값진 이유는,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고, 또한 그들의 도전을 보며 나 역시 동기부여를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평생을 내가 리딩을 해오다가, 멋진 리더님으로부터 리딩을 당해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
이처럼 내가 꾸준하게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내게 맞는 환경설정을 찾도록 하자.
그래야 오래간다.
무엇이든 제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1) 나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본다
우선 언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나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resources 들은 다 있는가? ex) 시간, 돈, 체력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언어 공부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면, 내가 언어 공부를 끝까지 끌고 갈 체력이 없다면, 공부를 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얻는데, 선생님을 찾는데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면, 언어 공부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잠깐 쉬었다 가기를 추천한다.
2) 내 레벨에 맞는 수업방식/공부법을 따져본다
여러분은 환경설정이 제대로 돼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타입인가? 그렇다면 공부할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있는 학원에 가서 배우는 걸 추천한다. 선생님과 함께 만나서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 가볍게 할 수 있는 수업을 선호한다면, 카페에서 하는 1:1 회화 수업도 좋다. 비대면으로, 온라인으로 피드백만 받아도 혼자 스스로 스터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온라인 수업도 강력 추천한다.
이처럼 내 레벨에 맞는 수업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살짝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때 중국어를 배워보겠다고 학습지를 신청했었고, 집으로 27권의 중국어 학습지와 "평생" 볼 수 있는 온라인 영상들까지 다 받았다. 하지만 받고 나서 한 일주일 하고 지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한 중국어 도전 실패 (for now)의 가장 큰 원인은 나의 레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업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국어를 단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초보 of 초보다. 따라서, 제아무리 좋은 교재와 온라인 강의가 있다고 할지언정 처음부터 '이해 자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거다. 이 말은 내가 신청한 교재와 온라인 강의가 안 좋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주어진 소스들은 너무 좋으나, 내게 기본적인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내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함정이다.
그래서 내가 후에 중국어를 배우게 된다면, 무조건 학원에 가거나, 1:1 수업을 받고 싶다.
(질문이 있을 때 질문할 수 있게. 제발!!!!!!!!!)
번외: 내게 맞는 공부법 찾기
Self-Study 할 때 / 혼자서 예습과 복습을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당신에게 맞는 공부법이다.
내가 중학생 때 우리 학교에서 제일 먼저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나는 어떤 유형의 learner" 인가였다. 학생 개개인마다 맞는 공부법을 알아야 선생님께서 잘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폭발적인 'visual learner' 였음이 밝혀졌고, 그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나는 단어 공부를 할 때 단순히 '글로만'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에 관련된 이미지들을 찾아보고, 이미지화시켜서 머리에 담는다. 글로써 단어를 외울 때와, 시각화된 단어를 보고 외울 때 나의 속도가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것 역시 잘 알기에, 난 대체적으로 그림으로 단어를 외우는 것을 즐겨한다.
스스로 여러 가지 공부법을 실천해 모색해보면서,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똑같은 시간을 들여도, 좀 더 효과적으로, 재밌게 공부할 수 있다.
3) 선생님과의 Chemistry
내가 선생님으로서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쳤고, 가르칠 때마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단연 '학생과의 케미'이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성격과 가치관이 다 다르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로 만난 사람들 역시 '사람'이고 안 맞을 수 있다. 그럴 땐, 억지로 수업을 이어나가시지 마시고, 선생님을 바꾸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굳이 맞지 않는 선생님과 수업할 필요 전혀 없다! 행복하려고 하는 공부인 만큼, 나와 티키타카가 잘 되고, 텐션 레벨도 맞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을 찾도록 하자.
내가 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깨달았던 것들을 틈틈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왔는데, 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이렇게 정리를 해봤다.
언어 공부를 앞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언어 공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