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노란 문
오늘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추천이다. 신규 콘텐츠에 봉준호 감독의 <노란 문>이라는 프로그램이 올라왔길래 어떤 필름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틀었다. 살인의 추억부터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그의 영화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기에 봉준호 감독에 대한건 꼭 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약 90분 동안 이 필름에 푹 빠져서 감상했다.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인 감독이 되기까지, <노란 문>이 없었다면 오늘날 그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에 소위 말하는 ‘미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던 <노란 문> 영화연구소. 봉감독 인터뷰에도 자주 나왔던 그 이름.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한 건, 사람은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나 못지않게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크나큰 행운이라는 것.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나와 비슷한 직군에 있는 사람들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노란 문>의 사람들처럼 함께 ‘티칭’이라는 세계에 푹 빠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과는 끈끈한 유대를 쌓을 수 있어서 좋지만, 동료들과는 얼굴을 보기조차 힘든 게 컨설턴트들의 현실이기에. 우리가 만나서 서로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 알려주고,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봉감독님은 함께 영화에 대해서 나누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분들이 <노란 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존재했기에 참으로 운이 좋으셨다는 생각밖에.
운 역시 그가 끌어온 것이고, 또 그만큼 영화를 사랑했기에 하늘이 좋은 사람들을 그에게 보내주셨겠지.
다큐멘터리 끝자락에 봉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덕후의 원동력은 집착이다.
실제로 봉감독님께서 <노란 문> 자료 담당을 맡으셨는데, 누가 영화를 빌려갔는지, 누가 연체되었는지 담당하시는 역할을 꽤나 오랫동안 하셨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수기로 약 500편 정도 되는 비디오드를 직접 정리하고 누가 어떤 걸 빌려갔는지 일일이 확인하셨는데, 집착,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꼼꼼하게 정리하셨다고.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다시 한번 덕후인 나 자신이, 하나에 빠지면 몰입을 넘어 집착하는 나 자신이 좋아졌다. 봉감독님과 비슷한 점 하나 찾았다는 게 좋았던 걸까?
어쨌든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사랑하는 것을 하고 사는 것. 그리고 내가 열정을 담아 할 수 있는 일을 일찍 찾은 내가 정말 운이 좋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영감 많이 받은 하루.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더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