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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사이에서

지독히도 아버지를 미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독히도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후회한다.” 어떤 이는 나의 말에 콧방귀를 끼었다. “네가 내 인생에 대해서 뭘 알아?” 다행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미움과 탐욕이 더 커지진 않았으니까. 어떤 이는 나의 말에 화를 내었다.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후회되었다. 나의 말이 그들의 미움과 탐욕을 더 크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지독히 어머니를 미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독히도 이기적인 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후회한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침묵했다. 시간이 지나면 예정된 지옥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나를 원망했다. “왜 이렇게 될 거라 말씀해주시지 않았어요?” 다행이었다. 지금 닥쳐온 지옥 같은 후회들을 갈곳 잃은 원망으로라도 견디고 있으니까. 어떤 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침묵했기에 그 역시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 테다. 자책했다. 그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데 나의 침묵이 힘을 보탠 것일까봐.  


 말할 수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들 앞에 서 있다. 말을 한다고 해도, 아니 말을 해서 그의 삶이 더 큰 지옥에 빠지게 되는 일들을 많이도 보았다. 말을 하지 않으면 또 그 때문에 더욱 더 큰 지옥에 빠지게 되는 일들 역시 많이도 보았다. 결국 삶은 이런 것인가? 결국 불행은 정해져 있으며 어떤 말도 어떤 침묵도 소용이 없는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예정된 불행이 현실로 찾아왔을 때 지옥 같은 후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정해진 불행의 사슬을 끊을 수 없는 것인가? 


 만약 그 불행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사이 어디 즈음 있겠지. 원망과 후회, 침묵과 자책이 끊이지 않는 곳. 아마 그곳이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곳이겠지. 그곳으로 가는 길이, 아주 오래전에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언젠가는 말을 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저마다의 불행의 사슬을 끊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조금 빨리 아프기를, 너무 뒤늦게 아프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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