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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수업을 끝내며

공空! 불교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단연 '공空'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의 핵심은, 세상만사가 모두 공하다는 겁니다. 공은 무엇일까요? '틈'입니다.  ‘틈’은 ‘선’과 ‘선’이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은 끊임없이 진동합니다. ‘틈’은 파도와 같습니다. 어떤 ‘틈’도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벽과 벽이 만들어내는 ‘틈’조차도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벽은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변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아無我! '나'는 '틈'입니다. ‘나’라는 ‘틈’은 자신이 만난 부모, 학교, 사랑, 우정, 날씨, 음악, 영화…라는 수 없는 ‘선’들이 만들어내는 ‘틈’일 겁니다. '나'는 '공'하기에 그 ‘나’라는 ‘틈’ 역시 파도처럼, 항상 같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늘 변하고 있습니다.


 무상常! ‘우리’는 틈입니다. ‘나’라는 ‘틈’이 다시 ‘선’이 되고, ‘너’라는 ‘틈’이 다시 ‘선’이 되어 만들어내는 ‘틈’. ‘우리’라는 ‘틈’ 역시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을 겁니다. 어느 순간은 은빛 파도이고 또 어느 순간은 에메랄드빛의 파도이듯, 어떤 날은 잔잔한 파도이지만 또 어떤 날은 거친 파도이듯, ‘우리’라는 ‘틈’ 역시 그렇게 매 순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을 겁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제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이 '틈'을 내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더 유쾌하고 아름다운 ‘나’와 ‘너’가 될 수 있는 ‘틈’을 내는 곳이기를, 그런 ‘나’와 ‘너’와 함께 모여 더욱더 유쾌하고 아름다운 ‘우리’가 될 수 있는 ‘틈’을 내는 곳이기를, 바로 여기가 ‘나’라는 파도와 ‘너’라는 파도가 만나 더 유쾌하고 더 아름답게 물결치는 ‘우리’가 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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