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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주인이다...

대청동 괴이 - 동티 난 일본집 (4)

by Hazelle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건 언니가 안 보인다고 생각한 순간 셋 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계적으로 일어나 지하를 향했다는 거야.


우선 어른들한테는 말하지 않았어.

갓난쟁이 젖 주느라 힘들어 잠에 빠진 외숙모와

늘 혼자 작업실에 들어앉아 집중하는 외삼촌을 방해하면

혼난다는 것쯤은 다 아는 우리는 70년 대생이지.


그래, 뻘 소리지만 요즘 세대에 비해 70년 대생들은 참 빨리도 철들고 참 빨리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애늙은이들이었잖아?


계단을 내려가면서 중간 불을 켰는데 불이 안 들어와.

결국 오빠가 자기 방에 가서 플래시 라이트를 들고 왔어.

지하로 내려가는 마지막 계단에서 플래시 라이트도 꺼져...

오빠는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아마 배터리가 나갔나 보대.

컴컴한데 셋이서 일단은 내려가.

워낙 익숙한 집이잖아?

계단이 몇 개 인지도 다 아는 걸.

현관이 있는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딱 여덟 개였어.


지금 생각해도 구조가 엄청 희한한 집이야.

우리 외삼촌은 설계한 터미널이나 관공서도 다 창의적이라고 상을 받았긴 해.

리노베이션 되지 않았다면

부산 서면 터미널은 우리 삼촌 작품이니 거기 근처에 사는 친구들은

가끔 생각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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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사는 작가. 세 딸을 키우고 있고, 이태리계 프랑스인 남편과 살고 있으며 원도 한도 없이 연애를 실컷 해보았고 글을 쓸 때 제일 행복합니다. 무조건 재미있는 글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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