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하늘숲길을 걸으며
10월 25일 개방한 남산하늘숲길을 친구들과 오늘 걸었다. 크루즈여행에서 만난 우리는 가끔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그 일상이 여행처럼 느껴진다. 아마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라 그런 거 같다.
남산도서관 앞에서 만나서 우리의 일상여행은 시작되었다. 도심 속 숨 쉴 틈이 남산에는 있다. 남산하늘숲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다. 전망대를 조성을 잘해놓았기에 잠깐 대화를 멈추고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다.
도심 속 분주함에서 벗어나, 마치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곳에서 편안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산책은 책만큼, 아니 책 보다 좋다. 구름이 가득 찬 날에도 사실 구름 뒤 태양이 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 날에도 걷다 보면 어느샌가 햇살이 우리를 비추기도 한다. 원래 비 예보가 있었지만, 날씨가 참 좋았다.
다양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었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멋진 문장들도 만났다.
때때로 나무는 책 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 칼 융
이 문장의 말처럼 정말 그랬다. 나무는 책 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줬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을 있는 그대로 맞이하는 나무처럼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책과 산책,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이 있는 한 어떠한 일이든 오롯이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무 살 때 와본 남산은 많이 변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스무 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그대로다.
스무 살 이후로 기쁜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깊은 슬픔과 큰 기쁨, 그리고 권태와 고통, 환희와 평온함을 왔다 갔다 하며 하루하루가 쌓여가겠지. 나무처럼 모두 다 잘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지 못할 때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다시 남산을 거닐어야지. 물론 혼자라도 좋다. 책만큼, 책 보다 좋은 산책과 함께라면 언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