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분만의 시작은 오전 9시. 숱한 진통을 견디다 제왕절개를 결정한 시간은 오후 5시.8시간이라는긴 시간 동안 고통이란 고통은 죄다 느끼고 결국은 제왕절개를 하게 된 아쉬움이란.
산모도 아기도 잘못이 아니었다. 둘 다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합이 조금 안 맞았을 뿐. 결과적으로는 말로만 듣던 최악의 코스를 경험하였다. 더불어 코로나라는 시대적 특수 속에서 출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코로나 시대 속 최악의 코스의 출산. 엄청난 업적이지 않은가. 흔하지 않은 이색 경험(?) 속 이야기들. 걱정이 많을 출산 예정자들에게, 와이프를 사랑하는 남편들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코로나 시대 출산 시 참고 사항들을 읊어보기로 한다.
코로나 시대 출산 시, 참고사항 하나.
분만 전 PCR 검사는 필수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코로나 항체를 가져다주는 것은 위험한 일일 테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 그런데 이 PCR 검사를 한다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괜히 검사를 하러 갔다가 코로나 감염이 될까 봐도 겁나기도 하고.
PCR 검사를 받으면 음성 확인서 결과도 필히 챙겨야 한다. 증명서가 없으면 출산을 하더라도 아기와 일체 접촉이 어렵다. 코로나 속에서 힘들게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막 태어난 내 아이를 보지도 못하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제왕절개 수술을 한다면 미리 날짜 예약을 하니 그에 맞춰 PCR 검사를 하면 되지만 자연분만이라도 한다 치면 언제 아기가 나올지를 모르니 음성 확인서의 유효기간을 고려, 2~3일에 한 번 꼴로 검사를 해야 한다.
PCR 검사받기와 음성 확인서 챙기기. 잊지 말자.
혹여 PCR 검사를 했는데 양성 판정이 나온다면? 지정 병원에서 분만을 해야 하므로 안정을 취해야 할 산모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양성 판정시의 출산은 더욱 안타깝다. 평소보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출산을 하고는 아기를 만날 수 없다. 내 아기를 바로 만날 수 없는 시대적 아이러니함.
우리 부부는 다행히도 분만 전날 산부인과 검진 후 PCR 검사를 받았다. 예정일은 일주일이 남았지만 미리 PCR 검사를 받은 건 신의 한 수였다. 다 현명한 와이프 때문이다. 덕분에 울음보를 터트린 아기와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막 태어난 아이를 보는 생생한 감동이란. 일생을 살면서 보기 힘든 진귀한 장면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분만 전 PCR 검사는 미리미리 꼭 하기를 바란다.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 때문에 정확한 건 병원 문의가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 출산 시, 참고사항 둘.
면회는 일체 불가하다. 친구들은 당연하고가장 걱정이 많으실 부모님 또한 불가. 부모님 입장에서는 손자 손녀딸과 며느리를 보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다. 코로나 시대라 하니깐. 보호자 한 명만이 산모 옆에 있을 수 있는 특권이 있을 뿐이다.
비단 어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아기도 엄마 아빠와의 만남이 제한되어 있다. 입원 기간 동안에는 입원실 속 모니터를 통해서만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오전 오후 두 타임. 정해진 짧은 시간에만. 아기가 등장하는시간은 약 5분여의 뿐이지만 핸드폰 카메라는 쉴 틈이 없다. 분명 음소거인데 내 아기의 작은 목소리는 들리는 듯하다. 작고 소중한 모습을 보는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고생한 엄마는 아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세 번의 모유 수유 시간. 아빠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금남의 시간이자 엄마는 아기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엄마와 함께 하니 아기에게는 마음의 안정의 시간이 될 테고.
아빠는 퇴원하는 날 아기를 직접 만날 수 있다. 겉싸개에 폭하고 쌓인 작고 소중한 아이. 처음 품에 들어온아기는 정말이지 작고 소중했다. 따뜻함과 행복함 감동과 사랑스러움 등이 혼재되어 있는. 꼭 경험해봐야 할 아름다운 느낌이다.
코로나 시대 출산 시, 참고사항 셋.
산후조리원 입실 전에는 자가 키트 검사를 한다. 흔히 자연분만은 선불, 제왕절개는 후불이라 한다. 입원기간에도 차이가 있는데자연분만은 2박 3일. 제왕절개는 4박 5일이다.
아기들과 산모가 밀집되어 있는 만큼 더욱 조심이 필요한 산후조리원. 제왕절개로의 계획 변경 덕분에 뜻밖의 4박 5일 입원을. 산부인과에서 산후조리원으로 바로 이동하는 일정이라 중간에 PCR 검사를 받을 시간은 없었다. 그냥 입실을 해야 하는 것일까라고 걱정했는데 산후조리원 도착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가 키트 검사. 음성 확인을 하고서야 입실이 가능했고 매일 아침 발열체크를 하는 절차도 필수였다. 어쩌면 산모보다 산후 조리원의 코로나 걱정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 속 산후조리원은 남편 입실이 가능한 곳과 불가한 곳으로 나뉜다. 때가 되면 밥도 주고 간식도 주고 하니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건 사실상 많이 없다. 그래도 분만 후의 지친 와이프를 생각한다면 함께하는 걸 추천한다. 미우나 고우 나하는 남편일지라도 심리적인 안정은 줄 수 있지 않겠나.
배우자 출산휴가는 총 10일인데 최대 2회로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첫 5일을 1차로 신청, 나머지 5일은 산후도우미가 끝나는 시점에 신청하기로 했는데, 계획에 없던 제왕절개 탓에 와이프와의 산후조리원시간이 단축되었다.배우자 출산휴가의 적절한 사용. 출산 시 남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번외 편. 이름 짓기
자연분만에서 제왕절개까지. 역경을 뚫고 태어났을 듯한 위대한 아이의 이름은 한동안 무명 씨였는데 사연은 이러하다.
교회를 다니는 친할머니의 애정-다른 말로 욕심인 거 같기도 하지만-으로 사주풀이로 이름을 짓기로 결정했다.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로 태어난 일시가 사주인가 싶었지만.교회를 다니시면서 사주를 보는 게 맞는 건가 싶지만. 어쨌거나 1월의 어느 목요일 오후 5시 23분이라는 정보는 명리학을 공부했다는 엄마 친구의 지인에게 전달이 되었고 태어난 지 6일이 지나고서야 무명 씨의이름이 전달되었다. 산후조리원 퇴소 전 날인 오후. 간식으로 블루베리 주스가 전달된 오후 3시 즈음이었다.
무명 씨의 이름 후보는 2개였는데 하나는 김규필 씨요 하나는 김정로 씨였다. 규필이와 정로. 와닿지 않았다. 이름을 들은 와이프의 눈빛은 당황으로 가득 차 올랐다. 중간에 끼인 남편은 머릿속은급격히 복잡해졌다.모자동실 시간의 아기는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규필이와 정로로 부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엄마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래 미안하다. 아빠가 지어줘라
조심스레 엄마에게 거절의 의사를 전달하니 바로 알겠다는 쿨 엄마. 애초에 진작 그러시지-라는 원망이 살짝 올라왔지만 다음 날 산후조리원 퇴소를 하고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었다.
어떤 이름을 해야 하지 고민하다 메모해놓은 이름 후보들을 직접 불러보기로 했다.
정후야 정재야 이안아 이준아 연우야 현준아-.
두 눈을 굳게 감고 있는 신생아. 옹알이도 하지 않는 신생아. 움직임이 거의 없는 아들이 반응을 했다. 이준이라는 이름에. 우연인가 싶어 몇 번 더 반복을 했지만 몇 번 더 이준이라는 이름에 눈을 살포시 뜨거나 얕은 소리를 냈다.
그래 이준이다!
부랴부랴 노트북을 켜고 폭풍 검색을 했다. 규필이와 정로가 적혀 있는 사주풀이를 참고해서 음양오행을 보고 획수를 세어보고 한문을 찾고 뜻풀이를 하고. 한문까지 조합된 이준이라는 이름. 창 밖은 껌껌해졌고 와이프가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였다. 짓고 보니 마음에 드는 이름. 사랑을 담아 부를 아들의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