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국가에서 태어난 아이

프롤로그

by 이보소

그렇다고 한다.

OECD 가입 국가 중 출산율 꼴찌. 2021년 기준 출산율 1 이하.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말이다.

임신 안정기로 접어들어 은 베이비페어는 무수한 인파들이 있었. 왕절개 수술 후 들렸던 토요일 병원 수납창구에서 분명 긴 대기줄을 보았다. 통계의 오류를 의심할 정도로 바글바글한 사람들. 방문 때마다 사람들이 몰린 것이 아니라면 가의 녹봉을 받는 자들이 필히 실수를 범했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아니라면 두 눈으로 목격한 이들은 나라에서 추앙해야 할 별 관리 대상자 들일 테고.


그래서인가.

나라에서는 특별공급이란 이름으로 혼부부들에게 청약 기회를 제공해준다. 집에 살 수 있게 도와줄 테니 아기도 낳고 이 세상 한 번 잘 살아보라는 배려. 그런데 이 배려라는 게 말이. 하나하나 뜯어보면 본스럽다. 가깝고도 먼 나라 같은 그런 애매함. 신혼부부 특별공급 공고문의 빼곡히 나열된 작은 글자들을 보면, 청약 당첨되고 싶은 자, 정해진 소득 수준을 맞추고 거주 지역에 2년 이상 주하면서 청약 통장 꾸준히 납입을 하세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혼인 이후 3년까지, 아기 3명(태아 포함)이 최대 가점다 이것들아-라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풀어보면 혼인 이후 1년에 한 명씩 최대 3년 동안. 즉, 해마다 연속 출산하여 연년생 아기를 세 명 가져라라는 뜻인데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일까. 출산이란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하고 숭고한 일련의 행위를 수단화하는 발상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면 집이 없다고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쯤 되니 배려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다. 이래나 저래나 참 일본스럽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혼부부 특공 기사에는 하나같이 불만 섞인 댓글들로 아우성이다. 현실을 모른다고. 결국 대출하라는 거 아니냐고. 금수저 자녀만 배불린다고. 내 돈 주고 집 샀는데 나라는 왜 세금을 떼어 가냐고. 평수는 왜 작냐고. 아기도 낳으면 좁은 집에서 어떻게 키우냐고. 왜 신혼부부만 기회를 주냐고. 4050 무주택자는 사람도 아니냐고. 마워 대한민국~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는 불과 부정의 이야기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신 건강만 해치니 이럴 때는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 이다.


어쨌거나.

통계와 현실과의 괴리 속, 88 서울 올림픽 이후 지어진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 전셋집에서 한 생명이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서울에 붙어 있겠다고 꾸역꾸역 얻은 신혼집이었고 결혼식을 올린 지 9일 만에 나타난 소중한 생명이었다.


세상에는 겪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수능, 군대, 취업, 결혼, 임신 등등. 겪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 임신 소식을 접하고 나니 게 되는 것들. 유모차는 어디가 좋네. 차는 SUV로 바꿔야 되는 거 아니니. 어 유치원도 생각하는 거야-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정하는 세상의 기준. 기준을 통과하면 행복한 걸까.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고 모르고 싶어도 관심이 가는 유혹의 이야기들이 주위에 넘쳐난다. 정신 차려보면 손가락은 이미 검색창에 있고. 검색을 하다 보면 어느새 집 값 기사를 보고 있고. 집은 어떡해야 하지. 미세한 두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미니멀리즘이었던 집은 점점 쌓이는 아기 짐에 맥시멀리즘으로 변모하고 있다. 줄어드는 공간이지만 아기와의 친밀감은 점점 쌓이는 느낌이다. 한낮에 커튼을 젖히고 따스한 햇살 속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행복은 참 가까이 있음을 실감한다. 유모차든 자동차든 영어유치원이든 구축 아파트든 특별공급이든 저출산이든. 이제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어떠한 것도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서툰 육아 초보지만 백일 동안의 육아 생활을 하면서 다짐한 건, 아기 눈앞에 필요한 엄마 아빠가 되자였다. 기준이라 불리는 세상의 잡음 대신 순수한 행복을 알려주는 엄마 아빠 되기.

신생아 시절부터 백일까지의 이야기. 힘들다는 육아 세계라지만 그 속에 분명 순수한 행복의 순간들이 있다. 순간이지만 행복의 크기는 거대하다. 아기가 준 큰 행복을 더 큰 행복으로 돌려주는 엄마 아빠가 되고 싶다. 이 글은 아들에게 전하는 마음이기도 하거니와, 그리하여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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