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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소 May 22. 2023

구축 아파트 유저의 이야기

부모가 되면 달라지는 것들

대단지 구축 아파트 유저라면 맞닥뜨려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그러다가 바퀴벌레와 사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세차 포기해야 하는 것(지하 주차장이 없기에)입니다. 덤으로 복도에서 마주치는 연초남까지. 혹시 구축 아파트를 임대 혹은 소유하실 예정이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십시오. 냐하면 단순 임장으로는 알 수 없는 을 알려드리기 때문이죠.


첫 번째 이야기. 분리수거와 바퀴벌레

분리수거를 하며 바퀴벌레와 싸운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합니다. 거북할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넘어가셔도 습니다. 저 또한 다시 떠올리기 싫은 장면이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남기는 것은 불혹 인생사에서 처음 겪은 소름 끼치는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임장에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엄지 손가락만 한 빨간 바퀴벌레를 발견한 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분리수거를 할 때였습니다. 퇴근 후 베란다에 쌓여 있는 분리수거물들을 정리하는데 벽 한쪽으로 던져놓은 젖은 걸레 위 엄지만 한 크기의 녀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기는 안방에서 저녁잠을 청하고 있었으므로 저 혼자만이 녀석과 조우를 했습니다.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는 녀석의 외모. 그 길로 곧장 작은방으로 달려 에프킬라를 들었고 곧장 녀석의 생을 마감시켰습니다. 등에는 식은땀이 맺혔습니다.

워낙 몸집이 커서 녀석치우는 것도 얼굴이 찌푸러지는 일이었습니다. 겨우 안정을 되찾고 다시 분리수거를 정리기 시작했습니다. 런데 쌓여있는 분리수거물 뒤로 무언가 부스럭부스럭. 퀴벌레들이 하나 둘 튀어나왔습니다. 한 마리만이 아니었 것이었니다. 종이와 페트병과 비닐이 쌓여 있는 뒷 공간에서 바퀴벌레들은 삶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크기가 작으면 또 모릅니다. 엄지 손가락만 한 것들이 자꾸 튀어나왔습니다.

'이런 쓰버어어어엌엌큐.'

그들의 삶을 까마득히 몰랐던 구축 아파트 유저는 식은땀이 땀줄기로 변하는 과정과 함께 사투를 벌였습니다.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총 여덟 마리의 호흡을 끊었기 때문이죠. 눈앞에서 벗어난 두 마리 마저 찾으니 정확히는 총 열 마리가 맞겠네요.

한 번에 열 마리가 튀어나온 것이 나았을까요. 아님 한두 마리씩 조를 이뤘던 것이 나았을까요. 전자의 인해전술이었다면 나약한 제 심장은 터져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쌍조를 이뤄 나타났으니 그나마 녀석들을 추적할 수 있었겠죠.


아빠가 되니 바퀴벌레를 잡게 되었습니다. 벌레만 보면 기겁을 했던 총각이 이제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벌레를 퇴치하게 된 거죠. 마치 아기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한층 더 성장을 한 것처럼요. 덕분에 가장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달라진 세차 방법

바퀴벌레와의 사투가 있던 주의 일요일 아침. 베란다에 놓여있던 세차 걸레를 회수하려는데 바퀴벌레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없어졌나 했던 바퀴벌레가 다시 나타난 거죠. 트라우마로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나 했지만 어쨌거나 세차를 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와 함께 하는 첫 세차였기 때문입니다.

구축 아파트에 살면 지하 주차장이 없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거나 황사가 온 공기를 뒤엎을지라도 자동차는 뭐가 됐든 전면으로 날씨의 변화를 맞이합니다. 구축 아파트 은 키니다. 높이도 높이인잎 또한 무성하여 봄이 되면 떨어지는 꽃들의 양도 상당니다. 덕분에 봄이 되면 자동차는 맨몸으로 꽃가루와 먼지를 뒤집어쓰게 되 손잡이는 찐득하게 변합니다. 문 열기 조 찝찝한 차로 변하게 되마법.

지하 주차장 없는 구축 아파트 유저가 되서 생기는 습관 하나가 있는데요. 웬만하면 세차를 됩니다. 차를 했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한다말짱 꽝이니까요. 하지만 봄날의 자동차 형색 보자니 도저히 세차를 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아기와 엄마와 함께 근처 세차장을 방문했습니다. 두 시간 여 동안의 손세차. 끗해진 차를 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습니다. 묵히고 묵은 때를 벗겨낸 느낌이랄까요. 아기와 함께 한 세차는 뭔가 달랐습니다. 아마도 달라진 세차 방법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이프와의 연애 때 조수석 자리를 열심히 청소했는데 이제는 카시트가 있는 뒷 좌석을 집중하게 었습니다. 언제부터 뒷좌석을 열심히 치웠는지. 아기가 생기면 세차 방법이 달라지는 능력이 생기기도 합니다.

세차를 다 하고 돌아오는 길. 아기가 우선순위가 된 듯함에 잠시 와이프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언제 다시 와이프의 자리가 조수석이 될지 같은 아득함. 그런데 어찌 보면 또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십 년 후 아기는 엄빠와 같이 차를 타는 것보다는 친구들과의 여행을 좋아할지도 모르니깐요. 뭐가 됐든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와이프와 아기 모두. 뒤늦게 후회를 하지 않도록 말이죠.


세 번째 이야기. 연초남

구축 아파트, 그것도 복도식에 살면 마주하는 게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흡연자와의 만남입니다. 이전까지는 전혀 겪지 못했던 풍경을 보게 된 건 바퀴벌레를 마주하 얼마 후였습니다. 주말 낮 잠깐 외출을 하려 엘리베이터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옆옆옆집의 문 앞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핸드폰을 하는 줄 알았는데 옆옆옆집에서 옆옆. 옆집으로 가까월질수록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흡연 지정 구역 시대에 이런 비매너를 가진 사람이 있나 싶었습니다. 교양 없는 이를 보고 한 마디를 하고 싶었는데(사실 그럴 용기는 없었습니다만) 아기를 봐서라도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소위 또라이이라고 하는 자들이 요새는 많으니까요. 처음 목격한 장면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못 보던 이웃이라 최근에 새로 이사를 왔구나 생각을 했거든요. 이 동네의 규칙을 몰랐겠구나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일층에 내려왔을 때는 그래서 그 집의 바퀴벌레들이 저희 집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스치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이게 말이죠. 한 번만이 아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향하면 가끔씩 마주하는 이웃주민. 그는 복도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자담배도 아닌 연초를 피우는 연초남이었습니다. 아 미개한 자여. 이를 어찌해야 할까. 대놓고 얘기해야 할까 하다 결국은 경비원 분에게 도움 요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경비원 분 왈.

"아 xxxx호 사람 말하는 거야? 거기 사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야. 어쨌거나 주의를 줄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사람. 그럼 더욱이 이 나라의 규칙을 습득해야 할 필요가 있겠죠. 어렸을 적에는 그냥 넘어갔을 행동아빠가 되니 자연스레 넘어가지 않게 됩니다. 경비원 분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또 연초남을 만난다면 말을 해야겠습니다. '두 낫 스모킹 히얼. 디스 이즈 코리안 룰'이라고.


달려오는 아기를 맞이할 때의 행복을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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