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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소 May 29. 2023

비로소 어버이가 되었습니다

어버이만 챙겼던 내가 어버이가 된다면

지금껏 어버이날은 부모님을 챙기는 날이었습니다.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용돈을 드리고. 저녁 식사 한 끼와 함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를 표현하는 그런 하루. 불과 주말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어버이날을 보냈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이제는 장인장모님과도 함께하는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죠. 오며 가며 정신없던 효도 행사가 올해도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게 별 탈 없이 주말이 지나고 생후 15개월의 아기는 엄마손에 이끌려 어린이집을 갔습니다.

회사 일로 바빠진 월요일 오후.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와이프가 하나의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영상에는 하원하는 아기가 머리에 카네이션 꽃을 달고 엄마에게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빨리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었지만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봤습니다. 자연스레 올라간 입가의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말이죠.

그렇습니다. 어버이만 챙겼던 제가 어버이가 된 것입니다. 집기를 하냐 마냐 했던 작년 이맘때, 그때는 어버이란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평소처럼 부모님들은 챙겼지만 제가 어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부족한 잠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시절이기에 어버이란 거대함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겁니다.

살다 보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훅하고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무언가의 울림을 받기도 합니다. 영상 속 아장아장 다가오는 아기를 보며 뭉클함과 책임감과 묵직함을 느낀 것처럼. 말은 못 하지만 엄마 아빠라는 존재를 아는 아기. 아기에게 세상의 전부인 엄마 아빠이기에 어버이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모든 어버이의 의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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