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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체 Nov 22. 2022

영화: Return to Seoul

휘청휘청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며

스톡홀름에서는 필름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작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봤는데 그 때나 어제나 영화관에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영화에 스톡홀름 관객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흥미롭고도 그들은 어떤 감상을 하는지 궁금했다.


특히... 한국에서 입양인들을 제일 많이 데려가는 나라 중 하나인 스웨덴에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주변의 입양인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생각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고. 또 대학 4학년 막 학기에 입양기관에서 봉사를 하며 만난 수많은 이름들이 어른거렸다. 미혼모 여성들과 아가들의 모습도.


14일, 서울, 우연한 사고

영화는 이정화의 꽃잎의 선율과 함께 우리는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자유분방함을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인가 할 정도의. 그야말로 꾸미지 않아도 시크한 ‘파리지앵’ 주인공 프레디가 ‘어떤 우연’으로 서울에 오게 되어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다.


스물다섯의 그녀는 조금 들떠있고 화나 있고 혼란스럽다. 프레디, 연희는 한국어도 모를뿐더러 한국에 대한 모든 게 그녀에게는 아주 생소하다.



프레디는 참지 않아.

14일. 프레디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연희라는 이름을 준 생부모를 한 번 찾아보기로 한다.


입양기관에서는 부모에게 전보를 보내 아이가 당신과 만나고자 한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부모가 동의를 할 시에만 연락처나 주소를 아이에게 전달하거나 입양기관의 중재를 통해서만 아이는 부모와의 만남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녀는 물어본다.

“나 시간이 22주 밖에 없다고요. 이렇게 해서 못 만나면 어떡할 건데? 왜 나에게 내 부모의 주소를 알 권리가 없는데요? 부모의 권리는 당신들이 지켜주는데, 입양인들은 누가 보호해줘요?”


타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선 그렇지. 부모가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였다.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 각자의 사정으로 내리게 되는 결정들. 내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러나 프레디의 말에 대해 우리 모두는 그녀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뿔뿔이 흩어져있는 입양인들에게 줄 대답을 고민해봐야 한다.



아빠는 왜 이제서야.

프레디의 아빠. 너무 인간적이고 그래서 싫었다. 그녀도 그랬겠지.

프랑스에서 딸이 왔지만, 자기는 일하느라 평일엔 바쁘니까 주말에 생판 모르는 도시로 오라고 한다. 만나서는 너를 위한 결정이었다.


더 나은 말은 없을까? 변명 없는 사과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프레디의 아빠가 "아빠가 다 미안해. 힘들었지. 앞으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많이 해주고 싶어."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군더더기 없이 딱 그렇게 말했다면 프레디는 헤어질 때 말도 없이 택시에 올라타버리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아저씨.



삐뚤어질래.

마음이 어지러울 때, 뭔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일들이 나를 나쁜 꿈처럼 매일 따라다니는 것만 같을 때,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기는 쉽지가 않다.

마음에 무게가 실리지도 않고 말이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 프레디는 그전처럼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섬뜻할 정도로 차가운 말도 연인에게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영화를 볼 때는 그녀의 연인에 대입해서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지금 곱씹어보면 프레디는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그 누구보다 자기에게 상처를 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의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

금세 연락이 와서는 만나자고한 프레디의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7년이나 지난 시점에 갑자기 그녀를 만날 의향이 있다는 걸 밝힌 엄마. 어딘가 프레디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응접실에서 친엄마를 기다리던 프레디는 어떻게 이런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갑자기 만나게 될 수 있게 되었냐고 물어본다. 직원은 딱 한 마디로 우리의, 연희의 마음을 울린다. "입양아들의 마음을 생각하는 직원도 어딘가엔 있었다고 생각해요"


프레디가 드디어 엄마를 만난 게 감동적이어서 울었는지, 그 직원의 말이 나를 울렸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꼭 듣고 싶었을, 들어야만 할 말일 것 같아서 먹먹했다.


마치며.

입양에 대해 많은 경험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2년 가까이 입양기관에서 서류 번역, 재판 통역 등의 봉사를 하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정말 무수히 많다는 사실이다. 스웨덴에서 만난 내 친구처럼 입양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데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친구도 있으나, 입양아들의 경험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아직 보지는 않았으나 스웨덴 입양아 신유숙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는 어두운 단면을 좀 더 보여준다고 한다. 신유숙 씨는 입양인의 대표로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아픈 경험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그녀의 인터뷰를 첨부한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개개인의 현실은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고 맑아질 수 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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