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ko Popa (조영필 역)
휴일의 만남
소용돌이* 구름이 몰려온다
로지에르** 거리의 지붕 위로
우리는 소나기를 피한다
인적 끊긴 유대인 서점에서
그곳은 꿀의 향기에
양귀비 씨와 추억에 침수되어 있다
카운터에 놓인 엽서에서
숫양의 뿔이 원을 그리며 뛰어나온다***
빈손으로 떠나기 싫어 우리는
새해 인사가 든 두 장면을 고른다
샤나 토바****
타오르는 턱수염을 가진 젊은 가게 주인은
우리 죽은 친구 체르노비츠***** 출신 시인의
음성을 가지고 있다
샤나 토바
파리, 1984년
Note:
* 'fiddler'는 바이올리니스트나 사기꾼을 뜻한다. 다만 fiddle pattern(포크나 나이프 손잡이의 소용돌이 꼴 장식)이라는 문구를 참조하여 ‘소용돌이’ 구름으로 번역함.
** 로지에르 거리 : 편집숍이 밀집한 '탕플 거리'와 파베 거리를 이어주는 300m 길이의 거리, 약 6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중동의 식료품을 판매하는 서점을 비롯해 서점, 액세서리 숍 등 유대인이 운영하는 매장이 들어서 있다. 벽화와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꾸며진 거리를 걷다 보면 유대교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거리 내 대표 맛집 '라스 뒤 팔라펠'에서 유대인들의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다.
(출처 : triple.guide, 로지에르 거리)
로지에르(Rosiers)는 '장미 덩굴'이라는 뜻으로 생폴 생루이 성당에서 다시 길을 건너 골목길로 들어서면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잘 알려져 있고 서점, 카페, 정육점 등 유대인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으며... (출처 : artsnculture.com)
*** 'ring out' 이 '울리다'의 뜻인지, '원을 그리며 뛰다'의 뜻인지 불명확하다. 시적인 측면에서는 '울리다'가 더 와닿지만, 맥락적으로는 엽서의 그림을 보는 것이므로 '원을 그리며 뛰어나오는' 정도의 느낌으로 번역하였다.
**** '샤나 토바 (Shana tova)' : 'good year' - 유대인의 신년축제인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 때의 전통적인 인사말. (시집, 주)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또는 "Happy New Year"에 해당하는 히브리 말.
로쉬 하샤나 : 유대인들의 설날, 나팔절이라고 한다. 로쉬 하샤나의 뜻은 해의 머리라는 뜻이다. 성경에 따르면 나팔절은 가을 농작물을 마지막으로 거두게 되는 초막절, 즉 가을 절기의 시작인데, 나팔을 불어 대속죄일의 준비로 성회를 열어 거룩하게 지키는 날로서 성력으로 7월 1일에 거행되는 절기이다. (출처: 위키백과)
***** '체르노비츠(Czernowitz)' : 파리에서 사망한 독일어 구사 시인 Paul Celan (1920-1970)의 출생지 (시집, 주)
우크라이나 서부의 도시이자 체르니우치주의 주도이다. '검은 도시'라는 뜻으로 중세시대 이 지방의 흑토와 떡갈나무로 지은 목재 성벽에서 유래했다. 본래는 루마니아의 전신 중 하나인 몰다비아 공국의 영토였다. 1775년, 오스만 제국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 부코비나를 할양하면서 탄생한 부코비나 공국의 중심지였으며 당시에는 독일어 지명인 체르노비츠로 불렸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동안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많이 들어섰으나 이 시기부터 농촌의 우크라이나인이 많이 흘러들어와 루마니아인보다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루마니아 왕국의 영토가 되었다가, 제2차 세계 대전 도중 우크라이나인 거주 지역임을 근거로 루마니아를 협박한 소련이 부코비나 북부를 강탈해 우크라이나 SSR의 체르니우치주가 되었고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되었다.(출처: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