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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25. 2016

갈라파고스 신드롬

탈 오리지널의 오리지널화

유니크한 것과 진부한 것은 한 끝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한 때 독특한 컨셉과 기술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브랜드도 어느 순간 진부한 포지션에 혼자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대륙과 단절되어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동식물이 살고 있는 섬, 갈라파고스. 우리가 어느 순간 세상의 흐름과 떨어져 있을 때 이런 단어를 많이 씁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양한 기능 등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자 제품들이 세계시장과는 단절된 상황을 설명하는 신조어           

일본 기업들이 만든 휴대전화가 갈라파고스섬에서 다윈이 발견했던 고유종들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신용어다. 즉, 다윈이 발견했던 고유종들은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섬에서 독자적으로 진화를 거듭했는데, 일본 휴대전화는 최고의 기술을 가졌지만 세계시장과는 거리가 먼 상황을 나타낸다.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 i-mode의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夏野剛) 게이오대 교수가 맨 처음 사용했다.

일본 통신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모바일인터넷, 모바일 TV 등이 상용화됐으며, 휴대전화 기술은 1999년 이메일, 2000년 카메라 휴대전화, 2001년 3세대 네트워크, 2002년 음악파일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제, 2005년 디지털TV 등 매년 앞선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일본 내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9년 들어 미국의 2배 수준인 1억 명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커다란 내수시장에 만족해 온 일본은 국제 표준을 소홀히 한 탓에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었다는 견해다

-출처. 네이버 시사 상식 사전



비록 단어가 생긴 것 자체는 일본 휴대폰 전화인지는 몰라도, 이 단어는 지금 산업군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이 정도의 용법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1. 외부와 협업하지 않아 도태되는 조직

2. 표준화에 실패하여 범용성이 사라진 조직

3. 시장의 흐름과 관계없이 멈춰버린 조직


최고의 기술, 최고의 지식은 어떤 것일까요? 기존에 우리가 알고있던, 맞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떻게 집단 폐기되고 있을까요?


이것은 어중간한 관리자가 몰락하고 전문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력시장의 변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지요. 기업 비교우위를 한 가지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토대로 비교우위가 작은 것은 철저히 외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회를 찾는 겁니다. 더이상 기업 내부의 온갖 잡다한 지식으로 철옹성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 변화의 속도가 증가하는 현재에 맞지 않다는 것이죠. 우리 스스로만의 무언가 컬렉션을 만들고 박수칠 힘으로 소비자의 세분화된 니즈를 외부에서 찾는 게 더 오리지날리티가 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객은 오리진이 있는 것에 열광하면서도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는 오리진에 대해서는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http://hcitrends.kr/portfolio-item/hci-column-10

- 기술은 우수했지만 표준이 되지 못한 블루레이 등 공급자 입장에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

- 단순히 제품이 필요한 것이 아닌, 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제품을 잘 쓸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음



고객의 변화는 글로벌 (쓰고 있는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인가), 연계성 (이 많은 물건들을 편하게 다루고싶다), 가성비 (무자비한 가격의 오리지널보다는 내 소득으로 할 수 있는 사치)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재화 공급의 폭발로 기존 모든 산업에서 단일 제품의 티핑도 유의미하긴 하지만, 더 큰 시장의 기회 - 플랫폼- 를 중심에 두고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단일 기업의 내부 역량은 한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죠. 기존에 문어발로 넓힌 기업집단도 '삼성'처럼 핵심 산업 중심으로만 (내가 잘하는 것) 사업을 재편합니다. 다만, 컨텐츠의 다양성 (글로벌,연계성,가성비) 등은 콜라보를 통해 풀고 있죠. '네이버 스토어'의 그 많은 상품을 네이버가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최근 글로벌 기업은 M&A를 토대로 새로운 콜라보를 하고 있고, 차별화된 컨텐츠로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소비재 기업은 브랜드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장에 신선함을 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우리가 알고 있던 오리지널에 대한 '탈 오리지널'을 통해 새로운 오리지널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http://news.joins.com/article/19612464

- 벤쳐캐피탈 대표의 이야기니까..라고 듣기에는 최근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역량 확보 방법이 이와 같습니다.

- 잘할 수 없는 것은 잘 못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피드백입니다. 삼성도 인수하고 있는데요.



소비재 시장에는 콜라보레이션과 편집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오리지널 만들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UT는 이제 진부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콜라보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고, SPA 브랜드의 고급(브랜드 가치는 높지만 시장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브랜드와의 협업은 각종 이슈들을 만들어냅니다. 브랜드는 힙스터와 연계하고 있고, 하라주쿠에 10년 전에 늘어선 편집샵 거리는 이제 가로수길에서도 발에 치이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소비재 시장에서 더 풍성한 생태계를 만들고, 소비자 참여형이나 가능성 있는 컨텐츠에게 기회를 주는 순기능도 일부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의 착취와 횡포도 있지요)


오리지널, 그것도 역시 변하고 있습니다. 주로 다른 컨텐츠와 콜라보나 인수합병,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http://www.etnews.com/200909010289

- 이것이 얼마나 큰 수익을 이후 가져다 줬는지는 영화를 본 사람들 외에도 알고 있을 겁니다.

- 기존 공주님 동화의 디즈니는 마블 인수를 신호탄으로 탈 디즈니를 통한 새 디즈니의 활로를 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단일 기업 하나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000化. 뭐든지 녹여낼 수 있는 힘. 오리지널을 잃지 않으면서도 융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자신만의 프리즘으로 빛을 통과 시키는 능력이죠. 그래서 기업의 역량은 제품을 만드는 껍데기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심연에 기업이 정말 잘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있는 것이죠. 이것을 찾아내야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http://outstanding.kr/%EC%8B%B8%EC%9D%B4%EC%9B%94%EB%93%9C%EB%8A%94-%EC%96%B4%EB%96%BB%EA%B2%8C-%ED%8E%98%EC%9D%B4%EC%8A%A4%EB%B6%81%EC%97%90-%EC%95%95%EC%82%B4%EB%90%90%EB%82%98/

- 우리의 싸이월드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요?

- '아이유'가 댄스 곡도 부르지만, '아이유'다운 댄스 곡을 부릅니다. 시스타 노래는 안하죠.


ZARA의 성공은 이런 프리즘만 남기고 모두 바꾼 것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명품 브랜드를 콜렉션에서 카피한 ZARA는 모든 옷의 디자인을 ZARA스럽게 풀어냅니다. 그 핵심은 빠른 속도도 있지만, 빠르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죠. 소비자가 좋아하는 컬러톤, 문양, 심플하면서도 상품이 돋보이는 매장 환경 등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핵심 프리즘을 토대로 모든 빛을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장 전체가 지금 원하는 것과는 다를 겁니다. 지금 있는 수요가 아닌, 잠재적으로 도래할 수요에 목적을 맞추고 그들도 노력했겠죠.


http://news.joins.com/article/15694775

- 몰락했지만 파나소닉은 반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다시 사업기회를 찾았죠. 이런 산업이 어쩌면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모든 것을 홀로 찾다가 지치고 성과도 안나는 조직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우리 방식만 그토록 고집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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