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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y 08. 2019

전략 기획자의 기업 역량 알기

실체가 있는 전략으로 가는 방법

역량은 기획자라면 늘 가지고 있어야 할 한 가지 생각의 축입니다. 한쪽에서 시장의 기회인 고객 수요와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면 다른 한 축은 우리의 역량이 머릿속에 있어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우리의 방식대로 미래를 맞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80년대 전략이 경쟁의 방법이었다면 이후 전략은 기업 문화를 포함한 역량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기획하고 일하는 우리 회사, 브랜드, 아이템은 시장에서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해 늘 생각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경영 계획에 늘 반영하고 확인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것이죠.



회사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은 경영자 양성 과정에 단골로 나오는 커리큘럼입니다. 현재 우리 회사는 시장에서 다른 회사에 비해 어떤 자원이 더 탁월한가, 다른 데서 갖고 있지 못한 고유한 자원은 무엇이 있는지 늘 생각하도록 합니다. 미래에 우리의 역량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답해야 하는 것은 경영자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기획자도 당연히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무형의 자원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역량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척 어려운 개념이지만 결국 다 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거나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재정립하는 일을 하면 알든 모르든 역량을 다루어야 합니다. 보통은 가장 무난하게 전에 썼던 단어들을 가져와서 표현을 현재 시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수정하는 식으로 바꾸죠.



중장기 계획은 역량의 총아입니다.
돈을 써서 역량을 증진시키고
역량을 통해 사업을 하자는 내용이
중장기 계획입니다. 



간단하게 보면 연구개발비 항목을 어디에 쓰는지 결정하거나 어떤 연구 인력을 스카우트할 것인지 정하고 인수 합병해야 할 기술을 정리하는 것이 역량 준비의 실체에 해당합니다. 기술 연구비 외에도 양적인 투자도 역량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소를 짓는 것뿐 아니라 영업 채널을 어떻게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가져가는가에 따라 같은 지급수수료가 그냥 비용이 되기도 하지만 역량에 지불하는 돈이 되기도 합니다. 사례를 통해 살펴봅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여기에만 있게 하거나
같은 것이라도 더 편리하고 생생하게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고객 관점의 기업 역량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여기에만 있게 하는 것을 역량이라고 한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마트 같이 공산품을 유통하는 것부터 거리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일까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유명 유통 경영자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해외 전시회에서 상품 계약을 협상하는 모습들을 계속 올리는 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유명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다른 곳에는 없는 아주 적은 비중의 상품만으로 퀄리티 있는 상품 소싱을 하는 유통 채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비슷한 건 다 있는데 거기에만 있는 소수의 제품들로 차별성을 인정받는 것이죠. 이것은 이 기업의 전략이며 전략을 토대로 갖춘 역량입니다.



커피 전문점도 거기에만 있는 메뉴가 있다면 그것은 역량입니다. 독특한 원두를 쓰거나 민트 등 새로운 방법의 커피를 만드는 브랜드는 해외여행을 가면 꼭 들러야 할 커피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칩니다. 이런 상품을 만들고 유지하고 다음 시리즈의 커피를 연거푸 출시하는 것은 이 브랜드만의 역량입니다. 이런 역량은 마치 연구 개발비를 어디에다 쓸 것인지 결정하는 화학 회사나 자동차 회사와 종류가 같은 역량입니다.



같은 것이라도 더 편리하고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으로도 상품의 차별화만큼의 고유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도 처음에는 상품의 차별성으로 주목받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해외 유명세가 도움이 되었지만 기존에 대중화되지 않았던 커피를 많이 알린 계기가 되었죠. 하지만 국내외 많은 커피 브랜드들이 거의 비슷한 상품으로 스타벅스를 추격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라떼, 아메리카노는 사실 소수의 커피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커피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맛의 차이를 느끼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적 시장에서도 스타벅스는 경쟁 브랜드 대비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간을 역량으로 생각한 것이었죠.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은 혼자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다고 눈치를 주거나 나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매뉴얼이 아닌 방식으로 운영하는 아주 드문 사고 사례를 만난 것이죠. 스타벅스는 직영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리점으로 운영하는 국내 일부 커피 브랜드에 비해 브랜딩 관리를 하기 쉬웠습니다. 굳이 손님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더 팔 이유가 없는 직영점이니까요. 스타벅스의 인테리어와 안락한 의자, 조명은 많은 유사 커피 브랜드들이 흉내 낼 수 있었지만 이런 정책과 정책 이면에 담긴 역량의 정의마저 따라올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 인구 통계학적이며 사회적 변화인 혼자 즐기는 시대에 스타벅스는 좋은 리포트 쓰는 장소이자 생각하는 곳, 여전히 좋은 만남의 장소입니다. 껍데기가 비슷한 매장들일지라도 어떤 운영 방식이냐에 따라 차별화된 역량이 정의됩니다. 안락한 의지를 구입하는 데 비싼 비용을 다른 커피 브랜드에 비해 지불하는 것도 그것이 비용이 아닌 역량 구축을 위해 들이는 투자(엄연히 회계학적으로 비용이지만)인 셈이죠.



다른 커피 브랜드와 스타벅스의 역량 차이, 그리고 다른 마구마구 쌓아 놓은 유통 브랜드와 조금 다른 상품이 거기에 있는 마트와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무엇이 역량이고 무엇이 역량이 아닌 활동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독점적 생산이나 유통을 하는가



앞에서 다룬 사례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사실 전략을 통해 갖춘 역량은 독점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얼마나 있는지 보고 높지 않다면 먼저 진입한 곳에서 더 높은 역량을 쌓아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새벽 배송은 처음에는 신선한 접근이었지만 새벽 배송의 더 근원적 역량인 물류와 구매 예측은 많은 기업에서 인프라와 데이터 과학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니치 마켓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도 많은 O2O 기업의 등장으로 격한 경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먼저 진입했다면 진입 과정 중에 알게 된 필요한 수요와 기술을 빨리 쌓아 나가서 그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겉으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지만 기업의 역량은 빨리 진입해서 쌓은 배달을 좋아하는 고객에 대한 정보와 소상공인 정보, 빠르고 넓게 배달할 수 있는 물류에 있으므로 이런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아이템으로 기능을 중심으로 넓혀갈 수도 있겠죠. 





2.     확산의 이유가 자원 때문인가



그러므로 하려는 사업 확장이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확장의 이유에 반드시 기존 사업의 기술이나 자원이 배경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히 옷 만드는 회사라고 속옷을 팔다가 수영복을 팔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자원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물론 원료를 조달하고 봉제하고 매장에 입고해서 유통망 관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은 같은 옷이라서 아무래도 옷이 아닌 기업이 진입하는 것보다는 더 수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객의 인지와 맞지 않거나 탁월한 기능이나 원가를 낼 수 없다면 짐을 하나 더 늘린 격에 불과합니다. 금광을 많이 확보한 기업에서 귀금속 브랜드를 하는 것이나 화학 기업에서 원단을 가지고 기능성 의류를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죠. 유니클로도 히트 아이템이 계속 차별화된 기능성을 보이는 데는 도레이 화학과 기술 협업을 한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을 하려면 자체 캐릭터를 갖고 있어야겠죠.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 프렌즈처럼 캐릭터라는 뚜렷한 역량을 가지고 리빙, 의류, 이모티콘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역량이 침체되지 않게 캐릭터를 살리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이 기업의 역량 유지 활동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많은 의류 기업들이 외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이유도 외식업을 단순히 점포 사업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같은 상권에 여기는 의류, 저기는 외식 브랜드를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자원 기반이 아니기에 고객에게 다가갈 아무 역량이 실질적으로는 없는 것입니다.





3.     트렌드에 맞추는가, 파괴시키는가



그래서 남들 다하는 것을 우리가 한다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특히 IT 기술에서 그런 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자금을 쓰는 게 아니라 누구도 보지 않을 일에 돈을 낭비하는 결과로 돌아옵니다. 



경쟁사에서 멤버십을 하고 간편 결제를 한다고 우리가 꼭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아하게 여기실 분들도 있는데 이런 것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 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고객 수요와 경영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죠.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상품이나 서비스, 경험 제공은 후발 주자가 한다고 해서 비용만큼 효용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 자금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데 투자하는 편이 더 낫죠. 실제 많은 기업들이 기업만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만들고 포인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고 정작 기업에서도 효과를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습니다. 이것은 플랫폼의 역할을 잘 모르고 따라만 해서 그렇죠. 큰 그림 안에서 어떤 플랫폼을 만들고 그것은 경쟁 플랫폼과 무엇이 다른지, 우리의 이미지에 맞는 방법인지 고려한 상태에서 만든 게 아니라서 그렇죠. 현업과 떨어진 IT 조직에서 만들어서 그런 큰 그림보다는 각개전투 수준의 서비스만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량을 파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경험상 가장 좋은 시작 방법은
재무제표를 보면서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 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대차대조표에 어떤 자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왜 그게 많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죠. 우리가 다른 회사에 비해 현금성 자산이 더 많다면 우리가 현금 회수 기간이 더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투자를 안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죠. 현금 회수 기간이 짧아서 그렇다면 다른 기업보다 현금을 빨리 회수하는 시스템이 우리의 역량이 될 수 있습니다. 현금 회수의 속도는 사업 아이템은 아니지만 높은 효율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건물 임차료가 더 높다면 우리가 갖춘 영업망, 즉 오프라인 매장이 우리의 역량일 수 있습니다. 공간을 활용한 고객과의 높은 접점, 다른 곳에 비해 더 많은 고객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활용하기에 따라 높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한때 온라인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월마트가 픽업 서비스 등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유통 기업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북미 지역에 많이 전개한 기존 유통망을 새로운 역량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손익 계산서를 보고 역량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비보다 광고 선전비 증가가 더 높았던 기술 기반의 기업이 그동안 사용한 연구개발비 중심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통해 다시 회생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B2C 사업으로 실패한 전자 기업들이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B2B 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회생한 사례를 한국과 일본 기업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재무제표 어디를 찾아봐도
역량이 보이지 않는 기업이 많습니다. 



일전에 중소기업 투자 관련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팀들과 면담을 했지만 이제 시작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그저 규제와 제도 속에서 벤더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지만 사업의 뿌리가 되는 기술을 편리함 때문에 아웃소싱을 준다면 기업 자체의 역량은 외부의 손에 맡겨집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역량을 기획해야 합니다. 투자받은 자금이나 이익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거기에 쓰지 못하고 다른 양적 확장에만 쓰게 된다면 계속 앞설 수 있는 역량은 상실됩니다. 



기획을 하면서 계획을 세우면서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고 작년 것과 그대로 쓰거나 시장에서 유행하는 키워드나 기술을 잔뜩 적으면 기획자 스스로도 역량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리서치를 넘어서 나만의 우리 조직만의 방향을 기획하는 데는 현장과 책상에서의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요와 역량의 접점 중간에서의 시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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