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MICUS Feb 13. 2019

귀뚜라미 4천 마리를 위한
아파트 만든 물리학도

[팀 인터뷰] 호모미미쿠스 이길진 연구원 이야기

호모미미쿠스엔 어떤 사람이 일하고 있을까요? 두 번째 인터뷰는 만들기에 푹 빠진 물리학도 이길진 님(이하 길진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 첫 번째 인터뷰 바로가기) 길진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범상치 않은 경험담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시는데 길진님의 경험들을 게임 장르로 표현하자면, 과학/모험/RPG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길진님은 10여 년 동안 물리학을 공부한 물리학도 입니다. 호기심 넘치는 물리학도의 인생 이야기를 차분히 듣다보니 길진님이 호모 미미쿠스의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점이 길진님을 호모 미미쿠스로 이끌게되었을까요?  




소년, 다음(Daum) 곤충카페의 레전드가 되다


어린 시절, 곤충을 아주 체계적으로 키웠다고 들었어요. 키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그냥 좋아서 키운 것 같아요. 원래 애들은 다 벌레 좋아하고 그러잖아요.


가장 인상 깊게 키웠던 생물이 있었나요?

원래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벌레가 사슴벌레랑 장수풍뎅이잖아요.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키우고. 아마 키우기 편하고요. 얘네들을 키우다 보니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많이 키우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니깐 개체수를 늘려 키우게 됐어요. 종류 다른 걸로 200마리 정도 키웠던 것 같아요. 


타란튤라도 키웠다고 하셨는데, 사슴벌레 키운 다음이었나요?

네, 사슴벌레를 다 정리하고요. 중학생 때였나. 


어떤 계기로 타란튤라를 키우셨나요?

제 성향이 남들이 많이 하면 흥미를 금방 잃더라고요. 곤충 많이 키우다보니깐 주변 사람들도 너무 많이 키우고 그래서 분양을 주고, 아무도 안 키우는 거미를 사서 키우게 됐어요. 당시엔 타란튤라를 키우는 사람이 정말 없어서, 구하기도 어려웠고 정보도 없었어요.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 맛에 하는 거 같더라고요. 정보가 없으니깐 막 찾아보고, 어렵게 공부해서 키우는 재미로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다음(Daum) 곤충 카페에 이런 내용을 올려서 질문도 많이 받고, 커뮤니티도 형성되고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Greenbottle Tarantula ⓒtarantulafriendly.com


타란튤라는 어떻게 키우나요?

곤충 키우는 유리 어항 같은 곳에 키우고요, 귀뚜라미나 밀웜 같은 녀석들을 먹어요. 


타란튤라를 키우면서 귀뚜라미가 사는 아파트를 만드셨다고

네, 어쩌다가 한 번에 4천 마리까지 키우게 되버려서 리빙박스에 귀뚜라미 아파트를 만들었어요. 사실 4천 마리까지 키울 필요는 없었는데...


귀뚜라미 아파트가 쉽게 상상이 안 가는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큰 리빙박스 안에 층을 만들어줘요. 귀뚜라미가 사료도 먹고, 물도 먹고, 배설물도 있어서 냄새가 나니깐 그걸 쉽게 갈아줄 층을 만들어야 해요. 가장 좋은 소재가 계란판이더라고요. 계란판을 리빙박스 안에 층층이 쌓아서 아파트를 만들어준거죠. 리빙박스가 있고 그 안에 층층이 계란판이 있고, 한쪽엔 먹이를 놓고.


엄마가 되게 싫어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네, 처음엔 엄청 싫어하시다가 나중엔 포기하신 거 같더라고요.


타란튤라는 먹이를 어떻게 먹나요?

규칙적으로 먹는 건 아니에요. 안 먹을 땐 몇 주씩도 안 먹고, 먹을 땐 하루에 몇 마리 씩도 먹어요. 정말 4천 마리까지 키울 필요는 없었는데... 4천 마리는 최고 많이 키운거고, 평소에는 그렇게 안 키웠어요. 그땐 귀뚜라미 주문을 잘못해서. 


귀뚜라미에 용돈을 거의 다 쓰셨겠어요

네, 귀뚜라미를 키우면 흙이 있어야하고, 그럼 벌레도 생기고 냄새도 심해서 귀뚜라미는 구매를 했거든요. 그 때 마리당 1-200원 했던 거 같은데 보통 한 달에 한 두 번씩 2-300마리 샀던 것 같아요. 용돈을 다 썼죠. 


타란튤라 키우면서 뭐가 가장 좋았어요?

관찰하는 것 자체랑 사육장 꾸미는거요. 타란튤라 개체마다 특성이 다 달라요. 어떤 애들은 소형인데 엄청 화려하고, 어떤 애들은 굉장히 큰 데 바닥만 기어다니고. 크게 세 종류로 나누는데 하나는 버로우성이에요. 버로우성은 스타크래프트 보면 럴커 아시죠? 땅 속에 굴파고 들어가는 애가 있는데, 그것처럼 땅속에 굴 파고 안 보이는 애들이에요. 또 배회성이 있어요. 얘들은 바닥에 살짝 거미줄만 보일듯 말듯 깔아놓고 뛰어다니면서 사냥하고요. 나무위성 거미들은 나무 위에 거미줄을 치고 나무 위에 뛰어 나와서 사냥을 해요. 풀숲에 있는 거미줄이 아니라 나무 위에 크게 집같이 거미줄을 쳐요. 개체 성향에 맞춰 멋지게 꾸미고 그런 게 좋았어요. 30센티미터까지 점프를 하는 애들도 있어요. 그런 애들 중엔 새를 사냥해서 먹는데, 버드이터(bird eater)라고 불러요. 개체 특성에 따라 정글의 모습대로 할지, 바닥은 무슨 나무 껍질로 깔고, 집은 어떻게 짓고, 멋있는 나무를 어디서 구해올지 고민하면서 즐거웠어요. 


타란튤라, 지금도 키우시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키우다가 말았어요. 사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나요. 


혹시 관찰 기록을 남겼나요?

뭔갈 썼던 거 같긴 해요. 기억력이 되게 안 좋아서. 여러 마리를 키우다보면 헷갈리거든요. 이게 얘의 특성인지 쟤의 특성인지 헷갈려서 적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개미도 기르고, 개미를 기른다고 개미집을 구상해 유리집에 가서 유리로 된 개미집 만들어오고 그랬어요. 부지런히 기록을 하긴 했었죠. 


그 기록을 보면 정말 재미있겠네요

지금은 없을 것 같은데... 오산 집에 가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또 정리하고 버리는 걸 좋아해가지고.

(인터뷰 내용엔 없었지만, 이분 자취방 입주할 때 장판 들어 장판 밑까지 소독하시는 분) 


이마트에서  길진님에게 어울리는 곤충젤리를 발견해 선물해드렸어요 ⓒ호모미미쿠스



질문왕, 물리학과에 가다


물리학도로 10여 년의 세월을 보내셨는데, 물리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어, 이거 거의 대학교 면접인데요. 제가 대학교 면접 때 그 질문을 받았는데,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고 싶어서라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들이 웃으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자연의 원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어떤 원리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강해서 물리학과에 진학했죠.


언제부터 자연의 원리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되게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건드려봤어요. 키우는 것도 해보고. 기억이 있을 때부턴 무언가를 키웠던 거 같아요. 기계 만지는 것도 다양하게 해보고.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보니깐 근본적으로 궁금함을 해결해주는 분야가 물리학인 거 같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도 물리학을 좋아하셨나요?

고등학교 때도 물리를 제일 좋아했어요. 어렵지도 않고. 저는 고등학교 때 물리시험을 공부하기보다 이상한 질문을 되게 많이 했어요. 


기억나는 질문이 있나요?

거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선생님을 괴롭혔는데, 그중 기억 남는 건 '거울'에 대한 질문. 거울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내가 볼 때 거울은 왜 좌우만 바뀌고 상하는 바뀌지 않는지. 그게 너무 궁굼해서 눈 모형을 만들어서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눈을 보면 좌우랑 상하랑 어떤 방향성의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좌우만 바뀌고 상하는 바뀌지 않죠? 이런 질문하고 그랬어요. 


호기심을 가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좋아하신건가요?

그 과정을 좋아한다까지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궁금해서. 궁금해서 쫓아다녔죠(웃음) 선생님이 처음엔 좋아하시다가 나중에는 되게 싫어하셨어요. 그만 좀 쫓아다니라고. 


물리학과에 진학하셨는데, 학문으로서의 물리는 어땠나요?

대학교에서 물리 배울때요? 오히려 대학교에서 궁금한 점을 많이 해결할 수 있었고 대학교 가서 더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재미있어서. 


교수님들한테 질문하면 안 귀찮아하시고?

네. 같이 막 생각해주시고. 특히 저희 학교 교수님들이 아빠 같은 이미지로 되게 좋으셔서 그냥 궁금한 거 가져가면 자기 일처럼 고민해주셔서 되게 좋았어요. 오히려 내가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실험을 하고 싶다고 하면 실험할 환경을 제공해주시니깐 훨씬 재미있었죠. 


혹시 제일 재미있게 한 실험 기억하세요?

제일 재미있게 한 실험이요? 음… 제가 어릴 때부터 뭘 계속 만들어 왔어요. 만드는 걸 좋아해서. 


만드는 걸 좋아해서 사육하신 거 같아요. 제가 인터뷰 해보니깐.

음... 그런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깐. 딱히 걔네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기보다 잘라서 관찰하는 게 좋았고, 개미도 관찰한 시간보다 개미집 만들고 디자인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아요. 암튼 제가 만드는 걸 되게 좋아해서 집에서 계속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었거든요. (웃음) 학부 때 들었던 수업에서 처음 회로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하게 됐어요. LED 깜빡깜빡하는 그런 수준이었는데 수업에서 연을 맺게된 교수님께 회로 관련된 기본 정보들을 배우게 됐어요. 이걸 배우면서 역학 장치가 만들고 싶어졌고 200만원 정도를 지원 받아서  컴퓨터 역학 충돌 실험장치를 만들었는데, 되더라고요. 지원받은 프로젝트 자연과학 부분에서 우수상 받아서 상금 500만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게 엄청 기억나네요. 힘들긴 했지만 되게 재미있었어요. 


물리학도로서 하고 싶은 걸 맘껏 하셨네요

네, 재미있었어요.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조금의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물리학을 공부했어요. 실험실에서 추억도 정말 많고 궁금한 것도 정말 많이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이상 주변의 선배나 연구자들 수준으로 공부할 순 없을 것 같다' 10년 이상한 일을 그만두는 건 어려운데 정말 며칠 만에 그만두게 됐어요. 제 자신도 신기했어요. 원래 고민이 되게 많은 성격이거든요. 작은 것도 결정하기 어려운데 물리(박사과정)를 포기하는데 2-3일이 안 걸렸던 것 같아요. 좌절도 많이 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여차저차 주변의 영향을 받아서 물리교육과를 알게 됐어요. 


물리교육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물리를 재미있게 공부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리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정말 물리가 재미있다는 걸 알려줘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물리학이 되게 재미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근데 막상 물리 문제 생각하면 저도 싫거든요. 입시 공부 재미없고, 지루하고. 그런데 자연을 탐구하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흥미를 느낀 경험을 공유해주고 싶고 물리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제가 10년 간 해온 물리학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도 있고. 교육학 공부해서 내가 아는 거랑 접목해서 어쩌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리교육 석사 과정을 밟게 되었죠. 



호모미미쿠스에 온 물리학도 


물리교육학 석사를 하시다가 호모미미쿠스에 온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때부터 중앙대와 공동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어요. 거기서 이원준 박사님을 알게됐어요. 그분을 통해서 이런 회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박사과정 그만두고 교육대학원에 입학을 했는데 원준님이 자꾸 교육대학원 말고 회사에 오라고 하셨어요. 그 당시 전 자존감, 자존심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한 번 (물리학 박사) 포기한 상태여서 뭔가 새로운 걸 할 자신감도 없었고, 시험준비해서 선생님 해야겠다 생각하고 그냥 다니고 있었거든요. 근데 자꾸 어떤 프로젝트가 있는데 니가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계속 연락을 하셨어요. 전 못할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했고요. 당시 조교도 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프로젝트가 재밌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다가 합정에서 선중님, 원준님, 민제님이랑 함께 밥을 먹는데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넘어간 상태에서 선중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합류하게 됐죠.


지금은 그때 말했던 프로젝트를 하고 계시나요?

네, 처음엔 디테일한 건 아니고 대략적인 것만 말해주셨어요. 어려운 거 아니라고. 재미있을거라고. 합류해서 바로 군대의 폭발물 탐지견이 효율적으로 폭발물을 탐지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와 거미를 모방해 영상 자체의 흔들림을 방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정말 다양한 걸 만들어보고 있고,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해서 성능을 개선해가고 있어요.  


길진님 책상은 각종 공구와 부품으로 가득합니다 ⓒ호모미미쿠스


만들기 좋아하시는데 이것저것 만드니깐 좋으시겠어요

네 (웃음) 제가 합류한 게 2018년 5월이니깐 얼마 안됐어요. 사실 제가 물리학과여서 전자부품으로 뭔가 만드는 건 집에서 DIY 수준으로 조금 해봤던 거 뿐인데, 이 프로젝트 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어요. 처음에 만든 거 보면 진짜 허접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괜찮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좀 그래요. 제가 보기엔. 그래도 재미있죠. 더 잘 만들고 싶고. 찾아보고 개선하다보면 시간도 정말 금방 가고요.

 

프로젝트 하면서 제일 어려운 건 뭐예요?

저는 이 방면의 실무 경험이 없고, 전공자도 아니잖아요. 열심히 구글 찾아서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무언갈 만들고 그런데 실제 어떤 전자제품을 만드는데 이러면 안 되고, 저렇게 해야되고 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거에 대해 잘 아는 수퍼바이저가 없으니깐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이 방향으로 왔는데 갑자기 이게 아닐수도 있다 그러면 다시 뒤로 돌아서 가는 경우도 많고. 짧은 시간에 해야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그게 가장 어렵긴 해요. 


이 어려움에 대해 팀원들이 도움이 되나요?

네. 같이 고민해주는 게. 일단 필요한 기능을 다 구현하고, 양산단계에서는 전문가가 PCB를 보고 다듬어주시니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어요. 하다보니 조금씩 보이기도 하고요. 


제일 좋은 점은 뭔가요?

6개월 정도 회사에 있었는데, 그 전에는 교육대학원 다니니깐 고시공부하고 인문학적인 것 배우고 그러다보면 만드는 것에 대한 시도를 아예 안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머리가 굳는 것 같았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뇌가 말랑말랑, 다시 살아난 느낌이 들었어요. 말도 안 되는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그주제로 대화도 나누고 가볍게 구현도 해보거든요. 그러면 처음엔 전혀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던게 점점 말이 되는 아이디어가 되고. 아이디어를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회사 분위기가 되게 좋았어요. 


회사에서 이끼도 키우셨다면서요.

네. 말도 안되죠. 저랑 대표님이랑 다시 분재를 시작해보자 이러면서 분재 이야기를 하다가 뭐 나오고 콩나물 나오고 이끼 얘기 나오고 갑자기 선중님이랑 저랑 밖에 나가서 이끼 캐오고. 이끼 어디에 키우지? 이러다가 저기 커피 가루 있으니깐 저기에. 아 얘 이름을 뭘로할까 이러면서 로고도 만들고요. 


저번에 선중님(CEO) 인터뷰할 때 미친놈이 미친놈답게 일하는 곳 만들고 싶다하셨는데 그런 거 같으세요?

네. 완전.


직접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세요?

지금 제일 해보고 싶은건 제가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연모방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문제해결 방식 같은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학생들한테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그 방법론을 제가 가진 지식, 제가 알고 있는 재미있는 실험이랑 연결 시키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올 거 같아서 교육 키트 개발이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 관련된 일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자연모방은 원래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처음들어봤어요. 


처음 알게되셨는데 자연모방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자연모방이 새로운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아주 옛날부터. 인간이 살면서 제일 흔하게 한 게 자연물을 모방해서 무언가 만들었던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깝게 접한 분야인데, 이걸 체계적으로 접해보지 못해서 생각하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이걸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고, 자연모방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인류의 문제에 적용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구나 해서. 참신하고 재미있었어요. 


물리학도로서 느끼는 자연모방은 어때요?

굉장히 경제적인 것 같아요. 물리학에서도 어떤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 땅으로 떨어지는 것도 위치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져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로가 정해져요. 저는 그걸 생물체에 대해서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회사 와서 보니 생물체는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되게 여러 경로가 있는데, 물리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가장 에너지가 최소화되는 경로를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물리학 이론들과 같이 생물체도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진화과정에서 복잡한 루트를 가는 생물체는 살아남지 못하고, 최소한의 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가는 몇몇 생물들만 살아남은거죠. 그 생물에 생체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고요. 물리학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생물들이 에너지를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존재구나 싶었죠. 이걸 활용하면 정말 효율적인 무언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진님이 생각할 때, 호모 미미쿠스와 케미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요?

잘 맞는 거 같은데 (웃음) 여기와서 정말 팀원들한테 많이 배우거든요. 저보다 다들 실행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저는 생각만하던 것들을 다 실현해가고 계시고, 그걸 실현할 능력도 많이 가지신 것 같아서 그런 면들을 자꾸 배우게 되요. 그래서 저도 여기서 새로운 걸 생각하고, 그걸 해보려고 하고. 이럴 때 팀원들은 어떻게 하지? 하면서 문제해결 방식도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민제님은 개발자면서 사운드아트 이런 거 많이 하시잖아요. 저도 그런 거 되게 많이 해보고 싶었거든요. 저도 기타를 치고 있어서 관심 분야였는데 민제님은 실제 새로운 걸 만드시고, 이상한 소리 만들어내고 이런 걸 보니 정말 재미있어 보여서 저도 같이 만들고 싶고 그래요. 사운드 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융합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요즘은 이펙터를 만들고 있는데, 자연모방 활용해서 독특한 걸 만들어서 전시도 하고 싶네요.

(라고 줄여보았지만 길진님이 회사에서 함께 만들고 싶은 것 리스트는 지치지 않고 계속 나왔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떠올리고, 그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보는 호모 미미쿠스 분위기 덕분에 다시 뇌가 '말랑말랑'해지고 있다는 길진님, 습관처럼 계속 무엇인가를 만드는 호기심 대마왕 길진님이 호모미미쿠스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갈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길진님은 정말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가죽공예로 만든 카드지갑, 최고의 크레마를 뽑기 위해 개조한 커피머신, 멋진 소리를 내기 위한 이펙터,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만들었다는 스피커 등등 어떤 이야기 주제가 나와도 길진님의 '만들기썰'은 계속 됩니다. 뭐 하나 만들 때마다 상상이상의 장비 구매력을 보이는 길진님이 구매팁도 차차 공개한다고 하니, 알차게 정리해서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하겠죠! (기대) 


길진님은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음... 판단은 인터뷰를 읽은 여러분들께 맡길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과학계의 디즈니를 만들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