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도의 미세먼지 마스크 고르기 꿀팁
콜록콜록!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오는 것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것도, 목은 따끔따끔 눈은 간질간질한 것도, 무기력해지는 것도 다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은 3월입니다. 언제부터 봄의 상징이 흩날리는 벚꽃잎이 아니라 흩날리다 못해 대기를 가득 채운 미세먼지가 되었을까요? 덕분에 눈물을 머금고 봄맞이 샤랄라 원피스 대신 빈틈없는 마스크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막상 마스크를 사려고 하니깐 뭘 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대충 아무거나 살까 자포자기하던 찰나 온갖 실험실에 있을 때 마스크를 써보며 테스트 한 적이 있다던 이길진 연구원님(▲ 길진님이 누구냐면요)의 말이 떠올랐어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는 마스크계의 프로 소비러이자 호모미미쿠스의 진지한 실험가 길진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아요.
"미세먼지 마스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스크의 밀착력입니다"
엘리 - 길진님, 마스크 많이 써보셨다고 했는데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올바른 마스크 선정기준이 있을까요?
길진 - 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기준이 어느 정도 생겼어요. 한 여섯 개?
첫 번째, 밀착!
두 번째, 또 밀착!
세 번째, 필터 성능, 모양(하드쉘)
네 번째, 압력(호흡)
다섯 번째, 배기
여섯 번째, 가격
엘리 - 오! 선정 기준이 여섯 개나 되다니. (뭐야, 다섯 개잖아요 ㅎㅎ)
길진 - 개인적인 기준이긴 한데, 이것저것 써보니깐 제일 중요한 건 밀착력인 것 같아요.
엘리 - 밀착력이요? 마스크가 얼굴에 착붙! 하는 그런 거요?
길진 - 네, 얼굴에 마스크가 착 달라붙어야 필터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요. 밀착이 안 되면 공기가 콧등, 턱 사이로 새 버려서 필터가 있는 의미가 별로 없어요. KF94, KF99 같이 높은 등급을 사용해도 밀착이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10-20%만 누출돼도 돈 주고 마스크를 산 보람이 없어집니다. KF94, KF99 같은 높은 등급의 마스크는 막상 착용하면 호흡할 때 저항이 커져서 불편하거든요. 그것 때문에 밀착을 덜 시킬 거면 낮은 등급의 필터를 사용하더라도 얼굴에 딱 달라붙는 마스크를 쓰시는 게 나아요.
"미세먼지를 거르는 필터 성능도 따져보세요"
엘리 - 밀착력과 필터의 기능이 연관되어 있군요.
길진 - 맞아요. 밀착력 다음으로 중요한 게 필터 성능이랑 마스크 모양이에요. 보통 KF80, KF94 같은 식약처 인증 등급이 있거든요. 근데 인증받은 제품을 실제 사용해보면 미세먼지를 잘 못 거르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 귀찮더라도 사려고 한 마스크가 사용하는 필터에 대해 충분히 검색해보고 검증된 제품을 쓰는 게 좋아요. 마스크 모양이 중요한 건 앞에 말한 밀착력 때문인데요. 얼굴형에 맞는 걸 써야 공기가 누출되지 않고, 마스크 내부에서 코, 입술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마스크를 고르는 게 좋아요.
"마스크를 쓰고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해요"
엘리 - 마스크가 얼굴에 착 달라붙지만 그 내부 공간은 여유가 있는 걸 골라야겠군요. 말씀해주신 기준 중에서 압력은 뭐예요? 마스크 쓰면서 압력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 적이 없는데 ㅎㅎㅎ
길진 - 압력은 안면부 호흡기 저항 때문에 적었는데요. 필터 차단 등급이 높아질수록 들숨을 쉴 때 마스크 내부 압력이 생기면서 호흡이 가빠져요. 숨 쉴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거죠. 우리가 숨 쉴 때 무의식적으로 쉬잖아요. 평소랑 다른 압력에서 계속 숨을 쉬면 무의식 중에 호흡 양이 줄어들면서 어지럼증이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가장 좋은 건 필터 성능 좋으면서 숨 쉴 때 저항이 적은 마스크를 고르는 거예요.
엘리 - 어! 저 마스크 썼을 때 어지러웠던 적 있어요. 호흡기가 걱정돼서 마스크 썼다가, 호흡곤란으로 병원 갈 수도 있겠네요.
길진 - 네, 압력이 낮은 단계의 마스크 쓰면서 익숙해지면 천천히 단계를 올리는 방법도 있어요.
"안경을 쓰신다면 배기 방식도 확인해보세요"
길진 - 압력과 같은 선상에서 마스크 고를 때 배기성도 중요해요. 날숨을 쉴 때 공기를 원활하게 빼주는 거죠. 마스크에 있는 필터가 미세먼지를 거르는 그물 역할도 하지만 정전기를 이용해서 미세한 먼지를 흡착하기도 하거든요. 습기가 차면 정전기를 이용해서 먼지를 차단하는 기능이 떨어져요. 또 마스크 낄 때 김서림이라고 하죠. 공기가 콧등 쪽으로 나오면 안경 착용한 사람들은 김이 서리면서 잘 안 보여요. 그래서 공기가 필터를 통해서 나가는 게 좋아요. 더 좋은 방법은 배기 밸브가 따로 있어서 밸브를 통해 공기가 나가는거예요. 이 기능은 자신의 얼굴형이나 상황에 맞춰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렴하더라도 매일 깨끗한 마스크를 쓰는 게 중요해요"
엘리 - 마스크 고를 때 이런 걸 다 생각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냥 KF 기준 보고, 적당히 저렴한 거 샀었는데!
길진 - 아, 가격도 꽤 중요하죠. 가격이 비싸면 선뜻 사기 그렇잖아요. 막 한 번만 써야 하는데 두 번, 세 번 쓰게 되고. 제가 말한 1-5 기준을 만족하면서 저렴한 마스크를 사서 매일 깨끗한 마스크를 쓰는 게 효율적이에요.
엘리 - 음... 몇 개 추천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고르면 방독면 뺨치는 제품을 고르게 될 것 같은데...
길진 - 뭔가 제품 광고 같아서 좀 그렇지만, 그냥 제가 돈 주고 써본 것 중에서 말씀드릴게요.
길진 - 두 가지 마스크를 추천드렸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매를 하실 때 본인의 얼굴형이나 상황을 잘 고려하셔서 결정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웹킵스 스마트 황사 방역 마스크 KF94
*이런 일반 마스크는 개인차가 더 크기 때문에 본인의 얼굴에 맞는 걸 고르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첫째, 제 얼굴형에 잘 맞아서 골랐습니다. 코가 높은 편이라(자랑 아님) 마스크를 쓰면 콧등 아래쪽으로 공기가 많이 새는데, 이 제품은 비교적 누출이 적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스크가 반으로 접히는 2단 제품보다 이 제품처럼 3단으로 접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크리넥스의 4단 형태는 오히려 턱, 코 부분 밀착력이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끈 길이 조절 형식을 안 좋아해요. 조절부에서 자꾸 미끌어져서 풀어지고, 마스크 모양도 잘 흐트러져서 개인적으로는 끈 길이가 고정된 형태를 좋아합니다. 마스크를 얼굴에 더 밀착시키려면 머리 뒤에 고리를 달아서 고정하면 가장 좋습니다. 고리는 크리넥스 마스크나 타제품에 들어있던 걸 재사용하면 좋아요.
둘째, 필터로 유명한 듀폰사의 필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는 제품입니다. 실제 여러 기관, 사용자들이 테스트한 결과 듀폰사의 필터에 대한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습니다. 하드쉘 형태라 마스크 모양도 잘 유지되기 때문에 내부 공간을 확보하기에도 좋습니다. 입술에 필터가 닿지 않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좋고, 마스크 내부에 습기가 찾을 때 입술이나 코에 물기가 안 닿아서 착용감이 좋습니다.
셋째, 호흡 저항이 낮다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입니다. KF94 제품인데 호흡 저항력이 낮아서 KF80 제품을 쓰는 것처럼 호흡이 편해요. 듀폰사의 필터 기술력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넷째, 배기 밸브가 달려있지 않아서 내부 습기를 완전히 피할 순 없지만 저항이 낮아서 숨 쉴 때 필터를 통해 공기가 잘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성비와 구입 편의성입니다. 가격은 100개 구매 시 약 5만 원 정도인데 개당 500원 정도로 저렴하고 검색해보면 정말 많은 쇼핑몰에서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어서 구하기 쉬워요. 마스크가 똑 떨어졌거나 마스크 안 가져온 날에는 가까운 다이소에서 개당 1000원에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대량 구매를 하실 생각이면 다이소에서 하나 사서 써보시고 결제하시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2. 듀폰 KX130V
누군가에겐 무조건 1순위가 될 수도 있는 제품. 마스크 착용 레벨이 좀 높은 고랩 유저가 사용하기 좋은데요. 완벽한 필터, 미친 성능을 원한다면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이 마스크는 일단 플라스틱 프레임(에그로노믹 몰드)으로 구조가 잡혀있기 때문에 웬만큼 힘이 가해져도 형태가 유지됩니다. 코 부분에는 코를 지지해주는 플라스틱 프레임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파란색 천. 이걸 페이스 실(face seal)이라고 부르는데요.
단단한 프레임과 페이스 실 덕에 마스크와 얼굴이 완전히 밀착되고 (거의 밀봉 수준) 누출이 거의 없습니다. 빨간색 고무줄이 머리 뒤쪽에서 고리로 연결되면서 더욱 단단하게 고정을 해줍니다. 이 제품은 특급 방진 마스크로 분류되는데 보통 특급 방진 마스크는 3M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 3M 제품은 고무줄을 머리 윗부분으로 넘겨 고정하기 때문에 벗고 쓰는 게 불편한데 이 제품은 양쪽 고무줄을 각각 넘겨 고리로 고정하기 때문에 쓰고 벗기도 편하고 착용감도 좋은 편입니다.
둘째, 저는 정말 듀폰 필터 빠인 거 같은데... 앞서 추천드린 제품이 듀폰 필터를 사용한 웹킵스 제품이라면 이 제품은 100% 듀폰 그 자체입니다.
마스크 등급은 어떤 성분을 차단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뉘지만 대략 이런 기준이 있습니다.
KF등급- 식약처에서 인증하는 황사, 미세먼지 마스크로 80,94,99 등급이 있음
방진마스크 - 2급, 1급, 특급이 있음
미국 인증 등급 - N/R/P 95, 99, 100
유럽 인증 등급 - FFP 1,2,3 등급 등
대략(=는 같다가 아니라 비슷하다입니다. 차단 물질에 따라 다른데, 여기선 미세먼지 기준으로 비교를 해봤습니다) KF80=2급=N95=FFP1, KF94=1급=N99=FFP2, KF99=특급=N100=FFP3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제품은 특급 방진 마스크로 독성이 강한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제품이고 활성탄 레이어가 있어서 유기가스도 일부 차단합니다. 진짜 신기한 게 아무리 미세먼지 황사 마스크 써도 피할 수 없었던 담배냄새, 음식 냄새가 이 마스크를 쓰면 하나도 안 납니다. 마스크 쓰고 동태탕 집에 들어갔는데 아무 냄새도 안 나다가 마스크 벗자마자 동태탕 냄새가 진동을 해서 이 마스크를 굉장히 신뢰하게 되었어요. 흡연 구역을 지나도 담배냄새가 거의 안 납니다. 냄새가 나는 건지, 안 나는 건지 구분이 안 되는 정도? 비교적 수명도 길어서 일반 황사마스크보다 오래 사용할 수도 있는데 완전히 건조된 상태로 비닐팩에 넣어 다니면 재사용도 가능합니다.
셋째, 사실 압력 측면에 있어서는 좀 하드한 제품입니다. 웹킵스에 비해 저항이 센 편이라 하루 종일 쓰고 있으면 숨이 차오르기 때문에 천천히 적응하면서 사용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제품에 배기 밸브가 달려있어서 날숨이 엄청 편하고 내부 습기가 비교적 적어요. 날숨이 편하기 때문에 호흡 저항이 강해서 숨이 가빠지는 게 조금 상쇄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섯째, 가격은 오픈마켓 기준 10개에 3만 원 수준인데, 마스크 퀄리티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사용시간도 황사마스크에 비해 훨씬 긴 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구매밖에 길이 없기 때문에 급할 때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길진's Pick 어떠셨냐요? 뿌연 하늘을 보고 있자면 냄새까지 차단해준다는 듀폰사의 마스크를 구매하고 싶지만 소심한 저는 배기 밸브가 있는 특급 방진 마스크를 쓸 용기가 나지 않아서 웹킵스사의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부모님 집에도 살포시 놓아드릴까 해서 다시 사이트를 들어갔더니 품절! 여러분은 어떤 마스크를 쓰고 계신가요? 길진님의 매우 개인적인 마스크 픽이었지만 정말이지 진지하게 마스크를 실험했을 길진님이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면서 무한 신뢰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얼굴형에 맞춰서, 길진님이 말해준 6개 아니지 5개 기준을 참고해서 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호흡기를 보호해봐요. 물론 미세먼지가 아예 없어지면 정말 정말 좋겠지만요.
앞으로도 실험정신 강한 물리학도 길진님의 길진's Pick은 계속됩니다. 설마 이런 것까지? 하는 기상천외한 리뷰들을 공유해드릴게요. 모두 미세먼지와 감기 조심하세요.
커버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