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Seoul] Inspired By Boldest
나는 기획자이면서 동시에 산업용품 유통사업을 하고 있어.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짜내고 어쩔 때는 현장에 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워크웨어를 바로 갈아입어. 발목이 조여진 조거 팬츠와 스틸토캡이 있는 안전화를 신는게 일상이지.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들어.
‘좀 패셔너블한 워크웨어가 없을까?’
‘일상에서 워크웨어를 더 입을 수 없을까?’
평소에 출퇴근할 때도 워크웨어를 입고 싶거든. 내구성이 좋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뭔가 스트릿해보이는 디자인도 좋아. 이런 와중에 내 맘에 쏙 드는 워크웨어 브랜드가 나왔어. 바로 볼디스트(Boldest)야.
볼디스트는 코오롱에서 런칭한 프리미엄 워크웨어 브랜드야.
목공, 철공, 정비 등 각 산업 현장의 작업자가 입을 수 있는 안전복, 안전화, 공구집 등을 만들지. 브라운, 블랙의 묵직한 컬러 디자인과 그리고 단단한 아라미드 소재와 기능성으로 작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지. 가격이 조금 있어 구매 장벽이 높지만 오히려 가성비로 점철된 워크웨어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고 있어. 올해 2021 F/W시즌은 전년에 비해 목표대비 150%의 매출을 달성했고 최근에는 하남 스타필드에 팝업스토어를 열어서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고 들었어.
볼디스트의 콘텐츠들을 보면 2,30대의 작업자가 메인 타겟인 점이 재밌어.
심플한 배경에 기존 호리호리한 모델들의 스타일리쉬한 이미지보다는 금속 현장 배경에 수염난 작업자들의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해. 영상도 제품보다는 작업자들의 솔직한 작업 인터뷰를 주로 담고 있는데 보면 볼디스트는 제품 자체보다는 워커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려는 의도가 엿보여.
좋은 워크웨어의 기준을 뭘까? 바로 ‘기능성’이야.
최상의 작업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자인보다는 기능이 컴팩트하게 들어가 있어야 해. 바지에 주머니가 많이 달려있거나, 땀이 바로 배출되고 불에 강한 소재를 사용하는 등 기능에 집중하지. 가령 조끼, 자켓의 옆구리 주머니도 사선인지 아닌지에 따라 스마트폰을 꺼내기 힘들다고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 최근 볼디스트의 팝업스토어에서는 등에 가로로 구멍이 난 겨울 자켓을 선보였어. 고지 작업시 법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현장안전고리를 빼기 위해서야.
과거 한국의 워크웨어 시장은 ‘유니폼'의 의미가 강했었어.
워커들이 소속된 회사에서 입는 작업복 이미지였기에 품질보다도 가격이 합리적인 안전의류가 필요했지. 또한, 한국 사회 구조상 작업자는 연령층이 높기 때문에 디자인이 다소 단조로운 면이 있었어. 모든 워커가 공통으로 만족하고 안전이 중요한 무거운 현장 분위기에 흑백 위주의 워크웨어가 많았지. 사실 국내에서도 나처럼 답답해하는 2030 워커들이 있었어. 미국의 디키즈(Dickies), 일본의 워크맨(Workman)처럼 패셔너블한 워크웨어가 국내에 없어 나만의 개성을 나타내기 어려웠어.
하지만 볼디스트라는 워크웨어가 나타나며 워커 시장에 활력이 도는 느낌이 들어. 지금 2030 워커들은 워크웨어가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멋이라고 해. 내가 어떤 워크웨어를 입느냐에 따라 나의 작업실력이 얼마나 깔끔하고 완벽한지 고객에게 어필한다고 말하지. 특히 워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목공 분야에서는 정갈한 공구, 워크웨어 라인업이 개인 또는 크루의 아이덴티티야.
앞으로 한국의 워크웨어는 어떻게 될까?
팔이 안으로 굽어서 이야기하는 거겠지만 나는 워크웨어가 아웃도어 시장도 넘볼 거라고 봐. 사실 아웃도어와 워크웨어는 용도만 다를 뿐 소재와 디자인은 비슷해. 다만, 아웃도어는 등산, 캠핑 등 여가 생활과 맞물리다보니 시장이 커졌었지. 그래서 K2, 네파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워크웨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고 해. 블랙야크도 올해에 블랙야크 INC라고 워크웨어 라인을 런칭했지.
고학력자가 도배사가 되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용접기술을 배우는 게 요즘 시대야. 기술을 제대로 배운다면 전문가로 대접받으며 정년 넘어 일하고 월급도 두둑히 챙길 수 있어. 학력과 육체 노동이 반비례한다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어. 소위 블루 칼라가 화이트 칼라처럼 대우를 받는다고 기대한다면 워크웨어는 일상복 시장의 한 부류로 자리잡을거야. 유니클로와 대등하게 매출을 겨뤘던 일본의 워크웨어 브랜드 워크맨처럼 말이지.
너는 어떤 곳에서 영감을 받았어?
2021.11.24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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