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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May 23. 2024

공구업의 MZ세대

[#27]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요즘 사무실 이사로 삭신이 쑤신다.

개인 집도 그렇고, 사무실 이사 때문에 쓰레기들을 버리고 무거운 자재들을 옮겼다. 나 혼자 했다면 객사 했을텐데 고맙게도 앞집 사장님이, 정확히 말하면 앞집 가게 어린 직원이 좀 도와줬었다. 큰 짐들을 2층에서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저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을 하며 짐을 내렸었다. 아주 힘차게 무거운 짐을 나르는 걸 보고 ‘어린 친구가 책임감도 강하네' 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예전에 이 업계에 들어왔을 때에는 내가 상당히 어린 편에 속했었는데 이제는 더 어린 친구들을 보니 나도 이제 중년층으로 접어들었다는 허탈함, 동시에 ‘내가 설마 어린 친구는 책임감도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나?’라는 나에 대한 섬뜩함이 느껴졌었다. 나도 설마 꼰대가 된 건가 싶었다.


요새 ‘MZ’라는 단어를 귀에 박히게 듣는다.

헐리우드의 MZ ‘젠데이아’(스파이더맨 여자친구), MZ의 아이콘 ‘이영지’… 등 어디서나 MZ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SNL에는 ‘MZ 오피스'라고 해서 요즘 세대들의 태도들을 풍자하는 코너가 있기도 하다. 최근 어떤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MZ의 결혼 방식은 이렇네 저렇네 하며 틀에 박힌 농담을 주고 받는다. 어느새 20-30대라는 말은 MZ로 대체된듯 하다. MZ 세대의 공통된 특징은 이렇다고 한다.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한다는 등 전반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산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예전 세대들과는 다른 재밌는 사회현상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가끔 일부러 비아냥대는건가하고 생각이 든다)


(정작 MZ세대가 쓴 MZ세대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없다)


MZ라는 단어가 퍼지기 시작할 때를 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쯤 트렌드 서적에 등장하더니 어느덧 온갖 SNS와 신문에 도배되었었다. 온갖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이 MZ라는 단어를 가지고 자랑하듯이 책을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MZ 세대의 책을 읽고 행동하는 상사를 눈치보는 MZ 세대'가 있다고 한다. 막상 MZ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기 자신이 MZ 인지 모른다는데 이는 결국 MZ는 어른들의 용어라는 의미다. 재미있는 건 찾아보니 나도 MZ 세대라고 한다.


(실제로 MZ세대들은 자기들이 MZ인지 모른다고 한다)


사실 나는 MZ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의 우회적 표현이라고 해야 할까? 연령층에 따라 사람을 일반화하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생각한다. 나도 얼핏 듣다 보면 세대의 이해보다는 비아냥의 어조도 들리기도 한다. 행동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는 겉표면적인 장점이 있으나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특정 연령층의 특징으로 치부하는 큰 단점이 두드러진다. 간단히 말해서 ‘MZ라서 그래’라는 한마디가 간결하고 합리적인 정당화가 되는 것이다. 가령, 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건 MZ 세대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아닌거 뻔히 알면서 말이다.


주위 사장님들과 이야기해 보면 젊은 직원들에 대한 하소연이 많다.

첫 출근한 당일 점심날 점심먹으러가서 안나온다던지, 차 키를 가지고 잠수를 타는 등 골치 아프다고 한다. 가뜩이나 젋은 인력이 부족한 공구 시장인데 어떻게 해서 겨우 뽑아놓으면 도망가니까 오히려 뽑는 게 마이너스라고 한다. 내가 아는 한 2세 사장님은 자기도 MZ에 속하면서 MZ를 보면 미쳐버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소중한 사용 후기들이 많으니 정말로 MZ들의 특징이 사실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세대들을 보면 바로 색안경을 끼고 경계하는 사장님이 많다.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게 MZ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은 안 지었으면 좋겠다.

근무 태만은 어느 연령층이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일어난다. 연령층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요소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 내 주위에서도 정말 애사심 깊고 내가 본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책임감있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이사할 때 만났던 그 직원 친구도 그랬듯이, 공구상가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년 직원들처럼.


그리고 공구업계는 MZ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물론 2세들이 많아졌으나 나는 사장뿐만 아닌 조직 자체가 더 젊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공구는 경험보다 도전에 치중해야 하는 외연을 확장할 때다. 중국발 이커머스가 들어오고, 큰 기업들이 불문율을 깨고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오는 위험 속에서 공구상은 더욱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말하는 MZ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조금은 답답할지라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구가 발전하고 활용 분야가 확장하는 발걸음에 맞춰 우리 자신도 바뀌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기본적인 태도가 IT 업계처럼 공구업계에 인재들이 넘쳐나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MZ세대라 그래!! 금지!)


공구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듯 하다.

공구를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다양해지고, 공구를 판매하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 이제 더이상 공구는 제조업 현장에서만 쓰는 게 아니다. 이런 변혁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변혁이라는 큰 파도에 무작정 맞서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서핑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MZ를 친절히 받아들이는 것도 이와 같다. 결국 MZ도 장단점이 있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니까.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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