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희준 Mar 22. 2016

여행 속의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 소설가 노희준의 전국책방탐방 & 순회콘서트 프로젝트 4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가려고 했던 서점은 <우주계란>이었습니다. 이름도 독특하고, 인터넷으로 본 가게 모습이 뭔가 아우라가 느껴져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주계란은 지구인들에게 실망해 우주로 돌아가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어디있던 것인지 자취조차 찾을 수 없었지요.



많은 서점들이 운영난을 겪거나 문을 닫고는 한다. 사진은 광주 오월의 방 휴업현장.



   개인적으로 콘셉을 가진 지방서점이야말로 미래서점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직 안정화되기에는 시기상조인 모양입니다. 어쨌든 모쪼록, 잘 버티고 살아남아서 새로운 문화의 꽃이 되어야 할텐데요.


  

아무리 문화공간을 추구한다해도 아직까지는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추어야만 한다. 사진은 충주의 책방.



   하지만 우울했던 마음은 전주 서학동에 도착하자마자 말갛게 씻기고 말았습니다. 서학동 예술인 마을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냥 들어서자마자 여기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괜히 골목 골목 하는 게 아닙니다. 이래서 골목이 중요한 겁니다. 모여있어야 합니다. 같은것들이 잔뜩 모여있어서 장사가 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것 같아도 어울리는 것들끼리 모여있어야 합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춘 채 또 다른 정체성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그런데 서울에서는 이미 이런 것들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지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뭔가 헐벗어야 할 것 같은 단어와 함께요. 서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면 지역에는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이 있습니다. 로컬리제이션은 지역을 한정짓기는커녕 외부를 향해 활짝 열어놓는 역할을 합니다. 그 지역이어서 가능한, 그 지역에만 존재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거창한 시각으로 보자면 지역화야말로 세계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외국의 것과 아무 차별성이 없는 콘텐츠로 한류를 일으켜세우겠다는 발상은 글쎄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서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면 지역에는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이 있습니다. 로컬리제이션은 지역을 한정짓기는커녕 외부를 향해 활짝 열어놓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예쁜 골목의 한복판에 <조지오웰의 혜안>이라는 서점이 있었습니다. 인문학 전문서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말이죠.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 서점에 들어갈 때에는 유식해보이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무식한 티를 냈다가는 곧바로 나가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바로 다음의 녀석에게 말이죠.






   열심히 짖다가, 제가 철학서에 대해 아는 척을 조금 하자 금새 모른척합니다. 아해야, 나도 인문학 좀 안다니까 좀 믿어줘라.




   천장에는 유명한 인문학자들의 사진이 조명을 받으며 걸려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조지오웰의 혜안>은 인문학 전문서점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인문학은 제가 생각하는 인문학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 뭐랄까, 인문학은 인문학이지만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할만한 명저들은 거의 한권도 보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주인장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안가는 바도 아니었습니다. 대학교 앞이고 해서 처음에는 정통인문학서를 주로 갖다놓았으나 잘 팔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정통인문학서라고 하면 전공자들이 주로 읽는 책인데 그런 책들은 보통 인터넷서점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지요. 정확히 컨텐츠에 의해서 팔리는 책들이니까요. 오히려 인문학 전문서점을 낸 용기에 박수를 쳐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서점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턴테이블이 이곳에도 있군요. 하지만 지난주에도 말씀드렸듯이 복고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종이책을 복고로 바라보는 입장인 것이지요. 이를테면 엠피쓰리가 보편화되고나서 오히려 늘어난 LP바의 경우를 생각해보시지요. 종이책 시장은 이제 디지털책 시장과 함께 가는 시장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책의 급속한 디지털화를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저는 이 책방에서 공연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술인거리에 있는 인문학서점에서 노래를 부른다, 아, 뭔가 적어놓기만 해도 설레는 느낌입니다.


   



   게스트하우스도 있네요. 공연을 마치고, 이런저런 공예체험도 하고, 물건구경도 하고, 예쁜 카페에서 술도 한잔 마시고, 꼭 저곳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야겠습니다.



예쁜 것들은 예쁜 것들을 부릅니다. 






   예쁜 것들은 예쁜 것들을 부릅니다. 예쁜 것들 속에 있으면 생존경쟁에 찌든 저의 영혼 또한 예뻐질 수 있겠지요. 이 골목에서는 쌓아놓은 폐품들조차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이층에 전시장을 갖고 있는 카페에 들러 차 한잔을 마십니다.




어느덧 낮게 눕기 시작한 햇빛을 보며 어떤 공연을 할까,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볼까 생각합니다. 



  어떠신지요. 5월의 첫째주 어느 봄밤, 


  저와 함께 전주의 한 예쁜 마을에서 여행 속의 여행을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다음주에는 순회공연 때 부를 장편 <깊은 바다속 파랑>의 주제곡 동영상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많이많이 보아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디지로그가 아니라 아나디지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