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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y 12. 2024

모든걸 다 바꿔라

-<삭의 시간> 2화.



Changing Place
Changing Time
Changing Thoughts
Changing Future



침묵의 언어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이다.

침묵의 언어는 실제 말해지는 언어보다 더 실제적이다.

혼돈의 문제에 있어 그 기저에 깔린 질서를 파악해야 한다.

그 기저에 대한 이해나 합의가 없으면 맹목적인 추종, 따라하기, 의존 밖에 안된다.



'침묵의 언어'는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전달하는 작업이 아니라 일련의 복잡하고 비언어적인(nonverbal), 맥락을 담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들을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 이것은 단지 사람들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미답의,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시 여기는 전반적인 행동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5쪽)



시간이 말을 한다. 그 말은 말보다 알기 쉽고 그 메시지는 크고 명료하게 전달된다. 시간이 전하는 말은 언어에 의한 말에 비해 의식적으로 조작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왜곡되는 일도 적다. 말이 우리를 기만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진실을 외칠 수 있는 것이다. (...)

새로운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즉 그들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침묵의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23쪽)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 이유는 그들이 또다른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 지배되기도 한다는 사실, 즉 시간은 언어처럼 기능할 뿐만 아니라 언어와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사전달이 비공식적인 어휘로도 표현된다는 사실은 대화와 쌍방이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사태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그들은 당면한 사태에 관해 각자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말할 수 있을 따름이다. 서로를 해치는 바는 사태 그 자체라기 보다는 서로간에 주고받는 생각인 것이다. (27쪽)



프로이트의 가장 극적이고 혁신적인 업적 가운데 하나는 무의식의 역할에 관한 그의 치밀한 분석이다. 그의 저술에 친숙한 사람들이라면, 꿈은 물론이고 말이나 글의 실수 같은 일들이 모두 인간이 의식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숨겨진 힘을 입증하는 것들임을 사람들에세 확신시키고자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렸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무의식의 세계가 밝혀짐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는 심리학적 탐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전적으로 합리적인 존재로 간주될 수 없었으며, 대외의 핵심부에 의해 조종되는 우아하게 설계된 기계로 상상될 수도 없었다. 인간의 내면이 대부분 감춰진 충동과 감정의 전쟁터로 간주되자 인간은 예전보다 훨씬 예측불가능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만큼 관심은 고조되었다. 프로이트 이후 인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다른 차원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상식화되었다. (85쪽)



프로이트는 인간의 말보다도 행동에 의사소통수단(communiation)으로서의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그는 말하는 언어(the spoken word)를 불신했는데, 그 생각의 대부분이 말은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 그는 넓은 의미의 의사소통, 즉 꿈의 상징이나 보통 부주의하게 지나치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 갖추어진 검열기관에 걸리지 않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의 의미에 더욱 의존했다. 그의 엄청난 발견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 이론에 결여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사소통 이론이다. 그의 주요 이론들이 정립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정신분석학은 아직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일어나는 의사소통적 사건들을 기술하기 위한 체계적 방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86쪽)



무의식에 관한 프로이트의 개념 자체는 혁신적이었지만 그것을 직접 검사할 수 없다고 한 그의 견해는 체계적인 분석을 진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프로이트의 구성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 지금은 고인이 된 워싱턴의 정신의학자 설리번(Harry Sullivan)이 있었다. 설리번은 무의식을 자신의 의식 밖에 있는 인격의 분리된 일면들로 보았다. 그의 명료한 설명은 진전된 연구의 길을 터주었기 때문에 사회과학자에게 큰 가치가 있었다. 설리번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기가 긍정하는 이상적인 자아와 그다지 끌리지 않을 수도 있는 다른 자아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자아들 중에는 자신에게 너무나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강인한 사람이 아니고는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현실에서 작용하는 자아는 설리번이 다이너미즘(dynamism)으로 일컫는 행동양식의 합성체(composite)로 간주된다. (86쪽)



다이너미즘은 다른 인간과 통합하는 방식들을 말한다. 한 개인은 그 방식들의 일부는 의식하지만, 일부는 자기로부터 분리되어 세상에는 드러나도 자기에게는 감춰진 상태로 남는다. 인격의 상당한 부분이 자신의 의식 밖에 존재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은 섬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중요한 점으로 사람들이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파악하게 될수록 그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87쪽)



사실 설리번이 이야기한 바는, 무의식이란 어린 시절에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부분들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본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드러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부분들은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드러나지 않지만 훈련받은 관찰자의 눈으로 볼 수 있으므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리번의 공헌은 위대한 것이었다. 그의 이론은 개인간의 의사소통과정 연구에 광범위한 지평을 열어줌으로써 정신분석학의 모호한 부분을 크게 해결해주었다. (87쪽)



프로이트와 설리번 모두 인류학자의 연구성과를 크게 참고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인류학을 이용했지만 설리번은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용했다. 설리번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기술언어학자로서 현대 기술언어학의 초석을 다진 에드워드 사피어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심리학자들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을 참고했다면 인류학자들은 더욱 만족할 만한 문화이론을 정립하고자 정신분석학 이론을 이용하였다. (87쪽)



이들이 원용한 이론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가 두 차원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즉 눈으로 볼 수 있고 쉽게 서술할 수 있는 드러난(overt) 문화라는 차원과 눈으로 볼 수 없고 훈련받은 관찰자조차 서술하기 힘든 드러나지 않은(covert) 문화라는 차원이다. 이 이론을 가르칠 때에는 학생과 일반인을 불문하고 빙산의 일각이라는 비유가 공통적으로 적용되었다. (87쪽)



에드워드 홀 | 문화인류학 4부작 <침묵의 언어> | 최효선 옮김 | 한길사 




베네치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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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브런치북 <삭의 시간>은 침묵에 대한 내용이니만큼 댓글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해보는 것으로 침묵과 말에 대한 실제적인 차이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성진  |  Debussy Clair de lune  드뷔시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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